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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라크 증파 거의 결정"…그 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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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라크 증파 거의 결정"…그 심리는?

[진단]FP "매파 의견 선호, 확정된 손실 꺼리는 심리 때문"

미국의 <NBC> TV가 4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만여 명의 추가 병력을 일시적으로 90일 가량 이라크에 배치하기로 거의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이 방안을 포함한 이라크 정책을 9일 경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주둔 병력을 더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결정 단계에 들어갔다는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NBC>는 또 백악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부시 행정부와 일부 군 고위인사들은 바그다드에서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종파 간 분쟁을 제어하기 위해 치안을 더욱 확고하게 하지 못하면 이라크 사태가 호전되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그 배경을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라크의 종파 간 유혈 분쟁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 이라크 보안군 훈련을 본격화하고 보다 많은 이라크 영토 관할권을 이라크 정부에 이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군 장성들과 많은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병력을 증파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볼 때는 이라크의 폭력 사태가 진정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입장에 서 있다.

이들은 미군의 증파가 오히려 미군 사상자만 급격히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군 병사는 이미 3000명이 넘었다. 이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병력 증파 계획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격렬한 반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연구그룹(ISG) 보고서 등 외교적 해법을 촉구하는 권고들을 무시하고 강경책을 고집하는 배경에 대해 심리학적 분석을 제시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포린폴리시(FP)> 최근호에 게재된 '매파가 이기는 이유(Why Hawks Win)'는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조나단 렌숀이 함께 썼다. 특히 카너먼은 심리학자이면서도 투자자들의 비합리적 결정의 심리적 분석이론으로 이례적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탄 학자다.


카너먼은 이 글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비둘기파보다는 매파의 의견을 선호하는 강한 편향성을 지니고 있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하며,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한국전쟁과 베트남에 이어 이라크에서도 이러한 편향성에 따라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우리는 매파와 비둘기파가 대립할 때 정책결정자가 양 측의 의견을 잘 살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현대 심리학에 따르면 정책결정자는 매파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는 심리 상태로 논쟁에 임한다.

비둘기파의 설득을 수용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그 이유들 중에는 정치적 고려나 전략적 요인과는 관계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것이 인간의 심리다.

지난 40년 간 축적된 심리 연구를 살펴보면 연구자들 스스로도 놀라워 하는 결과가 발견된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편향성을 가지는데, 압도적으로 매파의 의견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전쟁 당사자 쌍방 모두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기의 힘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80%가 자신의 운전 기술이 보통 이상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평균보다 더 똑똑하고 매력적이며, 앞날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러한 자신감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정치인과 장군들이 전쟁의 결과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의견에 기울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분쟁 당사자 양쪽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어서 적대적 관계가 재앙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한 국가 지도자들은 적의 의도는 사악함으로 가득찬 것으로 여겨 협상에서 필요한 양보를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편향성으로 인해 적대적 관계가 전쟁으로 이어지기 쉽고 중단시키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 포탄을 운반하는 이라크 주둔 미군들. ⓒ 로이터=뉴시스

제1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전쟁에 돌입한 국가들의 모든 지도자들은 상대방보다 자기들에게 적의가 훨씬 없는 것으로 인식했다.

또 UN연합군이 한반도에서 북으로 빠르게 진격하던 1950년 10월 중국의 반응을 예상하면서 당시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UN군이 중국을 위협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중국 공산당이 의심할 근거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제에 따라 미국은 중국의 개입을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 대신 미국은 중국의 대응을 미국에 대한 근본적인 적대감의 표현으로 인식했다. 현재 일부 사학자들은 중국의 지도부가 북진하는 연합군을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했을 것으로보고 있다.

매파가 항상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영국에서 매파와 비둘기파가 대립했을 때 비둘기파가 오류를 범한 역사를 떠올리면 된다. 우리의 결론은 매파의 의견이 반드시 틀리다는 것이 아니라 비둘기파의 의견보다 매파의 의견이 더 호소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가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미국 정책결정자들에게서 나타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사실 분쟁 국면에서는 과도한 자신감과 통제력에 대한 환상이 기승을 부린다. 매파가 외교적 수단보다 군사적 행동을 선호하는 것은 승리가 쉽게 그리고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제 위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 초기 프랑스 군사령관 노엘 데 카스텔노는 "70만 명의 병력만 있으면 유럽을 정복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 것이 한 예다.

이라크 전쟁이 식은 죽 먹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잘못된 매파의 예측 역사 중 가장 최근에 나온 사례에 해당한다.

이러한 환상과 과다한 자신감은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한 정보에 기인한 것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모든 군사적 분쟁을 앞두고 양쪽 모두에게서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장군들이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심리학적으로 상대방의 양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욱 호소력을 갖게 된다. '반응적 평가'라는 실험에 따르면 단순히 적대적인 상대편이 제시했다는 이유로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협상의 내용보다 누가 그것을 제시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란의 정권이 제시하는 어떤 양보에 대해서도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메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향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회의적 반응은 과거의 경험에 따른 합리적 판단일 수도 있으나, 무의식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하기 힘든 저평가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같은 평화방안, 누구 만들었느냐는 조건에 따라 평가 달라져

실험 결과,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스라엘 정부가 만든 평화방안을 사실대로 제시했을 때보다 이 방안이 팔레스타인 측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제시하면 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친이스라엘 미국인들에게 팔레스타인이 만든 것이라며 가상의 평화방안을 제시하자 팔레스타인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한 반면, 이스라엘이 만든 방안이라며 제시했을 때는 공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했다.

전쟁이 일어난 뒤 영토에 대한 득실과 사상자 등에 따라 전략적 계산이 이뤄지는 국면에서도 정책결정자들에게는 새로운 편향성이 나타난다.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확정된 손실을 감수하는 결정을 싫어하는 뿌리깊은 경향이다.

예를 들어 A와 B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A 방안: 이 방안을 택하면 890달러를 잃는다.
B 방안: 이 방안을 선택하면 1000달러를 잃을 확률은 90%이며, 아무 손실도 없을 확률은 10%다.

이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B 방안을 선호할 것이다. A 방안이 통계적으로는 더 우수한 것인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가능성 있는 더 많은 손실보다는 확실한 손실을 피하려고 한다. 이러한 심리 때문에 합리적인 관찰자가 볼 때 결과가 거의 확실해질 때까지 분쟁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베트남에 이어 오늘날 이라크에서도 여러 면에서 이런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지금 철수하면 확실한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매우 싫은 것이다. 그러므로 성공할 가능성이 적고 나중에 겪게 되는 실패의 대가가 크다고 할지라도 전쟁을 지속하는 방안에 상대적으로 더 끌린다.

공격적인 의견을 선호하는 심리적 편향성에 대해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매파와 비둘기파의 논쟁을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편향성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최소한 매파의 의견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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