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만난 주부 장숙자(가명) 씨는 "직접 김장을 해서 집안 식구네 명은 물론 따로 사는 아들과 며느리에게까지 보낼 예정인데 아무 재료나 쓸 수 있겠느냐"며 "중국산 배추는 싸도 안 살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다른 소비자 정귀연 씨는 "식당 김치만 중국산으로 채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 음식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는 말이다.
▲ 영등포시장의 한 채소 노점. 가격을 물어본 손님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프레시안 |
곁에 있던 노점상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중국산 배추가 많이 들어오면 국내에 농사짓는 사람들은 망할 것"이라며 정부 대책에 반대 생각을 표명했다. 그는 "(이상기후 피해로) 아직 망한 것도 못 처리했는데 시골 사람들 죽이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채소 파는 우리도 힘들지만 농사짓는 사람들은 더 안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산 배추를 국산으로 속여 팔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인들이 일제히 부정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 고창 농민회 이대종 사무국장은 "지금도 중간 상인들이 배춧값을 깎아달라고 난리인데 중국산 배추까지 들어오면 얼마나 많은 농간을 부리겠느냐"면서 "아마 잔금도 제대로 안 치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영등포시장 채소 가격은 대파 한 단 2500원~4000원, 알배기 배추 한 통 4000원, 양배추 한 통 5000원, 무 2000원, 상추 · 깻잎 · 시금치 · 고추가 한 바구니에 2000원이었다. 대형 마트보다는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가격을 묻기만 할 뿐 정작 사가는 손님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장숙자 씨는 "그래도 대파 하나는 2500원에 건졌다"며 가벼워진 장바구니를 들고 떠났다.
재래시장 채소상인들은 "원가 상승 때문에 채소를 구하기도 힘들고 이윤을 남길 수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ㄱ상회 채소상인은 "도매시장에서 배추 세 포기를 3만2000원에 사왔는데 손님들은 3만 원에 내놓아도 안 가져간다"고 말했다. 다른 노점 채소상인은 "배추는 아예 들일 엄두도 못 냈고 다른 채소도 안 팔리긴 마찬가지"라며 "사서 먹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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