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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는 청년유니온의 반면교사"

['청년 노동'을 말한다·③] "조직이기주의를 경계해야"

청년유니온에 대한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지는 못한다. 하지만 청년유니온이 기존의 조직노동운동이 포괄하지 못하는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풀기 위해 조직된 노동조합이고 합법적인 지위를 얻기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볼때 이게 엊그제 얘기인 것은 아니고, 그 이상의 이야기를 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어떤 '신생조직'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볼 뿐이다.

오늘날 소위 청년문제는 물론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기존의 조직된 여러 운동들이 풀지 못하고 있는 상황 또한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주체적으로 나서는 상황 자체가 평가해줄만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다른 모든 운동들도 기존의 운동이 풀지 못하는 운동의 주체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보면 청년유니온은 새로운 형식의 조직으로서 기존 운동이 품었던 고민을 자신의 것으로 다시 풀어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첫번째로 중요하게 지적해야 할 것은 이것이 기존 운동의 대안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동안 우리의 운동이 포괄하지 못한 부분을 포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청년문제가 계급문제의 한 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해는 것이다. 과거 노동운동이 번영하던 시절 확보한 노동운동의 성과가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 이어지지 못한 것은 당연하게도 기존 노동운동이 계급적 관점에서 구성되지 못하고 조직운동에 참여한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는데에 그쳤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기업노조를 중심으로 경제주의적 경향의 투쟁에 몰두하는 것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현대자동차노조의 소위 '세습고용'과 같은 문제가 좋은 예이다. 그러한 방식의 성과가 현대자동차노조라는 조직을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전체노동운동의 단결과 연대를 저해한다는 측면에서는 결코 좋은 방식이 아니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따라서 청년유니온이 기존 노동운동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자기 조직의 안위와 구성원들에게 돌아갈 경제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편협한 시각을 갖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더 많은 노동자들을 포용하고 그동안의 노동운동이 포괄하지 못했던 미조직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이에 대한 좋은 예로 프랑스의 쉬드노조(SUD)와 같은 모델을 제안해볼 수도 있겠다. 프랑스 쉬드노조는 연대, 단결, 민주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동조합 조직으로서 2006년 CPE반대 투쟁에서 늙고 병든 프랑스 노동운동에 일침을 날리는 대안적 조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들의 조직내 민주주의에 대한 원칙과 전체 계급운동에 대한 연대의 관점을 청년유니온의 것으로 소화한다면 청년유니온은 충분히 오늘날 위기를 맞은 노동운동의 대안적 조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생산적으로 토론하면서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가 또 하나 있다. 이것이 오늘 내가 지적하고 싶은 두번째 문제인데, 그것은 '왜 청년유니온이라는 조직이 아니면 안되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하는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청년유니온의 존재 의의, 기존의 노동운동이 포괄하지 못하는 청년문제의 노동운동적 해법을 모색하는 바로 그 작업을 기존의 노동운동이 어떻게 풀려고 했는지, 왜 거기에 합류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기존 노동운동의 '산별정신'이라는 것을 돌이켜보자. 기업별노조의 산별노조 전환은 민주노총 조직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이게 숙원사업인 이유는 기업별노조라는 형식이 청년유니온이 제기하는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도록하는 중요한 방해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직의 형식을 산별노조로 바꾸면 기업의 채용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지 못하는 미조직노동자들을 포괄할 수 있는 주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공공노조나 금속노조와 같은 민주노총의 주요한 노동조합들이 이미 산별조직으로 전환이 된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기업별지부 문제나 집단교섭, 단체협약의 방법과 관련한 여러가지 논점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아 서구와 같은 전형적인 산별노조 형태가 갖춰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오히려 이런 물음이 가능하다. '기존 노동운동이 산별노조의 형태를 제대로 갖출 수 있다면 청년유니온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한 주요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동시에 '그렇다면 왜 산별노조가 아니라 청년유니온인가?' 라는 물음도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조직에 대해서 조직적 형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 글을 통해서 왜 모두가 단결하지 않고 기존 노동운동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분열적 모습을 보이느냐는, 단순하고 폭력적인 문제제기를 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역으로 말하면 그게 가능한 상황이라면 청년유니온이라는 조직을 따로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여기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청년유니온은 예를 들면 민주노총 산별노조와의 관계에 대하여 심도있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생조직을 운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내부적으로 자조직중심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내가 일했던 조직에서도 항상 그랬다. 우리에게는 다른 조직이 갖추지 못한 대의가 있고, 우리는 기존의 운동과는 결이 다른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는 주체들이라는 다소 오만한 생각들이 기존의 계급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방해해온 사례가 부지기수다.

다시 말하자면 청년유니온이 노동운동의 주체로서의 전망을 가진다면 기존 노동운동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유니온이 어떻게 하면 자립할 수 있는가를 고민할 필요도 있지만 산별노조라는 노동운동의 오랜 노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가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 설립 투쟁을 보며 과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설립 투쟁을 떠올렸다. 덤프트럭 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에 속하기 때문에 노동조합 설립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레미콘노동자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소산별노조인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에 덤프연대지부라는 이름으로 형식적인 가입을 했었다. 화물트럭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의 신세여서 당시 이미 존재했던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에 화물연대지부라는 형식으로 가입을 했다. 두 조직은 시간이 흐른 후 각각 전국건설노조와 공공공운수노조준비위라는 대산별의 형태로 거듭났다. 나는 이것이 기존의 노동운동과 새롭게 생겨난 운동이 고민을 함께 하면서 서로 좋은 영향을 줄 가능성을 만들어낸 하나의 예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청년유니온이 반드시 지금 존재하는 산별노조 체계에 포섭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설립투쟁의 실패가 되풀이될 때, 다른 어느것보다도 노동조합이라는 법적 지위를 얻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될 때, 과거에 이러한 예가 있었음을 상기해볼 수 있다는 의미로 새삼스레 적어본 것이다.

너무 긴 얘기를 했다. 기대가 많으니 할 말도 많다. 나는 처음에 밝혔듯이 청년유니온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미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유니온이 한국 노동운동의 모순을 죄다 짊어져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모두들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아무쪼록 넓고 길게 전망을 세우는 청년유니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4월 20일자 '손문상의 그림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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