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협상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이미 내부적으로는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주고받기' 대상에 올릴 요구사항을 고르는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이 지난 11일 발표한 '신통상정책'에 따라 한국에 노동, 환경,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투자 등에서 새로운 요구를 해올 경우,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요구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 정부가 개발한 논리다.
우리 측의 요구대상으로는 통상교섭본부가 한미 FTA의 기대이익으로 선전했으나 결국 협상에 실패한 것과 다름없는 '전문직비자 쿼터의 확보'와 '개성공단산 상품의 한국산 인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재협상 없다'더니…
이같은 정부의 반응은 '어떤 경우에도 재협상은 없다'던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1일 미국발(發) 재협상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자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표명하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협상 결과의 균형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의견을 미국 측에 전달한 바 있다.
'협상 결과의 균형'이란 표현을 두고 '결국 재협상을 통해 주고받기가 가능하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통상교섭본부와 청와대 측은 그런 해석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해오면 한국은 이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미 의회가 한미 FTA 비준동의를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할 경우, 한국 측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이미 타결된 협상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
다만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국내 비판을 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재협상'이란 말 대신 '추가협상'이란 말을 쓴다든지 아니면 쇠고기 협상처럼 공식적으로는 한미 FTA와 관계없는 별도의 협상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자동차도 재협상 대상에 오르나?
실제로 한미 FTA 재협상이 있을 경우, 재협상의 내용은 11일 발표된 신통상정책의 내용만 반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자동차, 쇠고기 등에서 재협상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 의회가 '페루, 파나마와의 FTA는 신통상정책만 반영되면 미 의회의 비준동의를 보장하겠다'고 미 정부에 약속했지만, '한국과의 FTA에는 신통상정책 그 이상이 반영돼야 비준동의를 해주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 의회의 '한미 FTA 3인방'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상원 재무위원장인 맥스 보커스 의원(몬태나주, 민주당)과 하원 세입세출위원장인 찰스 랭글 의원(뉴욕주, 민주당), 그리고 세입세출위 산하 무역소위원장인 샌더 래빈 의원(미시간주, 민주당)은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자마자 재협상을 하라고 요구해 왔다.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세입세출위원회는 한미 FTA의 주무 위원회다. 이들 위원회는 이미 미-페루 FTA의 재협상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킨 바 있다.
협정문은 예정대로 공개될 듯…20일? 21일?
한편, 재협상 여부와 상관없이 한미 FTA 협정문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재협상의 대상이 되는 협상 내용은 빈칸으로 처리되거나 '재협상 중'이라는 말이 붙을 전망이다.
공개 일자로는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5월 20일과 21일이 중구난방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협정문 공개 시기는 미국 시간으로 20일, 즉 한국 시간으로는 21일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협정문은 영문본과 국문본을 합쳐 모두 3500여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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