메인화면으로
한국서는 '겨울 물대포' 미국서는 '최루 스프레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국서는 '겨울 물대포' 미국서는 '최루 스프레이'

경찰의 과잉 진압 비난 확산…"9.11 이후 경찰의 군사화 진행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초겨울 날씨에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월가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비난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2달째를 맞은 미 전역의 월가 시위에서 체포된 사람들의 숫자는 지금까지 4000명을 넘긴 상태다. 또 젊은 시위대들이 주축이 돼 경찰의 진압 장면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해 온라인에 퍼트리면서 경찰의 행태에 대한 분노가 커져가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시애틀에서는 84세의 여성 활동가가 경찰이 뿌린 최루액을 얼굴에 뒤집어 쓴 사진이 공개되면서 마이크 맥긴 시애틀 시장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주말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UC데이비스)에서 저항하지 않고 앉아있는 시위대들의 얼굴에 경찰에 최루 스프레이를 분사하면서 결국 관할 경찰서장이 옷을 벗었다. UC버클리대 학생들은 지난 9일 시위에서 경찰이 보인 과도한 진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 22일(현지시간) 미 로스앤젤레스주 연방준비은행(FED) 앞에서 한 월가 시위 참가자가 "최루 스프레이는 FED에 뿌려라"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999년 시애틀에서 벌어진 반세계화 시위의 후유증과 2001년 9.11 테러로 인해 미국에서는 한동안 커다란 물리적 충돌을 빚는 대형 시위가 없었기 때문에 최근 경찰의 과잉 진압을 둘러싼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LA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최근 경찰의 과잉 대응은 월가 시위의 독특함과 9.11 테러 이후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미국 경찰의 군사화가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먼저 신문은 9.11 테러 이후 미국 안에서 일련의 위협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점점 민감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지 치카리엘로 드렉셀대 교수는 신문에 "이러한 경향은 지난 10년에 걸쳐 가속화되어 왔다"라며 "미 정부는 9.11 테러 이후 경찰에 군사 기술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1999년 미 시애틀에서 벌어진 반세계화 시위대를 폭력 진압해 논란을 낳았던 놈 스펜서 당시 시애틀 경찰국장도 경찰의 군사화에 우려를 표하고 나선 바 있다. 그는 지난 16일 <네이션>에 기고한 칼럼에서 "경찰의 모든 치안유지 활동이 경찰특공대(SWAT) 방식으로 가고 있다"며 "공공의 안전을 위한 기관이 자국민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시위와는 다른 월가 시위의 양태가 경찰의 시위 대응 매뉴얼과는 다른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특별한 주도층 없이 자발적으로 형성된 시위이기 때문에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할 수 없고, 이 때문에 평소 시위 주도층을 타깃으로 진압을 펼치는 경찰의 작전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전직 경찰 출신인 존 쉐인 존제이대 교수는 <LA타임스>에 "월가 시위의 발원지인 뉴욕의 경우 경찰들은 '이미 발생한 사건'을 다루는 데 잘 훈련되어 있지만, 월가 시위처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태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미국에서 진보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오클랜드와 워싱턴주의 시애틀, 대학가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신문은 캘리포니아주의 각 대학 캠퍼스에 따라 시위 대응 매뉴얼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최루 스프레이 사용은 높은 수준의 진압 단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AP>는 이날 월가 시위가 벌어진 미국의 주요 18개 도시의 시위 대응 관련 지출이 지난 2달 동안 1300만 달러(약 150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시 당국은 경찰의 초과 수당 및 공공시설 복구 등에 필요한 돈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시위대들은 "우리가 기업의 탐욕에 저항하는 동안 경찰들은 우리가 모여 있는 잔디밭 상태만 걱정했다는 것인가"라며 비난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