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에 초점 맞춰 부시 요구와 맞아 떨어져"
13일 <LA타임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008년 초까지 이라크 주둔 전투부대를 대부분 철수시키자는 이라크연구그룹의 권고와는 정반대로 이라크 주둔 미군의 병력을 증가시키는 방안에 대해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계획은 공화당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주장과 비슷하다.
하지만 펜타곤의 계획에는 이라크 최대 무장조직을 이끌며 반미항쟁을 외치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를 제거하기 위한 결정적인 공세를 가하고, 이라크 주둔 미군 규모를 증가시켜 장기간 유지하는 한편 이라크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방안 등도 포함돼 있다.
<LA타임스>는 "이러한 방안들은 이라크에서 미국이 단계적으로 빠져나갈 것을 권고한 이라크연구그룹의 제안보다 승리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라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의 요구와 맞아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08년 대선 이전에 이라크의 폭력사태를 진정시키는 가시적 성과를 올리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도 펜타곤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군사전략가 봅 킬레브루는 "미군이 이라크군보다 더 급속히 커지고 있는 메흐디 민병대와 알-사드르를 진압하는 데는 4~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면서 "메흐디 등 종파적 무장단체들을 무력화시키지 않고는 우리가 하는 말들은 모두 헛소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LA타임스>는 "펜타곤의 계획은 이라크에 미국이 무기한 휘말리는 것을 우려하는 여론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면서 "<블룸버그> 통신과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12%만이 이라크 주둔 미군을 증가시키는 것을 지지하며, 52%는 미군 철수 시한을 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계획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은 국방부 관계자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들과 군사전문가들은 국방부의 계획을 일종의 도박에 비유하며 "판돈을 두 배로 올리자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정책 조언자로 초청받은 군사전문가 스티븐 비들은 "이라크 사태의 해법을 구하는 일은 어려운 과제이기는 하지만, 미국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군사력을 늘린다고 승리가 보장된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만큼 이러한 계획은 복권을 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군지휘관들은 이라크가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는 곳이 되었으며, 미국은 반군과 종파적 무장조직들에 대해 미국이 계속 머무르며 싸울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믿고 있다.
한 군 지휘관은 "우리가 큰 맘 먹고 달려들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이라크 주둔 미군을 늘려서 적들에게 우리가 진지한 자세로 더 강하게 나올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펜타곤이 고려하고 있는 병력 증강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2만 명 정도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군 늘리면 이라크 주민들의 분노만 부를 것"
군 지휘관들은 특히 미 육군사관학교 역사학 교수 출신의 프레데릭 케이건의 제안에 주목하고 있다. 케이건은 14일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공개할 예정인데, 그는 해병대와 육군을 위주로 병력을 보강해, 다른 부문의 병력들과 교체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케이건은 "대통령이 육군과 해병대 규모를 항구적으로 증가시켜 유지할 것임을 발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펜타곤 안팎에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 중부군 사령관 존 아비자이드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늘리는 것은 미국이 돕겠다는 이라크 주민들의 분노를 일으켜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해 왔다.
외교관 출신으로 이라크연구그룹에 자문을 맡았던 제임스 도빈스는 "많은 이라크인들이 미군은 치안을 개선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라크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미군의 존재는 인기가 없다"면서 "판돈을 올리려는 노력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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