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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 공부는 끝났다…다 내놓고 얘기할 것"

[전문가진단] '징검다리' 남북 회담 건너 '본게임' 서막

지난 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린데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8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북미 고위급 대화를 가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돌아가고 있다. 뉴욕 북미 대화의 결과에 대한 낙관과 비관이 공존하는 동시에 미국의 적극적 행보에 비해 냉랭함이 사라지지 않는 남북관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28일 서울 삼청동에서 제48차 통일전략포럼을 열고 '발리 회담' 이후 6자회담 및 남북대화의 전망과 과제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미 접촉이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6자회담이 진전되기 위한 조건인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명박 정부의 전향적인 기조 전환 없이는 또 다른 경색국면을 조성하거나, 한국이 대화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가 3인의 분석을 요약 정리했다.

■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리 남북 비핵화 회담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의지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워싱턴에 오고 싶으면 서울을 거쳐 오라는 미국의 주문을 따른 것이다. 북미 협상의 징검다리로서 남북 회담 필요성에 수긍한 셈이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지난달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때 미국으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아 마지못해 임한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양쪽 다 내키지 않은 회담이었다.

북한은 발리에서 열린 다른 회담은 보도했지만 남북간 회담은 쏙 뺐다. 한국도 2시간이나 대화했다지만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6자회담 수석대표)이 밝힌 내용을 보면 별게 없다.

그럼에도 미국은 예정대로 북미 협상에 착수했다. 두고 볼 일이지만, 북미 협상은 교착 상태보다는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발리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북한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을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으로 걸었는데 이는 기존 입장보다 나아진 셈이다. 작년 11월 북한이 UEP와 관련된 원심분리기를 처음 공개했을 때 미국과 한국은 이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 한·미·일 회담에서 안보리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IAEA 복귀 역시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의 작년 12월 방문 당시 북한이 합의사항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북미 협상은 현재보다 진전된 형태로 갈 것 같다.

문제는 남북관계다.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화 회담에선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남북 당국자 회담에서 다루겠다는 '투 트랙' 방침이다. 이렇게 나누면 6자회담 과정에서 한국 입장이 발목을 잡지 않지만 6자회담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남북관계의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모순이 생긴다.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발리 회담 뒤 통일부가 북한에 금강산 회담을 제안했는데 북한이 하루만에 거절했다. 발리발 훈풍이 남북관계에는 오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명박 정부 기조가 변하지 않으면 경색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를 입증하듯 대통령은 27일 '원칙있는 남북대화'를 강조했다. 전향적으로 풀기엔 보수진영의 반발도 있어 정치적 부담이 된다. 당분간은 어렵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렇게 가다보면 1994년 북미 협상 때처럼 이명박 정부도 대화 과정에서 고립될 수 있다.

▲ 지난 26일 미국 뉴욕에 도착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학과 교수

내키지 않은 발리 회담은 하나의 이벤트에 그쳤다 쳐도 국면 전환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 앞서 중국과 북한 사이에 한반도 정세에 대한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 직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이나 올해 5월 북중 정상회담을 보면 장애요소를 제거하고 6자회담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는 일관된 흐름이 있었다. 최근에는 북중 경제협력과 맞물려 북한도 몸을 움직이는 국면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발리 회담이 끝나자 중국 <신화통신>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중국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고 앞으로도 능동적 역할을 할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여기엔 중국 내부의 요인도 있다. 2012년 가을 중국 공산당 18차 전당대회라는 국가적 행사가 열리는데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외교 성과를 총결산하는 자리도 있다. 최근 고속철 사고도 일어나서 국내 여론도 좋지 않은데 대외적으로도 주변국 문제와 함께 6자회담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는 불확실성이 있다. 외교적 실적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 사람들은 통계를 잘 내는데,발리 회담 이후에 들어보니 1980년대부터 북한 문제와 관련된 큰 사건이 나면 관계 회복에 평균 5.4개월이 걸리고, 지난 35년 동안 북미대화가 열리는 도중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없었다고 하더라. 중국으로선 (원심분리기 공개 이후) 5.4개월은 지났고 북미 대화가 열리면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인 것 같다. 지난 1월 미중 정상회담 당시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정리된 내용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보면 북한과 중국의 대화 공세가 낙관적으로 흐를 수 있다.

