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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위원장은 그 '부끄러운 입' 다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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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위원장은 그 '부끄러운 입' 다물어야

[한미FTA 뜯어보기 203 : 기자의 눈] 문건유출 논란을 보며…'방귀 뀌고 성내는' 정부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전략을 담은 문건이 유출돼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밝혀진 바와 같이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하며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반덤핑 관련 요구들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점은 전혀 부끄럽지 않은가 보다. 정부는 오히려 '협상력 약화', '국익 유출' 등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한 공세는 물론이요 '비밀의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제출하며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한꺼번에 막을 체계적인 장치 마련에 나섰다. 그야말로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이다.

이 사건의 1차적인 불똥은 이 문건을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은 일부 국회의원들과 이 문건의 내용을 보도한 <프레시안>, <한겨레>로 튀는가 싶었다. 그러다 국회 쪽에서 '정부가 협상도 제대로 못해놓고 국민들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범인 색출 운운하며 협상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역공이 거세지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잊으셨나요? <프레시안>은 재범(再犯)입니다!

그런데 문건 유출로 핏대를 올리는 사람들 중에 정작 <프레시안>이 '재범(再犯)'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할지도 모르겠지만, 지난해 5월 <프레시안>은 '미국기업에 한국정부 제소권 보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우리 측 협정문에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넣었다고 단독보도 한 적이 있다. (관련기사 보기☞)

이 기사의 근거가 된 것은 정부가 1차 협상 직전에 국회에 제출했던 '대외비' 문건이었다. 문건의 내용이 공개되자 외교통상부는 "정부가 대외비로 국회에 보고한 자료를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대외협상에 있어 우리 국익에 손실을 가져왔다"고 <프레시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그랬던' 정부도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정부는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7월 뒤늦게 'ISD검증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제도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같은 움직임 역시 <프레시안>은 외교통상부의 '비공개' 내부문건을 인용해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그 결과 우리 정부는 △수용(收用, expropriation) 관련 분쟁은 국제중재재판 대신 국내중재절차에 따르도록 하자 △간접수용(수용과 같은 효과를 내는 정책) 예외대상의 예시에 부동산 정책, 일반과세 정책, 반독점 정책을 넣자 △'투자 가치의 일부 감소'는 수용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자는 등 여러 가지 협상전략을 새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문건 유출의 결과는 결국 우리 측 협상단의 협상 전략이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변경된 것이었다. 대외비 문건의 내용을 굳이 들춰내야 했던 기자로서는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았다. "그래, 우리 정부가 꽉 막힌 것만은 아니야!"

'문건유출→보도→비판여론 형성→정부 재검토→협상전략 수정'의 지난한 길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문건은 <프레시안>이 지난 18일 "정부가 무역구제 분과의 우리 측 요구사항들을 사실상 포기하고 그 대신 다른 분과의 '협상카드'로 활용한다는 협상전략을 짠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며 그 근거로 인용한 정부 비공개 문건이다. (관련기사 보기☞)

외교통상부는 이날 이 보도에 대해 "정부가 국회 한미 FTA 특위에 제출한 비공개 문건이 유출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습 효과'도 없었는지 정부가 또다시 '문건 유출=국익 손실'이라는 공식을 들고 나온 것이다.

<프레시안>은 다음날인 19일 또 다른 비공개 문건을 인용해 "한미 FTA가 체결되면 '신(新)금융 서비스' 상품이 대거 국내로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에 진출하는 미국 금융기관들이 한국 내의 지사가 보유하게 되는 한국인의 금융정보를 미국 본사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보기☞)

그런데 이번엔 재정경제부가 이날 보도에 대해 "정부가 국회 한미 FTA 특위에 제출한 비공개 문건이 유출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외통부와 똑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문장이 하나 더 들어간 것 빼고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재경부가 외통부 것을 보고 베낀 것인지 아니면 '국익을 빌미로 한 변명 양식'이라는 게 정부 내에 따로 정해져 있는지 잘 모르겠다.

걸핏하면 '국익' 운운하는 통상관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지난해 5월 대외비 문건이 유출됐다. 우리 국민들은 그 문서의 내용을 보고서야 한미 FTA 협상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관계부처 관료들과 민간 전문가들을 모아 이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그 결과 정부는 당시 진행 중인 협상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협상전략을 수정했다. 그런데도 문건 유출이 무조건 국익에 손실을 끼친다고 우길 수 있는가?

정말 국익 생각한다면 협상전략 재검토해야

<프레시안>과 <한겨레>의 보도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볼모로 한 스파이 짓'이라거나 '특종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나라를 판 매국행위'라는 식으로 정부의 비판이 거세다. 당연히 이같은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건 유출이라는 '짓'을 해서라도 맹목적인 통상관료들을 일일이 견제하지 않으면 한미 FTA가 우리 국민들의 미래를 앗아갈 것 같은 현실이 안타깝다.

돌이켜보면 이미 '4대 선결조건'이라는 미국과의 이면합의를 통해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약속하고, 스크린쿼터도 축소했던 그들이 아니던가. 이처럼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그들이 대(對)국회 보고서에서라고 진실만 말했을까. 이런 점에서 김종훈 협상 수석대표가 "원래 국회에 보고할 때는 (문건 유출을 고려해) 에누리 한다"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말로 국익을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협상전략을 재검토하고 변경할 일이다. 그간 정부가 되풀이해 온 '협상 타결보다 내용을 우선시 한다'는 말에 1%의 진심이라도 들어 있다면 말이다. 문건 유출을 지렛대 삼아 협상을 우리 측에 유리하는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의 협상 능력을 보건대 ISD 경우처럼 뒷북만 치는 꼴이 날 공산이 크지만 그런 기대라도 갖고 싶은 심정이다.

이것이 기자에게 "국익을 위해 기사를 내려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던 협상단의 '그 분'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또 "기자가 미국에 그 문건을 건네줄까봐 염려돼 잠이 안 온다"면서 "문건을 돌려 달라"고 호통치던 협상단의 또 다른 '그 분'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다.

한덕수 한미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에게는 특별히 요새 유행한다는 '실명 비판'을 해야겠다.

"지난 2002년 마늘 협상 때 '국민들 몰래', '농림부 몰래', 심지어 '청와대 몰래' 중국의 통상무역보복 위협과 마늘시장 수입안전장치를 맞바꾸는 '빅딜'을 했고, 나중에 '국가기밀 유출'로 그 사실이 밝혀져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경질된 '전력'이 있는 귀하는 이번에 정말로 한 마디도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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