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김소연 분회장이 10m 철탑 위에서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94일 간 단식 농성을 했던 몸이 채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기륭전자 정문 수위실 위 옥상에서 여름 한 계절을 꼬박 보냈던 김소연 분회장이 20일 다시 공장 안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하늘 위로 올라갔다.
시청 앞에 설치된 무대 조명탑과 구로공단역 CCTV 철탑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고공 농성이었다. 이날 오후 5시 경 노조와 공대위 등이 공장 정문 앞에 설치한 10m 철탑에 올라간 김소연 분회장은 다시 "죽음"을 얘기했다.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함께였다.
이들이 철탑을 쌓은 것은 최근 계속되고 있는 기륭전자 사 측의 농성장 침탈 등 노사의 물리적 충돌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오전에도 기륭전자가 고용한 용역 경비원과 노조 조합원 등이 충돌해 코뼈가 내려앉는 등 4명이 크게 다쳤다.
1150일을 넘긴 기륭전자의 노사 갈등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점점 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용역 경비원과 수시로 충돌·부상…2006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고, 여기저기서 뒤섞인 채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의 풍경은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김소연 분회장은 계속되는 용역 경비원과 회사 직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두고 "2006년 상황으로 고스란히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에도 양 측은 격렬하게 충돌했다. 그 과정에서 2명의 시민이 크게 다쳤다. 김소연 분회장은 "용역 경비원에게 둘러싸여 2명이 집단 폭행을 당했고, 한 사람은 앞니 3개가 부러지고 코뼈가 주저앉았으며 또 한 사람은 머리를 심하게 맞아 상처가 났다"고 설명했다.
용역 경비원-회사 직원-경찰의 순으로 노조원 앞에 정비
오후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5시 경 집회를 마친 기륭전자 조합원 및 시민들이 공장 정문 앞에 철탑을 쌓기 시작하자, 제일 먼저 이들에게 들이닥친 것은 경찰.
이 과정을 공장 안에서 지켜보던 용역 경비원은 노조가 철탑을 다 쌓고 김소연 분회장 등이 위로 올라간 뒤에 정문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제일 앞에서 참석자들을 거칠게 밀어붙이는 용역 경비원 뒤에는 푸른 색 작업복을 입은 회사 직원들이, 그 뒤에는 전투 경찰이 자리 잡고 있었다.
참석자들을 밀어낸 뒤, 경찰은 김소연 분회장이 올라간 철탑을 에워쌌다. 이에 항의하는 시민 한 명은 경찰에 둘러싸여 집단 폭행을 당한 뒤 공장 안으로 끌려들어가기도 했다.
"죽어라"며 철탑 흔드는 용역 경비원…김소연 "죽으라면 죽겠다"
기륭전자 공대위의 송경동 집행위원장은 "정문 밖은 기륭전자의 사유지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회사 측이 우리의 농성을 막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참석자들을 향해 "자진 해산 하지 않으면 전원 연행하겠다"고 경고하고, 철탑 위의 김소연 분회장에게도 "스스로 내려오지 않으면 강제로 끌어내리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후 8시 30분 현재, 경찰에 의해 집회에 참석 중인 5명의 시민이 연행됐고, 회사 직원들과 용역 경비원이 철탑을 에워싸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철탑 아래 회사 직원들이 "죽어라"고 소리치며 철탑을 흔들었고, 이에 김소연 분회장이 두 팔에만 의지해 철탑에 매달리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상규 위원장에 의해 간신히 다시 철탑 위로 올려진 김 분회장은 "죽으라면 죽겠다"며 울먹이고 있다.
최근 노조는 기륭전자가 납품하는 미국의 시리우스사를 압박하기 위해 미국 원정 투정단을 보내고, 사 측도 이에 맞서기라도 하듯 잇따라 농성장에 용역 경비원을 투입하면서 양 측의 갈등은 점점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가운데 기륭전자는 오는 25일 본사를 신대방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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