한국도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6자회담에 '관여(engagement)'하는 데에 올라타는 '공동관여(co-engagement)'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모두 진정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몇 달전 비공개 모임에서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한반도 비핵화와 천안함 사과 문제를 연계한 적이 없으니 분리한다는 말도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한국도 의지가 있다는 거다. 천안함 이후 나왔던 5.24 조치 문제나 (천안함·연평도) 사과 문제를 깨끗이 푸는 게 국면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박선원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前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전략비서관)

한국과 미국이 이번 대화를 바라보는 온도차가 있다. 위성락 본부장은 이제 북한 문제가 대결에서 대화 국면으로 들어섰다면서 이제는 사전조치가 중요하다고 했다. 남북 회담 없이는 북미 대화도 없다는 브레이크가 해제됐는데 또 다른 브레이크를 발견한(만든) 셈이다. 반면 미국은 이번 북미 대화에서 6자회담으로 가기위해 북한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지를 확인해본다는 정도의 입장이다.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김계관 부상 초청 사실을 공개한 건 미국이 이제 운전석에 앉겠다는 신호다.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를 따져보면 우선 오바마 정부의 대북전략이었던 '전략적 인내'에 대한 회의 때문이다. 제재가 북한에 고통은 주겠지만 6자회담으로 끌어오는 효과적인 굴복 수단이 될 수 있느냐는 회의다.

두 번째는 북한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자는 심산이다. 만나야 의중을 알 수 있으니 탐색해보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연평도 사건을 보면서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와 남한의 대응주의가 결합하면 감당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 결국엔 대화를 해서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의 걸림돌 중 하나는 UEP다. 플루토늄 문제는 판이 깨져도 어차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책임이니 오바마도 버틸 구석이 있다. 그렇지만 우라늄은 '핵 없는 세계'를 주창한 오바마에겐 결정적 약점이다. 만약 3차 핵실험이 일어나고 남북이 충돌하면 내년 미국 대선에서 불리할 수 있으니 최소한의 대화틀을 유지하고 적어도 2008년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로 통일부나 국정원, 청와대는 곤란하니까 결국 비핵화란 이름으로 발리 ARF에서 계기를 만든 것이다.

앞으로의 논의 내용은 이미 미국이 2009년 가을에 만들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그해 12월 방북해) 북측에 설명한 로드맵에 다 들어가 있다. 서로 공부는 다 한 셈이다. 북한도 오마바 정부 들어 미사일 발사, 핵실험, 여기자 억류, 대남 전면대결 선포 등 너무 나갔다는 걸 안다. 앞으로는 6자회담 재개로 갈수 있는 조건을 북한이 충족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번 대화가 '탐색적 접촉'이라고 했지만 이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틀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화에서 합의문은 나오지 않겠지만 미국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는 단계적인 접근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털어놓고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식으로 하면 '패키지 딜'이다. 북한도 그림 전체를 다 보고 싶을 것이다.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합의,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 2000년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다 포함해 구체적 행동으로 진전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6자회담은 껍데기만 남겠지만 미국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 4국 직접당사자 사이에서 긴밀한 협의를 하자고 할 수 있다.

조현동 외교부 북핵단장 급거 뉴욕行

(서울=연합뉴스) 우리측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고 있는 외교통상부 조현동 북핵외교기획단장이 28일 오전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단장은 28일(현지시간)부터 개최되는 북미 고위급 대화와 관련한 사항들을 미국측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미국측과 북미대화와 관련한 현안들을 협의하기 위해 조 단장이 이날 오전 급히 출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단장의 방미에는 정연두 북핵정책과장을 비롯해 실무직원들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뉴욕을 방문 중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함께 북미 고위급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조 단장은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앞서 북한 외무성 최선희 미국국 부국장과 실무협의를 가진 바 있다. 최 부국장은 현재 김 제1부상과 함께 뉴욕에 체류 중이며 북미 고위급 대화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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