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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노사교섭 결렬…여성 비정규직 끝내 병원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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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노사교섭 결렬…여성 비정규직 끝내 병원行

단식 67일째 "병원가도 단식은 계속"

비정규직을 불법 파견으로 사용 해 온 회사의 집단 해고로부터 시작해 꼬박 3년 동안 "죽는 것 빼곤 다 해 봤다"던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의 꿈이 또 한 번 좌절됐다. 10명의 조합원이 시작해 그 가운데 2명이 67일 동안 이어 왔던 단식 농성으로도 일터로 돌아가기는 역부족이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중재로 다시 열린 기륭전자 노사의 교섭은 지난 14일 밤, "신설회사로 고용한다"는 큰 원칙에 합의를 이루고도 고용 인원과 해고 기간 임금 등의 몇 가지 쟁점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끝내 결렬됐다.

단식 중이던 김소연 분회장(39)과 조합원 유흥희 씨(38)는 16일 오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및 각계의 설득에 마음을 돌려 병원 행을 결심했다. 하지만 김소연 분회장은 "'살아서 싸우자'는 마음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도 "도저히 이런 상황에서 단식을 풀 수는 없다. 응급조치가 필요하다면 받고 단식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신설회사 고용' 큰틀 합의해 놓고도 인원, 기간 등 문제로 결렬
▲ 단식 58일 째이던 지난 7일 김소연 분회장의 모습. ⓒ뉴시스

두 여성 노동자의 극한의 단식이 70일을 바라보던 14일, 기륭전자 노사의 교섭은 한 때 극적인 타결 분위기로 술렁였다. 양 측의 변호사까지 참석해 잠정합의안 문구를 조율할 정도였다.

하지만 끝내 타결에는 실패했다. "기륭전자가 아닌 신설회사로의 고용"이라는 큰 틀에서의 합의도 무용지물이었다. 현행법상 의무는 아니더라도 불법 파견인만큼 회사가 이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애초의 주장에서 노조는 대폭 양보했다. "물량과 임금 등을 사 측이 지원하겠다면 자회사라는 단어나 1년 후 정규직화 요구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난관은 또 있었다. 회사는 현재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는 10명의 조합원만 고용할 수 있다고 나왔다. 노조는 반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취업 의사가 있는 27명을 고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고용 보장 기간과 지난 3년 동안의 임금 문제도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끝내 이날 저녁 8시 경 노사의 교섭은 최종 결렬됐다. 단식 중인 두 여성 노동자들의 '죽음의 사투'의 결실은 또 다시 뒷걸음쳤다. 추후 교섭 일정도 잡지 못했다. 불투명한 날들이 다시 이어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김소연 분회장 "또 한 번 동지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 죄송"

이날 밤부터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이미 유흥희 조합원은 폐에 물이 찬 것 아닌지 의심된다는 의사의 소견이 나온 상태였다. 김소연 분회장은 지난 12일부터 "소금과 효소마저 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소금과 효소마저 끊은 상황에서 며칠을 더 버틸지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동조단식을 하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노사 교섭이 결렬된 다음날 병원으로 실려 갔다. 금속노조는 중앙쟁대위 회의에서 기륭전자 문제를 1안으로 상정해 다뤘다. 투쟁계획을 세우고 단식 중인 2명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2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밤샘 고민 끝에 병원 행을 결심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이날 발표한 글에서 "문제해결이 되지 않은 한 단식을 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시작했고, 더구나 현재 해결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커녕 교섭도 결렬된 상황에서 아무런 진전 없이 단식을 접어야 하는가, 너무 많은 고민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또 한 번 동지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죄송하지만 죽어서 이곳을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당당하게 내려갈 것"이라며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더라도 단식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번 사태 책임의 주체가 책임 있는 자세 안 보여"

이들의 벼랑 끝 사투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노사 교섭마저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사 측의 태도와 정부의 무기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성명을 통해 "사측은 불법파견으로 인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를 발생시킨 책임 있는 주체로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고용보장안을 충실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계비 지원 문제 등에서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노동자의 목숨이 위험한 순간까지도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고 정부는 손을 놓고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며 노동부의 '수수방관'을 비난했다.

진보신당도 "교섭 아닌 교섭조차 결렬되게 만든 사측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버렸다"며 "(한나라당도) 합의안 약속 운운하더니 나중에는 면담조차 거부해, 사람의 목숨 앞에서도 이를 정치적 술수로만 이용하며 사측을 비호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19일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21일에는 서울 구로구 가산동 기륭전자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사 측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17일로 1090일째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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