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캐나다 <토론토 선>은 3일 '바빌론은 불타고 있다(Babylon is Burning)'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어떠한 선택을 해도 이라크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이라크 일대는 고대 바빌론 제국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 자체가 중동지역에 불을 지른 것과 같다는 것이다. 특히 이 칼럼에서는 미국이 이라크 치안을 책임지라고 압박하고 있는 이라크군의 실체와, 미국이 수니파 저항세력과의 전투에 시아파 자살특공대를 동원하고 있어 미국이 종파 간 유혈분쟁을 부추키는 주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또한 이라크 주변국가들이 이라크의 종파 간 분쟁을 빌미로 이 내전 사태에 개입하면서 이라크의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주변국가들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바빌론은 불타고 있다'는 칼럼(원문보기)의 전문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중동을 불더미에 올려놓고, 테러 확산과 재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는 갈수록 혼란과 종파 간 분쟁에 휩싸여 있다. 레바논은 내전 위기에 몰리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란의 힘과 영향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고맙게도, 미국은 이란의 최대 적인 탈레반과 사담 후세인을 제거해 주었다. 그리고는 미국의 지상군은 이라크의 늪에 빠져 매일 2억5000만 달러를 허비하고 있다.
이라크가 학살과 증오의 악몽 속에 빠져들자,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은 지난 주 중동으로 달려가 중동의 동맹국들에게 미국을 도와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라크의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미국이 보호하는 바그다드 그린존이나 통치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은 이라크의 경찰과 군을 통제하고 있다. 부시는 막강한 미국도 못하는 일을 힘없는 인물이 해줄 것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는가? 적어도 말리키는 그를 내치려는 의도를 담은 모욕적인 백악관 메모가 폭로된 뒤 상징적인 항의라도 하는 배짱을 보여주었다.
이라크 '민주주의'란 그 정도다. 미국은 야만적인 CIA의 '자산' 또는 냉혹한 군인같은 사담 후세인의 복제인간을 이라크에 심으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군은 시아파 무장조직, 자살특공대, 용병,죄수들 규합한 것"
이라크는 진정한 정부나 군대를 갖고 있지 않다. 서방 언론들과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라크 군은 시아파 무장조직들, 자살특공대 그리고 용병, 죄수들을 규합한 것이다.
미국이 수니파의 저항에 대항해 시아파 자살특공대를 마구 동원시키는 것은 이라크의 종파간 유혈분쟁에 불을 지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이 저지르고 있는 매우 추악한 일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은 이라크의 다수인 시아파가 저지르고 있는 인종청소로부터 소수인 수니파를 보호하기 위해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강력한 터키군을 자극해, 터키가 독립을 추구하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을 침공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란도 이러한 혼란이 벌어지면 신속하게 개입할 것이다. 혼란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라크의 주변국가들은 이라크의 혼란이 국경을 넘어 확산될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요르단, 쿠웨이트,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가에는 예측불가능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라크연구그룹의 보고서가 곧 제출되는데, 이라크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와 주변국가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부대를 유지하는 방안을 권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는 지난 50여 년간 아프리카 서부 국가들을 이런 방식으로 지배했다. 소요의 기미가 보이면 즉각 개입할 수 있는 지상군과 공군력을 주변에 배치하고, 말을 잘 듣는 괴뢰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이라크연구그룹은 또 이란, 시리아와 직접 대화할 것을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의 협력은 이라크 안정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시리아, 이란과의 협상을 찬성하는 측과 수십 년 동안 이러한 시도를 막아온 친 이스라엘 진영 사이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의 인사들은 미국이 이란의 핵 기반시설을 공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발표하면, 가뜩이나 흔들리는 미군의 사기는 곤두박질칠 것이다.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전쟁을 위해 누가 목숨을 내걸거나 부상을 무릅쓰고 싶겠는가?
베트남 전쟁 때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이 군사적 승리는 더 이상 미국의 목표가 아니라고 선언한 뒤 미군에게 벌어진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형편없는 정치인들이 저지른 패배한 전쟁에서 죽고 싶어한 미군은 하나도 없었다.
미국이 '철수'의 '철'자를 꺼내는 순간 미국을 위해 일하고 있는 이라크인들은 미국에 반기를 드는 수니파 또는 시아파 진영으로 흡수될 것이다. 이라크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은 급속히 높아질 것이며, 미국의 아랍 동맹국들은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후퇴는 없다'고 고집하고 있다. 그는 바빌론의 벽에 쓰인 글(바빌론이 멸망하는 날 바빌론의 궁전 벽에 바빌론의 멸망을 예고하는 글이 신의 손으로 쓰여졌다는 성서의 기록)을 읽을 능력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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