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입장이 "재협상은 없다"에서 "재협상을 검토하겠다"로 급선회했다.
물론 재협상 조건으로 "양국에 이익이 된다면"이라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지만, 지난달 2일 타결된 한미 FTA가 이미 양국의 이익의 균형을 이룬 것이라는 정부의 대대적인 선전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재협상 절대 없다"고 하더니…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18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KMA) 조찬강연에서 "미국의 일방적 재협상 요구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미국이 한미 FTA에 대해 공식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양국에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면 일단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연구단장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가 "정부는 '조건부 재협상론', 즉 개성공단 원산지 즉각 인정, 전문직 비자쿼터의 인정 등을 내걸고 '실익이 되는 재협상론'을 전파하려 할 것"이라고 했던 예측과 맞아 떨어진다.
한미 FTA 재협상 논란은 협상 타결 직후부터 미국의 의원들이 자동차, 쇠고기 등에서 재협상을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그러다 지난 11일 미국에서 '신통상정책'이 발표되면서 재협상 논란은 정점에 달했다. 신통상정책이란 지난해 11월 미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통상협정 관련 요구사항을 담은 패키지로, 한미 FTA도 일단은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재협상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한덕수 국무총리,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 등 한미 FTA 핵심 관계자들은 '재협상은 절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재협상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급기야는 청와대가 나서 '재협상 불가'라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미국 측은 18일 오전 현재까지는 재협상을 공식 요구해오지 않았다.
김종훈 "가타부타 논란 말고 빨리 비준 동의해야"
한편, 정부 쪽에서는 한미 FTA의 국회 비준동의 시기에 대해서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협상을 끝냈으면 정부로서는 할 일을 다 한 것이고, 국회의 비준동의에는 훈수를 두지 않겠다'던 과거의 입장에서 선회한 것.
김종훈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미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무역촉진권한(TPA)이 6월말로 만료되고 TPA 연장 이전에 미국이 다른 나라와 추가로 FTA를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이 기간 한국의 미국시장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한미 FTA 비준 절차를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한미 FTA에 대해) 가타부타 논란 말고 빨리 비준동의 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오는 6월말 최종 체결이 되면 국회에서 내용을 면밀히 따져 볼 것은 따져 보되 가급적 빨리 발효가 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전날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초청 오찬강연에서 "9월 정기국회에 한미 FTA 비준동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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