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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38% "월가 시위, 오바마 재선에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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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38% "월가 시위, 오바마 재선에 악재"

응답자 절반 이상이 경제 위기 책임 월가보다 워싱턴 꼽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월스트리트 시위대에 거듭 호감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시민들은 내년 대선에서 시위대가 오바마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민들은 현재 미국 경기 침체와 관련 월가보다 오바마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 느끼고 있었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이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미국 금융위기의 책임이 워싱턴 정가에 있다고 답했으며, 월가를 비난한 이들은 33%에 그쳤다. 나머지 11%는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월가 시위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미칠 영향'에 대해 28%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반면 38%는 오바마의 재선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20%,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이들은 14%였다.

한편 응답자들은 월가 시위대가 진보 성향 유권자들에겐 낯설지 않지만 일반 대중의 정서를 대변할 정도라고 보지는 않았다고 <더 힐>은 분석했다. 중도좌파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들은 월가 시위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신하지 못했으며, 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이들은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월가를 지목한 자유주의 성향의 응답자와 민주당 당원이 대부분이었다.

월가 시위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퀴니피액 대학이 1068명의 뉴욕시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해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뉴욕 시민의 67%가 월가 시위대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치 성향별로는 민주당원의 81%가 시위를 지지했으며 무당파는 58%, 공화당원은 35%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7%가 미국 경제 위기의 책임을 전임 부시 행정부로 돌렸으며 21%가 금융기관을 탓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도로 시에나 칼리지 조사연구소가 800명의 뉴욕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가 시 예산 삭감을 피하기 위해 부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뉴욕은 올해 말까지 연소득 30만 달러 이상 가구 등에 대해 부유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시위대는 이 부유세가 더 연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시위 한달 째를 맞은 월가 시위대들. ⓒAP=연합뉴스

지난 15일 전 세계적으로 월가 시위에 동조하는 집회가 열리면서 각국 정부나 주요 인사들도 시위와 관련한 견해를 밝히고 나섰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17일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국제의회연맹 총회에 참석해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돼 전 세계에서 목도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좌절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며, 확실하고도 명료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G20 회담에서 각국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사회정책 문제를 소홀히 하면 국민의 불만이 쌓이고 현재 여러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대규모 시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러시아도 국내 경제·사회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월가 시위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시위가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을 뜻한다며 세계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동조 시위가 일어났던 유럽에서도 시위대의 요구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반응이다. 헤르만 반 롬파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유럽 각국이 시행하는 긴축정책의 여파가 가난한 이들에게 집중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도 "젊은 사람들의 좌절과 분노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공감을 표했지만 긴축정책의 기조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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