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기협중앙회)의 김용구 회장은 중소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협조요청 서한을 보내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촉진을 위해 환율하락에 따른 비용부담을 일방적으로 중소기업들에 전가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몽구 회장의 올해 배당소득, 재벌총수들 중 으뜸**
기협중앙회는 "현대차 납품 중소기업들에 확인해본 결과 현대차가 협력업체에 납품가 인하 목표액으로 매출액 대비 최고 10%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4%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초과하는 대기업의 일방적인 단가인하 요구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기협중앙회의 조사 결과 현대차는 하도급업체의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률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단가인하 목표액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기준으로 매출액 500억 원 이하 중소기업들에게는 매출액 대비 2~3%, 매출액 500억 원 이상 1000억 이하 중견기업들에는 매출액 대비 5~10%,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및 대기업들에게는 매출액의 5~10% 또는 영업이익 총액의 80%를 단가인하 목표액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기협중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단가인하 목표가 달성될 경우 현대차가 거두는 이익은 총 1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대차의 2005년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올해 거둘 배당소득이 국내 대기업 총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대차의 협력업체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대한 비난여론이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주주에게는 고배당을 실시하면서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 등에서 이미 265억 원의 현금배당을 받기로 확정됐고, INI스틸에서 300억 원 이상의 배당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 "협력업체들, 납품가 낮출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의 다른 협력업체들과 달리 높은 납품가를 보장받고 있다는 〈프레시안〉 등의 보도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모비스 측은 "우리가 6%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현대차로부터 높은 납품가를 보장받아서가 아니라 원가절감 등 자체적인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다른 업체들과) 납품가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납품하는 제품의 품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대모비스는 "협력업체들에 납품단가 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라며 "원/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수입 원자재의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에 협력업체들도 납품가를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협중앙회 측은 "환율 하락률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더 높아 수입 원자재 가격은 오히려 높아졌다"며 "대외 경영여건 악화로 수출업체는 물론 수입업체도 고통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기협 "나쁜 관행이 확산될까 우려"**
기협중앙회는 이날 "자동차 업계의 관행이 전자, 조선, 건설 등 타 업종으로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하순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과 가진 연례회의에서 현대차에 협조적인 업체 2곳의 대표로 하여금 납품단가를 인하하겠다는 결의문을 낭독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는 이번 달 안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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