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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한미 FTA 위해 '언론통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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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외교통상부, 한미 FTA 위해 '언론통제'까지

취재 가이드에게 '대사관 출두' '사전·사후 보고' 요구

"왜 취재를 방해하느냐. 정부는 뭐가 그리 구리기에 언론통제까지 하나!"
  "취재에 협조하려고 했던 것뿐이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요청하지도 않은 취재협조를 했나! 세금이 남아나는가!"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드리는 차원이다."
  "왜 내가 누구를 인터뷰하는지, 언제 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왜 가는지를 보고해야 하느냐!"
  "모르는 일이다. 확인해보겠다"
  "어떻게 5공 때나 있었던 언론통제가 21세기에 버젓이 일어날 수 있나!"
  "…."
  
  9일 밤늦은 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에 대한 한국정부 협상단의 마지막 브리핑이 있었던 워싱턴 인근의 모 호텔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브리핑이 시작되기 20분 전 외교통상부의 협상홍보 담당자가 브리핑실에 들어서자 한 기자가 다가와 "왜 취재를 방해하느냐"고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MBC 권희진 기자 "언제부터 외통부가 취재협조 해줬느냐"
  
  문화방송(MBC) 보도국의 권희진 기자(경제부)였다. 권 기자는 미국과 칠레가 맺은 FTA가 칠레에 미친 영향을 취재하기 위해 칠레를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칠레 취재 계획을 한동만 외통부 통상홍보기획 팀장에게 말하게 됐다.
  
  권 기자에 따르면 한동만 팀장은 권 기자가 칠레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안 다음날 그에게 칠레에서 취재를 도울 코디(현지 가이드를 일컫는 언론계 속어)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권 기자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의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다. 그랬는데도 칠레 가이드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칠레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 대사관의 김모 참사관이 전화를 걸어 자기에게 '어떤 기자가 언제 누구를 만나는지 이름을 대라"고 했다는 것이다.
  
  권 기자에 따르면 김모 참사관은 심지어 이 가이드에게 (권 기자가) 칠레에 도착하면 아침 9시까지 대사관에 출두하고, 칠레에 체류하는 동안 매일 무슨 취재를 할지 사전에 보고하고, 무슨 취재를 했는지도 사후에 보고하라고 말했다.
  
  한 팀장은 당황한 기색으로 "그런 일 없다", "모르는 일이다", "알아보겠다", "취재협조를 해주려고 했을 뿐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드리려 했던 것뿐이다"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을 되풀이했다.
  
  권 기자는 "나는 취재협조를 요청한 적이 없다"며 "언제부터 외통부가 가이드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알아내가며 취재협조를 해줬느냐"고 더 크게 호통을 쳤다.
  
  권 기자는 "(일부 언론사들의 최근) 멕시코 취재가 반(反)정부적이었다는 이유에서 칠레 취재를 감시하려는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며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5공 때나 가능했을 언론통제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통제까지 하는 정부의 FTA 추진, 어떻게 믿겠나"
  
  이 사건은 한미 FTA를 추진하는 정부의 기본적인 자세에 큰 문제가 있음을 다시금 보여준다. 정부는 이미 한미 FTA 협상을 개시하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 등 미국이 요구한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국민들 몰래 처리해준 것,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조작된 한미 FTA 관련 자료를 한미 FTA 홍보에 적극 활용해온 것, 공청회 한 번 제대로 열지 않은 채 협상과 관련된 문서들을 일체 공개할 수 없다고 우겨온 것 등으로 인해 한미 FTA 추진과 관련해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권희진 기자는 <프레시안>에 "한미 FTA를 추진하는 정부를 신뢰하고 싶다. 하지만 이런 일을 겪으니 불쾌감은 물론이거니와 우려마저 든다"며 "정부가 입맛에 맞는 기사, 한미 FTA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전달하는 기사만 생산되도록 이렇게 언론통제까지 시도하는 자세로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권 기자는 외통부 측으로부터 이번 사태에 대한 해명과 사과는 물론이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직접 이번 사건을 보도해 국민들에게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권 기자는 자신이 겪은 이번 사건은 언론통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기자는 11일 미-칠레 FTA가 칠레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칠레로 떠난다. 권 기자는 "미-칠레 FTA가 체결된 후 칠레 사회의 어떤 부분이 좋아졌고 어떤 부분이 나빠졌는지를 확인할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취재하는 것은 한미 FTA의 체결을 앞둔 상황에서 기자라면 당연히 궁금해 해야 할 사안일 뿐 아니라 (정부 견제의 차원에서) 언론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감시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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