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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가 워싱턴 경찰에 집회불허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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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가 워싱턴 경찰에 집회불허 요청"

한미FTA 반대 원정투쟁단, 워싱턴에 도착해 활동 개시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도착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원정투쟁단(단장 오종렬)'은 3일 오후 백악관에서 도보로 10여 분 떨어진 조지워싱턴대학 기숙사인 풀브라이트 레지던스 홀(Fulbright Residence Hall)에 숙소를 잡고 짐을 풀었다. 이들은 4일부터 이곳에서 원정투쟁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에 앞서 피켓 등 시위물품을 마련하는 등 투쟁준비를 하느라 밤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미국 정부의 비자발급 불허로 원정단 규모 줄어들어

원정투쟁단은 미국 정부의 비자발급 불허를 피하기 위해 지난 2일 밤에 일단 뉴욕에 가서 하룻밤을 보낸 뒤 3일 뉴욕을 떠나 5일부터 한미 FTA 1차 본협상이 열리는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한국을 떠나 이날 워싱턴에 도착한 원정투쟁단은 모두 27명으로, 당초 계획된 인원보다 상당히 줄어든 규모다. 상당수가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미국에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 '한미 FTA 반대 원정투쟁단'의 상황실 관계자들이 3일 저녁 조지워싱턴대학 기숙사에 마련된 숙소에서 다음날 시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 프레시안

3일 밤에 만난 강우현(48)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경기지부 회장은 "한농연 회원 중 200여 명이 원정투쟁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지만 대부분 비자발급이 거부돼 8명만 오게 됐다"고 말했다.

강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말 홍콩에서 있었던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협상 반대를 위한 원정시위에 참여했던 농민들은 대부분 비자발급이 거부됐다. 홍콩시위에 참여했던 강 회장은 한미 FTA 반대를 위한 원정투쟁 참여가 아닌 다른 이유를 둘러댄 덕분에 미국 비자를 발급받는 데 성공했다.

이번 워싱턴 원정투쟁에 참여하게 된 또 다른 한농연 관계자는 "홍콩 경찰로부터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라는 판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온전한 원정투쟁단이 꾸려질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정투쟁단 규모는 지난 2일 미국에 입국한 27명과 이미 미국에 들어와 있던 10여 명을 합해 모두 40명 안팎으로 줄어줄었다. 뿐만 아니라 원정투쟁단의 지도급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도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합류하지 못했다.

재미위원회 소속 미국교민 대거 합류

원정투쟁단은 미국 교민들이나 반세계화 단체 회원들의 참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4월에 결성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재미위원회'를 중심으로 재미교포들이 예정보다 축소된 원정투쟁단의 규모를 상당부분 보충해줄 전망이다. 3일 저녁 현재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에 거주하는 재미위원회 소속 교민 60여 명이 원정투쟁단에 합류하겠다고 알려왔다.

한익수 재미위원회 뉴욕담당은 이날 뉴욕지역 교민 40여 명을 이끌고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워싱턴 원정투쟁단에 합류했다. 박영준 한인노동상담소 소장도 로스앤젤레스에서 3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 20여 명의 로스앤젤레스 교민들과 함께 원정투쟁단에 가담했다.
▲ 일주일 간 사용할 시위 피켓을 만들고 있는 모습. ⓒ 프레시안

한익수 씨는 "미국 정부의 비자발급 불허 때문에 원정투쟁단 규모가 줄어들어 매우 아쉽다"며 "하지만 지난 2002년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에 항의하기 위한 원정투쟁단 7명이 미국에 온 이후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부가 나라 망신 다 시킨다"

한편 재미위원회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정부가 원정투쟁단의 발목을 잡기 위해 다각적인 작업을 벌여왔다고 증언했다.

한익수 씨는 "뉴욕 영사관에서 수 차례 전화를 걸어와 원정투쟁단의 명단을 넘겨달라며 협조를 요청했다"며 "말로는 협조였지만 사실상 협박이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영사관 직원들이 원정투쟁단이 입국한 뉴욕의 공항까지 찾아와 감시를 했다고 덧붙였다.

박영준 씨도 "워싱턴에 오기 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서 재미위원회 소속 단체 대표들을 불러 원정투쟁단에 합류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정부가 워싱턴 DC 경찰 측에 집회 불허를 요청한 것으로 들었다"며 "하지만 워싱턴 DC 경찰은 시위가 불법행위로 변질되지 않는다면 집회를 허가할 방침을 갖고 있다고 수 차례 확인해주었다"고 말했다.

박영준 씨는 "미국 경찰들은 불법시위에는 매우 엄격하게 대응하지만 정해진 구역 안에서 합법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며 "집회의 내용이나 구호 자체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이곳(워싱턴 DC) 경찰의 일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 강우현 한농연 경기지부 회장은 3일 미국 정부의 무더기 비자발급 불허 사태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4일 시작되는 원정투쟁 과정에서 한미 FTA 협정이 한국 농민들에게 초래할 피해를 널리 알려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 프레시안

그는 이어 "이곳 경찰에게 집회 불허를 요청하는 것은 어떤 내용이라도 주장할 자유가 보장돼 있는 미국에서는 부끄러운 행동"이라며 "나라 망신은 우리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원정투쟁단은 4일 오전부터 워싱턴 시내에서 재미위원회 회원들 및 반세계화 단체 회원들과 함께 한미 FTA를 주제로 한 '집단 토론회'를 개최하고, 백악관 인근에 있는 라파예트 공원에서 '한미 FTA 저지 국제대회'를 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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