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전략 관련 문건 유출 사건을 두고 정부와 국회 간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한미FTA 특위는 24일 문건의 유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위원 5명으로 이뤄진 진상조사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조사 범위와 위원 인선 등은 홍재형 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의 협의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홍 위원장은 이날 열린 회의에서 "우리측 보고자료가 일부 언론에 유출돼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유감을 표한다"며 "문서 유출에 대해 특위는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가 밝혀지는 대로 관계자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또한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 국회의 책임을 물은 정부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선 위원장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부가 특위위원 30명을 피고인으로 만들어"
한미 FTA 특위 위원들도 "정부가 국회를 모독했다"며 반발했다. 특히 정부 일각에서 유출 의혹의 당사자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행정부 관리의 잣대에 의해 절도범으로까지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밀이라고 보기 힘든 문건을 두고 정부가 국회에 보인 태도는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한덕수 한미FTA 체결지원위원장의 특위 출석과 직접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국회에 책임을 돌리고 민노당과 본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근거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사법적으로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신중식 의원도 "정부 측에서 구두로 설명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을 굳이 문서로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정부가 이 문서를 의원들에게 3~4시간 방치되도록 배포했어야 했는지도 문제"라며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 역시 "이번 사태로 정부가 국회를 모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국회와 정부 간 책임 공방이 더 이상 계속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은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듦으로서 각종 협상 과정에서 국익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전범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책임 공방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훈 한미 FTA 협상단 수석대표는 이날 "문건 유출에 대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민의 심려가 클 줄로 알고 있다"며 "정부 내에서도 1차적인 책임의식을 갖고 있으며 내부에서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전날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정부가) 문서관리는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한미FTA 협상, 반환점 훨씬 지났다"
한편 이날 김종훈 수석대표는 미국과의 협상 진척 상황에 대해 "마라톤에 비유하면 반환점을 훨씬 지났다"며 "지금 협상이 상당히 익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해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김 수석대표는 이어 협상의 주도권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아직 받아낸 것도 없지만 미국에 준 것도 없다"면서 "기술적 문제만 놔두고는 아직 양측이 팽팽하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