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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심각한 내전중…후세인 때보다 더 큰 고통"

아난 유엔총장 "15년 지속된 레바논 내전보다 치명적"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이 "이라크는 심각한 내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3일 영국의 <BBC> 방송에 따르면 아난 총장은 <BBC>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이라크 상황이 내전이라고 규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레바논을 15년 동안 갈갈이 찢어놓은 종파간 유혈사태를 내전이라고 불렀는데, 이라크는 그보다 훨씬 치명적이고 더욱 무정부적인 내전으로 빠져들었다"면서 이같이 답변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라크는 거의 내전 단계"라고 말했던 그의 발언보다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그는 나아가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이란을 둘러싼 긴장 등과 연결돼 중동 전체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에 있다"고 덧붙였다.
▲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이 "이라크는 심각한 내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로이터=뉴시스

또한 아난 총장은 "이라크 국민들은 사담 후세인 정권 치하보다 더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이라크의 보통 국민이라면, 그들처럼 이런 비교를 할 것"이라면서 "잔인한 독재자가 있었을 때는 그나마 밖에 나갈 수 있었고, 부모가 '우리 아이를 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지 않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면서 후세인 시절보다 이라크 국민들이 더 큰 고통에 놓여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동감을 표시했다.

이라크전 이후 민간인 사망자 최소한 5만 명

<뉴욕타임스>는 아난 총장의 BBC 인터뷰를 크게 소개하면서 "이라크를 내전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아난 총장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주 <NBC> 방송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이라크를 내전으로 표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 용어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라크를 내전으로 부를 경우 미국민들의 지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 논쟁은 매우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의 분쟁을 내전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이라크의 종파간 분쟁은 내전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연간 사망자 수로 볼 때 이라크의 상황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일어난 내전 중 가장 심각한 사례에 해당한다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이라크 전쟁 이후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한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앞서 아난 총장은 이라크의 주요 정파들과 주변 지역의 대표들이 모인 국제회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3일 "이라크인들은 스스로의 정치적 과정을 통해 유혈사태를 종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 제안을 일축했다.

그는 "이라크는 독립주권국가가 되었으며, 우리 문제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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