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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유출 파동의 배후는 정부와 협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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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서유출 파동의 배후는 정부와 협상단"

[한미FTA 뜯어보기 200 : 인터뷰] 심상정 의원 "FTA협상의 비밀주의를 경계한다"

심상정 의원이 단단히 화가 났다. 그는 "정부가 국회의원들을 법적 근거도 없이 범인 색출하듯이 안하무인격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한미 FTA 문서유출 파동을 통상 비밀주의에 악용한다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벼렸다.

심 의원은 23일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누가 문서를 유출했느냐가 중요하려면 유출된 내용이 기밀에 속하고 협상에 영향을 주느냐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출경로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정황 상 "문서 유출 파동을 키워서 상황을 주무르려는 정치적 배후는 협상단과 정부"라고 적시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정부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거론했다.
▲ ⓒ프레시안

그도 그럴 것이 문서 유출 파동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국정원이 이날 '비밀의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비밀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나선 대목이 심상치 않다. 이에 따르면 국가안보와 관련된 비밀의 범위를 통상, 과학, 기술 등 국가 이익 관련 개념으로까지 확대해 이를 누설하는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실패한 협상'에 대해 '문서 유출 사건'을 빌미로 국회 쪽에 책임을 전가하고 향후 고위급 협상에서 비밀주의를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패한 협상과 관련해선 "견제 받지 않는 일부 친미 관료들의 독단적 정책 추진의 결과"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한미 FTA를 돌이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한미 FTA를 정략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한미 FTA의 비극이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심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심각한 협상 전략이 도대체 뭔가"

프레시안 : 이번 문건 사태의 본질이 뭐라고 보나?

심상정 : 실패한 협상을 포장하기에 급급한 정부의 통상 비밀주의가 빚어낸 필연적 사태다.

프레시안 : 한때 유력한 문건 유출자로 지목받았다. 기관에서 색출 중이라던데 조사 받은 적 있나?

심상정 : 정부나 외교부나 국정원에서 전화 한 통 받은 바 없다.

프레시안 : 불쾌하겠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아직까지 누가 유출했느냐다.

심상정 : 나는 유출 경로에 대한 정보가 없다. 다만 국회나 정부에서 유출이 됐다면 한미 FTA 협상이 워낙 심각해서 국민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우려에서 나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에서 유출이 됐다면 내부 고발자는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

프레시안 : 심 의원은 이번 문건파동의 성격을 달리 보는 것 같다.

심상정 : 누가 유출자냐에 관심이 있을지 몰라도 그게 중요하려면 유출된 내용이 기밀에 속하고 협상에 영향을 주느냐가 전제돼야 한다. 이 문건 유출로 타격을 받은 심각한 협상 전략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각 부처의 가이드라인, 대외장관회의의 핵심 협상 전략은 국회 FTA 특위에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 기술적인 측면만 가지고 면피용 보고만 해 왔다. 정부가 문서유출 파동을 협상 비밀주의에 악용하려고 하면 그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한미 FTA는 일부 부처의 관료에 의해 독단적으로 추진돼 왔다. 상대국을 이롭게 하고 다수 서민들의 민생을 파탄내고 국가 주권까지 유린하는 관료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또 다른 중대한 문제는 행정부가 의원들을 법적 근거도 없이 범인 색출하듯이, 피의자 다루듯이 하는 안하무인격 태도다. 국회의 권위를 짓밟는 행태에 대해 국회는 분명히 그 책임을 묻고 권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프레시안 : 여당 간사인 송영길 의원이 "국회에서 대외비 자료가 유출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현재 국회에 있는 FTA 관련 자료 열림실을 잠정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고 한다.

심상정 : 유감스럽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규정한 대외비 문건이 나간 것을 가지고 이렇게 색출작업을 벌인 일이 헌정사상 있었는지 묻고 싶다. 권위주의 시절 안보를 이유로 인권까지 유린한 행정부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바로잡는 게 국회의 임무 아닌가. 이를 바로잡아야 할 여당 간사가 정부에 부화뇌동해서, 정부의 입장에 편승하는 발언을 한 것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벌서 며칠째 누가 가져갔는지 밝혀내지 못하면서 정부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심상정 :정부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문서유출 파동을 키워서 상황을 주무르려는 정치적 배후는 협상단과 정부이기 때문이다.

"들러리 국회, 졸속타결 국회는 곤란"

프레시안 : 연필로 문서 위에 대외비라고 썼다고 했는데, 이런 게 실제로 법적 효력이 있는 건가?

