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21일 "미국은 이라크에서 덫에 걸렸다"면서 미국이 이라크의 상황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이라크에서 빠져 나올 최적의 시기를 미국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난 총장은 이날 제네바 유엔유럽본부에서 가진 사실상의 고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는 너무 너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한 뒤 "더 이상 머무를 수도, 떠날 수도 없다는 의미에서 미국은 이라크에서 덫에 걸려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미군 철수가 이라크 상황의 추가 악화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면서 "미군이 철수할 때 이라크 국민들이 스스로 합리적인 치안 환경을 담보하는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미국은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재임중 가장 후회스러웠던 일을 묻자 그는 "무엇보다 후회스러웠던 일은 유엔 안보리가 이라크전을 막지 못했던 것이었다"며 "나는 지금도 확고하게 그 전쟁은 피할 수 있었다고 믿고 있다"고 답변했다.
아난 총장은 "이라크를 위해 즉각 취할 수 있는 핵심 조치 중 하나는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을 통해 이라크내 각 세력간 공정한 권력 분점 및 재정 공유를 담보해야 하며, 특히 수니파의 두려움을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난 총장은 "북한과 이란 등 몇몇 나라들이 핵비확산조약(NPT) 체제에 도전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NPT 추가 의정서에 각국 정부들이 서명함으로써 NPT체제를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임중 성과에 대해서 그는 유엔 기치 아래 빈곤 퇴치를 위한 노력, 글로벌 펀드를 만들어 에이즈 및 사스 등 전염병과의 싸운 일, 유엔과 시민사회의 파트너십 제고 등을 들었다.
아난 총장은 "은퇴 후에 유일하게 식량 자급자족을 못하는 아프리카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내 나이는 이제 행동(action)과 반성(reflction)을 놓고 숙고해야 할 때"라면서 "내 후임자는 매우 훌륭한 분인 만큼 유엔을 잘 이끌어 갈 것이고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아난 총장은 20일 저녁 유엔 유럽본부 직원들과 가진 '고별 모임'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던 일을 포함해 제네바와의 깊은 인연을 소개한 뒤 "제네바와 스위스는 나의 두번째 고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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