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일간 <토론토스타>는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가 미국 1000여개 도시로 확장되고 있지만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치인 38%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같은 현상을 비교하며 이번 시위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백악관이 변화해야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시위대에 뚜렷한 리더는 없지만 핵심 세력들은 자신들이 편파적인 정치 집단보다는 더 큰 틀에서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 환경, 예산, 복지 분야 등에서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데 대해 경멸에 가까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노동단체가 월스트리트 시위에 합류하면서 초기 시위 주도자들이 계급 투쟁에 매몰당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 시위대의 한 분파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어떤 명분이던지 '계급'에 흡수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신문은 월스트리트 시위대를 온라인 등에서 지지하는 이들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시위대의 비판을 '물타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례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시위대의 숫자가 무시하기엔 너무 크다며 이번 시위가 오바마 대통령이 '견고한 행동(solid action)'에 나설 기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오바마에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한 결과라는 것이다.
▲ 9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당신은 침묵을 유지할 권리가 있지만 추천하진 않는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
수도 워싱턴 DC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예다. 워싱턴 시위대들은 환경파괴 우려가 있는 석유 수송관 사업 중단을 요구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키스톤 XL 파이트 라인'이라고 불리는 이 사업은 캐나다의 '타르 샌드(tar sand)'에서 추출한 석유를 미국으로 운송하는 대규모 공사로, 환경운동가들은 '타르 오일'과 수송관 사업으로 환경 파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반대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 사업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점령하라' 운동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더 적대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 정치권에서는 월스트리트 시위대에 대한 동조파와 비난파가 갈리기 시작하면서 선거에 시위 이슈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지난 7일 시위대에 공감을 표시한 반면 공화당 대선주자인 허먼 케인은 시위의 배후에 노동조합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다른 공화당의 대선주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이번 시위를 오바마 대통령이 벌인 계급투쟁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반대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공화당 의원들이 티파티의 시위를 격려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점령하라' 시위는 비난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서는 등 민주당과 공화당의 시각차가 분명해지고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 시위의 '원조'격인 유럽의 '분노하라' 시위도 다시 타오를 조짐을 보인다. <AFP>에 따르면 9일 프랑스와 네덜란드, 스페인에서 온 수백 명 규모의 시위대가 유럽연합(EU)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의 한 공원에 모여 유럽 각국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대부분은 '분노하라' 시위가 시작됐던 스페인에서 왔으며, 이달 17~1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맞춰 몇 달씩 걸려 브뤼셀까지 1700㎞를 걸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들은 오는 15일 브뤼셀 뿐 아니라 유럽 주요도시에서 수천~수만 명이 참가하는 집회가 동시 개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5일 예정된 시위 중 스위스에서는 월스트리트 시위를 본 떠 최대 금융가인 취리히 파라데플라츠를 점령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어 '분노하라'와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가 결국 같은 요구에서 나온 운동임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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