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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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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

[발행인의 편지] 2011년을 맞으며 평화를 생각한다

안녕하십니까?
프레시앙, 그리고 프레시안 애독자 여러분.
다사다난 했던 2010년을 보내고 2011년을 맞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화목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1년을 맞는 저희의 심정은 썩 밝지만은 않습니다. 어느 해인들 다사다난 하지 않았던 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10년은 돌연 한반도의 평화가 크게 흔들리면서 그 위기가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제는 과거의 얘기가 돼버린 것으로 생각됐던 '전쟁의 위기'가 지난해에는 1950년 6.25 이후 가장 실감나게 느껴졌습니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라는 것이 아직은 대단히 취약한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 것입니다.

물론 한반도 상황이 이렇게 된 1차적 책임은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으로 남측 군인과 민간인을 사망케 한 북한에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던 남북관계가 이명박 정부 들어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해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비핵개방 3000'이라는 구호로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가 하면, 쌀.비료의 대북지원 규모를 현저히 줄여버리면서 북한의 일방적인 굴복만을 요구하는 듯한 자세 등이 북의 태도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더욱이 최근 위키리크스에 폭로된 외교전문 내용(북한의 붕괴가 임박했고 중국이 남에 의한 흡수 통일을 묵인할 것이라는 등)이라든가 올해 통일부 업무보고(북의 변화를 유도하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등을 보고 있노라면, 이명박 정부가 바라는 것은 북의 조속한 붕괴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워버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한반도 외부에서는 한반도 상황 악화의 책임을 북이 아닌 남에서 찾으려는 시각도 상당히 많습니다. 모든 책임을 북에 돌리려는 우리 정부의 자세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지요.

ⓒ연합뉴스

예컨대 지난 연말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아 타임스>라는 인터넷신문에는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라는 제목의 기사가(☞원문보기) 실렸는데, 이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는 김정일이 아니라 이명박이라는 겁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꿈은 남한 주도하에 한반도를 통일하고, 그 '통일 한국'이 동북아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의 제1 경제.안보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북한 경제가 낙후한 현 상황에서의 통일은 남측에 매우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지만 이명박은 북한의 엄청난 광물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면 통일비용은 문제 될 것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북에 대한 압박과 무시전략을 밀어붙였고, 이에 대해 북한과 중국이 반발하면서 동북아의 안정이 크게 교란됐다."

물론 이 기사는 이명박의 꿈(남한 주도, 북한 붕괴를 통한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습니다. 우선 남이 북을 압박한다 해도 전쟁 발발까지 감수할 가능성은 극히 낮으며, 다음으로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과 일본의 지지를 등에 업은 남측이 일정 수준까지 대북 압박을 하겠지만, 중국의 반발 때문에 타협에 의한 해결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남에 의한 대북 압박이 이미 시작됐고 이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반발이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2010년 동북아 지역 최대의 변화는 이 지역 안정의 교란"이라고 말합니다. 나아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일체의 제재를 거부한 것은 "중국의 동의 없이 한국과 미국 주도로 한반도 질서를 재편성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명시적 의사 표현"으로 "2010년 동북아지역에서 일어난 가장 의미심장한 사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남측이 일방적 한반도 통일을 추진하면서 동북아 전체의 안정이 흔들렸다는 점에서 위기 촉발의 근본적 책임은 남측에 있으며, 나아가 중국이 이를 고분고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동북아의 대결 구도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얘깁니다.

남측이 동북아 위기 촉발의 책임자라니, 이러한 분석은 남측 사회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도 남측의 일반 시민들은 천안함을 침몰시키고(가해자가 누구냐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합니다만)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군인과 민간인을 사망케 한 북한이야말로 위기를 불러온 원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고 한반도 위기의 직접적 원인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북한이 왜 그러한 행위를 하기까지에 이르렀느냐 하는 것입니다. 탈냉전 이후 과정을 되돌아보면, 또 현재 북한의 최대 국가목표인 체제 존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들의 행위는 나름 합리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즉 북한은 미국(그리고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체제 존립을 보장받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입장에 보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미관계 정상화의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면 지금의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훼방꾼 노릇을 하는 것으로 비칠지도 모릅니다. 나아가 1993년 NPT 탈퇴나 2006년 제1차 핵실험 등 한반도 상황을 위기로 몰고 가는 벼랑끝 전술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국면을 이끌어낸 전력이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번에도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따라서 이전 두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이명박정부의 대북 자세가 북한이 강경 모드로 돌변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위기 상황의 책임이 남에 있느냐, 북에 있느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해 강경 대응을 지속하는 것이 한반도 위기 상황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죠. 아마도 이명박정부는 지금처럼 대북 압박전략을 계속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북한은 붕괴할 것이고 남한에 의한 한반도통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붕괴에 따른 한반도 통일이 바람직한 것이냐를 떠나서 과연 이것은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기대일까요?

1950년 6.25는 남한과 미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 질서를 재편성하려는 북한(및 중국.소련)의 일방적인 시도였습니다. 이는 미국 등 서방측의 개입에 의해 좌절됐습니다. 이후 1950년 10월 미국 주도 유엔군의 북진은 북한과 중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 질서를 재편성하려는 미국과 한국의 시도였습니다. 이 역시 중국군의 개입에 의해 좌절됐습니다. 그래서 역사학자 강만길 선생은 '6.25의 최대 교훈은 한반도의 무력통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6.25 이후 60년이 지나서 남한이-비록 무력을 동원한 것은 아니고 명시적으로 흡수통일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지만-북한과 중국의 의사에 반해서 자신의 의도대로 한반도 질서를 재편성하려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중국은-유엔 대북 제재를 거부함으로써-자신의 동의 없이 한국(과 미국) 주도에 의한 한반도 질서 재편성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60년 전, 건국한 지 1년밖에 안된 신생국가 중국은 세계 최강의 미국 군대에 맞서 미국의 의도를 좌절시켰습니다. 지금의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겨루며 세계 최강의 자리를 넘보고 있습니다. 그런 중국이 자신의 사활적 국익이 걸려 있는 북한의 붕괴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까요? 13억 인구의 중국이 인구 2500만의 북한을 중국의 동북4성으로 편입시켜 먹여 살리는 것은 일도 아닐 것입니다. 북한의 붕괴를 방치해 난민 유입 등으로 국경지대의 혼란에 빠지고 나아가 북한지역에 미국 군대가 들어서는 것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남는 장사가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남북관계 나아가 대미, 대중 관계를 이끌어 나간다면 이거야말로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명박정부가 그럴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사태 뒷처리를 보면 여전히 불안한 구석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천안함 사태를 이용해 북한을 고립시키고 국내 정치에서 득을 보려는 정부의 노력은 6.2 지방선거에서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2012년 선거의 최대 화두로 복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정의, 복지, 평화라고도 말하더군요. 그렇습니다. 만일 이명박 정부가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현재와 같은 대북강경정책을 계속해간다면 어쩌면 평화가 2012년 선거의 최대 화두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난 60년간 우리가 이뤄온 모든 것들, 아니 그 이전에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우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 한 해 <프레시안>은 한반도의 평화와 정의와 복지를 위해 여러분과 함께 노력해 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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