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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판 '4대강' 논란…댐 건설 반대 시위로 대통령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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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판 '4대강' 논란…댐 건설 반대 시위로 대통령 '휘청'

정부 "전력난 해소 위해 필요"…시위대 "자연경관 훼손"

산악 빙하와 호수 등 절정의 자연 경관으로 유명한 칠레 파나고니아 지방에 대규모 댐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칠레 국민들이 대규모 반대 시위에 나섰다.

칠레 정부는 앞으로 예상되는 에너지난을 해결하기 위해 댐을 통한 수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들은 파타고니아의 자연 유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뉴욕타임스> 16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3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댐 건설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는 칠레 전역에서 벌어져 지금까지 28명의 경찰관이 부상하고 10만 달러 상당의 공공 재산이 손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은 칠레 환경위원회가 지난 5월 자연 환경 보존도가 높아 관광지로 잘 알려진 파타고니아 지방에 '이드로아이센 프로젝트'(HidroAysén Project)의 일환으로 32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댐을 짓는 계획을 승인하면서 발생했다.

칠레 정부는 현재의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10~15년 사이에 전력생산을 현재의 2배로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칠레는 석유나 천연가스 등의 자원이 별로 없고, 가스 공급을 약속했던 아르헨티나가 최근 이를 어기면서 연료 수입에도 곤란을 겪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진이 잦은 칠레 정부로선 원자력 발전을 늘리는 것도 무리다.

칠레 정부는 브라질보다 2배나 비싼 칠레 남부의 전기 요금을 들며 더 많은 전력를 생산해야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브라질은 전력 생산의 80%를 수력발전이 감당하고 있지만 칠레는 이 비율이 40%에 불과하다. 이번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일 년에 1만8340기가와트의 전력 생산 여력이 생기는데 이는 2008년 칠레 전체 전력 소비량의 35%에 달한다. 전문가들도 칠레 경제의 중추인 광산을 더 늘리려면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댐이 건설되면 국립공원과 자연 보호구역이 포함된 파타고니아 지역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길 거라고 말한다. 이들은 또 정부가 풍력이나 태양열, 지열 등을 이용한 재생가능에너지를 개발하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베르토 로만(Roberto Román) 칠레대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 비해 칠레는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을 장려하지 않는다"며 "5~10년 안에 태양 에너지가 수력발전보다 더 값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칠레 정부는 재생가능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향후 전력 부족분을 매우기엔 역부족이라고 반박한다. 원전을 지을 수 없는 상태에서 화력발전 증가를 늦출 수 있는 건 수력발전뿐이라는 것이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최근 "지금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우리는 10년 안에 정전 위기에 처한 국가를 규탄하게 될 것"이라며 강행할 뜻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칠레 국민들은 파타고니아를 나라의 보물로 여기고 있기에 프로젝트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규모가 남미에서 일어났던 다른 환경 운동보다도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천연자원 보호 협의회(NRDC)와 같은 해외 비정부기구(NGO)들도 저항 운동을 지지하기 위한 모금에 나섰다. 파타고니아 지방에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더글라스 톰킨스(Douglas Tompkins)라는 미국인은 "칠레는 제대로 된 에너지 정책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이 운동을 알리는 공공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 지난 10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파타고니아 지방 댐 건설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댐 건설 추진한 피녜라 대통령 지지도도 추락

반대론자들은 피녜라 대통령이 기업친화적인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드로아이센은 이탈리아-스페인-칠레 컨소시엄의 소유다. 게다가 대주주인 엔데사 칠레(Endesa Chile)는 댐이 건설될 두 개의 강에서 대부분의 용수권을 갖고 있다.

이 컨소시엄은 지난해 TV 광고로 환자 수술 중에 정전이 되는 장면을 내보내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드로아이센은 이 광고의 스폰서를 맡았다.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매몰 광부 33명의 극적인 생환 작전으로 지지율이 반등했던 대통령의 인기도 크게 떨어졌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피녜라 대통령의 지지도는 36%로 한 달 전보다 5% 내려앉았다. 반면에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60%가 넘는다.

환경위의 결정이 내려진 후 이제 투쟁은 아직 승인되지 않은 1912㎞ 길이의 수송로를 겨냥하고 있다. 이드로아이센의 수송로 계획은 올해 말까지는 유보할 것으로 보이며 2013년까지 최종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싸움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대니얼 페르난데스(Daniel Fernández) 이드로아이센 최고경영책임자는 반대자들의 주장을 "정보 왜곡"이라고 비판하면서 "건설될 수송로는 좁은 공간만을 차지하는 가장 효율적인 프로젝트"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정부의 공공 교육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21세의 건축학도 빅토르 세스페드(Víctor Cesped)는 "칠레인들에게 자연 유산은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며 "판타고니아는 긍지의 근원이고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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