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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원장 "대기업 불공정거래 제재 강화"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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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원장 "대기업 불공정거래 제재 강화" 선언

'삼성 봐주기' 여전하다는데, 선언대로 실천될까?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26일 "대기업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현장 직권조사를 통해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권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회의'를 전후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하지 않고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고조된 데 대한 공정거래 당국의 공식 반응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 부품업체의 납품단가를 후려치기한 삼성 계열사에 대해 관련 혐의를 적발하고도 처벌하지 않는 등 유독 삼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솜방망이 대응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이날 마침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어 권 위원장의 발언과 대조됐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대응 강화를 선언한 이날 권 위원장의 발언이 실제로 공정위의 후속조처로 실천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조찬 강연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와 상생협력을 통한 경쟁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대·중소기업 사이의 바람직한 계약모델을 마련하고 표준 하도급계약서 제·개정과 보급을 통해 중소기업의 교섭력을 높이겠다"며 "하도급법 개정 등 제도개선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겨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 계열사들이 중소 부품업체를 상대로 납품단가를 최대 60%까지 부당하게 깎은 혐의를 적발하고도 처벌하지 않았으며, 삼성의 다른 부당 납품단가 인하 사건을 적발하고도 1년이 지나도록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는 2004년 11월 삼성 계열사로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세메스가 36개 중소 부품업체들을 상대로 정상적인 협의 없이 부당한 방법으로 납품단가를 평균 14.7%나 깎아 원가상승 부담을 떠넘겼으며, 그 과정에서 일부 부품업체들은 납품단가가 65.2%나 깎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메스는 공정위 조사 당시 모회사인 삼성전자와 짜고 납품단가 인하 사실을 숨기고자 장부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조사방해 행위로 인해 공정위는 삼성전자와 세메스 직원 3명에 대해 지난해 말과 올해 2월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부당 납품단가 인하 사건 자체에 대한 처리는 1년4개월이나 끌다가 올해 2월에야 위원회에 상정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아무런 제재 결정도 없이 '심의절차 종료' 조처를 내려, 이 사건을 사실상 '없던 일'로 끝냈다.
  
  이에 대해 정재찬 공정위 기업협력단장은 "조사부서에서는 부당 납품단가 인하 혐의로 제재의견을 냈으나, 위원회에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제재 없이 사건을 종료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세메스 쪽은 "단가인하는 부품업체들과의 합의로 이뤄졌고, 단가를 오히려 올려준 곳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메스가 납품단가 인하 사실을 숨기려고 장부까지 조작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간부는 "자료를 조작한 것은 제재하고도, 정작 부당 납품단가 인하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봐주기"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세메스와 함께 부당 하도급단가 인하가 적발된 두산인프라코어 등 다른 기업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 제재를 내렸다.
  
  공정위는 또 지난해 4월 불공정하도급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삼성전자의 엘시디 부품 부당 납품단가 인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여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도 1년이 넘도록 사건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직원이 "조사 결과 삼성전자는 30여 부품업체들을 상대로 납품단가를 평균 15% 안팎으로 부당하게 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사부서에서는 지난해 말 보고서 초안까지 작성했으나 윗선에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다른 사건은 신속히 처리하는 데 유독 삼성 건은 시간을 끌고 아무도 독려하지 않는다"면서 "이렇다보니 삼성전자가 공정위 조사를 받은 뒤에도 계속 납품단가를 깎고, 현대차가 아예 납품단가 인하를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 쪽은 "세메스 건은 앞으로 증거가 보충되면 다시 제재 절차를 밟을 것이고, 삼성전자 건도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고 공식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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