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기륭전자 구(舊)사옥에 문화예술인들이 모였다. 포크레인 위에서 12일째 농성 중인 기륭전자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해고노동자들은 지난 2005년까지 기륭전자에 비정규직으로 파견돼 위성방송 수신기 등을 만드는 일을 해 왔다. 2005년 7월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 명이 노동조합(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을 결성하자 사측은 이들을 해고했다. 해고노동자들은 6년째 싸움을 이어왔다.
이들은 '원직 복귀와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사옥 앞에 농성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기륭전자측은 공장 부지를 코츠디엔디라는 회사에 팔았고, 코츠디엔디와 함께 포크레인을 들여 농성장의 철거를 시도했다. 노동자들은 이를 막기 위해 포크레인 지붕 위에 올라 철야 농성을 하고 있다.
▲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장. 포크레인 위로 12일째 철야 농성에 접어든 송경동 시인과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이 보인다. ⓒ프레시안(최형락) |
여기에 사진가, 미술가, 작가 등 문화예술인이 모여 "죽음의 포크레인을 멈추라"며 기자 회견을 하고 나선 것.
송경동 시인은 "사 측은 6년 동안 피눈물로 지켜온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마지막 터를 포크레인으로 빼앗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송 시인은 "우리가 여기 올라오고 싶어서 올라온 게 아니"라며 "사측, 용역, 경찰의 삼자 연대가 우리를 여기까지 밀어올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과 함께 포크레인에서 철야 농성을 해 왔다.
정부를 향한 다른 문화예술인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에서 활동하는 양기환 씨는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은 삶의 터전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6년을 버텨왔다"며 "현 정부는 기륭 문제를 외면하고는 공정 사회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변화를 희망하는 사진가들' 소속 노순택 씨는 "G20 외국 정상 스무 명을 모시고 와 한국 국격의 실체를 보여주고 싶다"며 "공정 사회의 실체는 기륭 앞에 있다"고 말했다.
기륭전자 분회는 4~5차례 물밑접촉 끝에 지난 13일에 사측과의 잠정 합의를 끌어낸 바 있다. 1년 6개월 뒤 해고노동자 10명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그 골자다. 그러나 사측이 16일 합의서 조인식을 앞두고 '고용 관련 조항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합의안을 파기하면서 사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황철우 기륭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금천경찰서가 비공식적으로 2~3일 뒤에 포크레인으로 농성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혀왔다"며 "실무교섭 논의가 무산되면 더 이상 교섭의 여지는 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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