심상정 : 보안업무규정에서 정한 비밀 중에 대외비라는 항목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다만 대통령 훈령에 불과한 시행규칙이 그 상위의 대통령령인 보안업무 규정에도 없는 '비밀 아닌 비밀'인 대외비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하위 규정이 상위규정에도 없는 내용을 비밀로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0년 7월 공안사범 사후관리지침을 공개하라는 소송에서 나온 판례가 있다. "법률에 의한 명령의 시행세칙에 불과한 규칙에 의해 대외비로 분류돼 있는 것만으로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프레시안 : 오늘 국정원에서 '비밀의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심상정 : 이것은 행정 편의주의의 발상일 수밖에 없다. 한미 FTA 협상에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는 고위급 협상을 철저히 밀실로 가져가겠다는 의도다. 문서 유출 논란이 일어난 시점과 유출 논란을 두고 이루어진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은 이번 문서 유출사건의 진정한 정치적 배후가 누구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만일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행정편의를 위해 비밀문서 규정을 악용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하며 이번 문제를 계기로 비밀문서 관련 규정을 대폭 개혁해야 한다.

프레시안 : 정부 쪽에서 오늘 '문서 유출의 유탄'으로 산업은행, 기업은행 방어가 어렵다고 한 부분도 실패한 협상에 대한 책임전가 징후인가?

심상정 : 산업은행, 기업은행 문제도 공공연하게 보도됐다. 협상에서 양해하기로 한다고 이미 수정했다. 이 부분도 협상 실패의 책임을 부풀려 전가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문서유출 파동과 관련해 일련의 맥이 있다.

프레시안 : 24일 국회 한미 FTA 특위에선 문건파동과 관련해 진상조사단을 꾸리자는 제안이 거론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당에서도 진상조사 얘기가 나오고….

심상정 : 나도 고민 중에 있다. 그러나 누가 가져갔는지를 색출하기 위한 진상조사만 한다면 무의미하다. 실제로 문서 유출이 핵심정보의 유출인지, 정부 주장대로 핵심 협상전략을 무장해제 시킨 것인지를 아울러서 조사해야 한다. 이 문건이 기밀의 내용을 갖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진상조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문서 유출 파동으로 국회 특위도 일정한 제약을 받지 않을까?

심상정 : 그런 특위라면 필요 없다. 국회 FTA 특위는 지원대책위가 아니다. 국민의 이익을 지켜내는지 통제하는 게 국회인데 지금까지 국회 FTA 특위는 졸속협상을 추진하는 정부를 비호하는 연합사령부 같은 식으로 운영됐다. 들러리 국회, 졸속타결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盧, 한미 FTA를 대선정국에 활용할 수도"

프레시안 : 이번 문서 유출 파동으로 인해 한미 FTA에 실질적인 전략 수정이 있을 수 있다고 보나?

심상정 : 웬디 커틀러 미측 대표가 이번 협상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전체 협상일정은 막바지로 가는데 이번 협상에서 새롭고 강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워싱턴에 가서 검토할 사항이 많다. 진전된 발표가 없다고 부정적으로 보지 말라. 상관과 상의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나는 이 대목에 주목한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라고 보나?

심상정 : 미국 측에 무언가 고무적인 제안이 있었다는 뜻이다. 쇠고기와 자동차, 의약품, 위생검역 부문 등을 다 내줄 테니 대국민 면피용으로 개성 원산지 표시나 무역구제 정도만 해결해달라는 제안이 들어간 것으로 본다. 무역구제를 수용한다고 해도 알맹이 없는 껍데기 요구일 수밖에 없다. 쇠고기 위생검역을 완화하면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다. 의약품 협상에서 특허권 5년 연장만 수용해도 최소한 5조8000억 원의 약값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자동차 관련 국내 세제를 바꾸라는 요구는 행정주권 침해다. 이를 들어주면 미국 자동차 업계에만 행운을 주는 행위이다. 이건 빅딜이 아니라 일방적 양보다. 국민들을 속이는 명분도 없는 짓이다.

프레시안 : 다 내주는 협상이라는 점이 누누이 지적됐음에도 U턴은 결국 어려운 것인가?

심상정 : 한미 FTA 협상의 성격과 결말은 초기에 4대 선결요건을 다 내줄 때 예견됐었다. 강화도 조약이 불평등 조약인 것은 양국의 교섭관계가 불균등했기 때문이다. 4대 선결요건이야말로 통상의 최대 현안이다. 쇠고기, 의약품, 자동차, 스크린쿼터 등을 관철시켜나가는 과정이었다. 또한 대내적으로는 비민주적인 협상이었다. 국내의 이해관계자와 국회를 배제한 상태에서, 다시 말해 통상 비밀주의 속에서 진행된 게 한미 FTA다. 굴욕적 불평등 협상이다. 견제받지 않는 일부 친미 관료들의 독단적 추진의 결과다.

프레시안 : 2월 빅딜설이 구체화 되는 등 한미 FTA 협상을 돌이킬 수 있는 길이 없어 보인다.

심상정 :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국민과의 약속대로 균형도출 원칙으로 본다면 중단됐어야 옳다. 그러나 개헌 발의에서 보듯이 노 대통령이 우리 경제와 주권 문제에서 심각한 영향력을 갖는 한미 FTA를 정략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한미 FTA의 비극이다.

프레시안 : 한미 FTA가 정략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심상정 : 한미 FTA의 체결 여부를 대선 정국에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한미 FTA 반대론에 저항한 여권 내 특정주자와 세력의 손을 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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