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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빡이 개그'와 뭐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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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빡이 개그'와 뭐가 달라?

[한미FTA 뜯어보기 152 : 왜 한미FTA에 반대하냐고?(6)] 막무가내 전제들

"내가 누군지 알아? 골목대장 마빡이야~!"

처음부터 아무런 설명 없이 자신의 이마를 두드리며 등장하는 마빡이는 개그가 끝날 때까지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그의 친구인 얼빡이나 대빡이, 그리고 갈빡이조차 마찬가지다. 왜 이마를 두드려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그들의 대사에 의해서건, 상황에 의해서건 결코 제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의미를 묻는 것이 '뻘짓'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가. '아, 우리 동작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그냥 웃어!'라고.

동작을 반복하는 의미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설명이 필요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기, 이것이 마빡이 개그의 핵심 전략이다. 그들은 자신이 취하는 동작이 얼마나 힘든지, 그런 동작으로 어떤 일들이 발생했는지를 줄기차게 말하지만, 왜 그런 동작을 해야 하는지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개그를 보며 웃는 우리들 역시 그들이 왜 그런 동작을 반복하는지를 굳이 따져 묻지 않는다. 개그니까.
▲ 한국방송(KBS) 2TV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마빡이와 그의 친구들인 얼빡이, 대빡이, 갈빡이. ⓒ KBS 2TV

'설명이 필요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기

며칠 전 한국방송(KBS)의 한 시사 프로그램은 정부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적 기대효과에 대한 연구 내용이 상당부분 조작된 것임을 보여주었다.

정부 측 보고서는 멕시코에서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이후 993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은 같은 기간에 멕시코의 전체 인구가 계속 증가해 18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필요하게 됐는데도 늘어난 일자리는 993만 개에 그친 것이었다. 이로 인해 멕시코 국민들이 심각한 취업난을 겪어야 했다는 사실은 정부 측 보고서에서 누락됐다.

이런 식의 조작은 정부 측 보고서 곳곳에서 발견된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이후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이 상승했다거나 멕시코의 섬유산업이 발전했다는 주장 역시 편중된 자료해석을 통해 인위적으로 도출한 결과였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이 경제성장을 촉진했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오히려 FTA 체결 이후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심지어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 경제가 7.75% 더 성장한다'는 보고서는 누가 작성했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 유령 보고서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성과 학문성을 자랑하는 국가 연구기관에서 나온 보고서가 이렇게 조작과 왜곡의 흔적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결정을 뒷받침하는 국가 최고 연구기관에서 발표된 보고서의 작성자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의심'에서 '폐기에 대한 확신'으로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런 당혹스러운 상황에서도 아무런 해명 없이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일자리가 증가하고, 수출이 증대되며,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동어만을 되뇌고 있다. 나아가 우리가 처음 제철산업을 시작했을 때도, 반도체산업에 착수할 때도 모두들 우려했지만 결국은 잘해내지 않았냐며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라고 훈계하고 있다.

한미 FTA 추진의 대전제가 되는 장밋빛 미래의 근거들이 조작과 왜곡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제의 타당성을 의심하는 국민들에게 정부는 아무런 설명 없이 FTA는 좋은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설명이 필요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기', 이런 방식이 재미있는 것은 마빡이를 볼 때뿐이다. 우리 삶의 질을 좌지우지할 한미 FTA와 같은 중대한 협정을 맺으려는 이들이 그럴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한미 FTA가 가져올 미래는 장밋빛으로 전제돼야 할 것이 아니다. 정말 한미 FTA가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될지를 우리는 심각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여러 자료들은 정부의 주장과 달리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들에서 대중의 삶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한미 FTA에 대한 정부의 전제가 매우 의심스럽다. 정부의 보고서와 달리 한미 FTA가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각종 보고서들을 보노라면 이런 의심이 더욱 깊어진다.

그런데 한미 FTA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제하는 정부의 보고서가 사실의 왜곡과 자료의 조작을 통해 만들어졌음이 드러남에 따라 이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정부의 전제는 의심돼야 할 것이 아니라 폐기돼야 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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