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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이 '저주 받을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기자의 눈] 노무현, 정동영 그리고 새만금

6일부터 사흘간 새만금 방조제 공사 현장의 포클레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던 철학자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8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막말'을 했다고 해서 화제다. 김 교수는8일 SBS 라디오 '진중권의 SBS전망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을 '저주 받을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김용옥 전 교수는 노 대통령이 예전에 '퇴임 뒤 마을의 숲과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 데 대해서 "미친 소리"라며 "자기 퇴임하기 전에 새만금 문제 하나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그 사람은 생태를 운운할 자격도 없고 저주받을 사람"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취임 초 한때 김용옥 전 교수로부터 "시정잡배들의 쇄설(瑣說)에 괘념치 말고 성군(聖君)이 되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던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런 '막말'이 몹시 불쾌할 것이다. 하지만 도무지 자기 상식으로 납득이 안 되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 현장에서 사흘간 이 문제를 되씹고 되씹었을 한 철학자의 심정을 헤아려본다면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쓰일지도 모르는 땅에 수조 원 쏟아 붓다니…**

김용옥 전 교수뿐만 아니라 수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새만금 간척 사업의 미래는 농림부, 한국농촌공사, 전북도가 펼쳐 보이는 '장밋빛 전망'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당장 그 광활한 간척지를 어떻게 이용할지부터 서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처지이지 않은가?

농림부, 한국농촌공사는 법원에서는 계속해서 "농지로 이용하겠다"고 얘길 하고 있지만 정작 그 간척지가 농지로 이용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농림부마저도 지난 1993년 새만금 간척지를 종합 개발하는 안을 내놓았을 정도다.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새만금 간척지를 농지 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2004년부터는 국토연구원에서 관련 용역도 진행 중이다.

전북도는 아예 수년 전부터 산업용지로 용도를 변경할 것을 계속 주장해 왔다. 전북 개발의 전초 기지를 만들겠다는 안이나 세계 최대의 골프장 등이 포함된 복합 레저 단지를 만들겠다는 안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상황이 이런 데도 법원은 2심 판결 때 어처구니없게도 '농지 목적'의 사업 타당성을 이유로 새만금 간척 사업이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2심 판결의 논리를 그대로 따른다면 대법원 판결 역시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이야말로 '눈 가리고 아옹'이다.

***실패가 예정된 사업…전북도민 분노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

일단 막아놓고 보자는 쪽에서는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최대한 서두르는 게 최선의 방책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오히려 그 때부터 발생한다. 시화호나 화성호의 예에서 보듯이 사전에 세운 수질 개선 대책은 항상 실패로 돌아갔다. 몇 년 새 새만금 담수호는 '죽음의 호수'가 될 것이고 결국 다시 해수를 유통시킬 수밖에 없다. 시화호가 그랬고 일본의 이사하야 만 역시 마찬가지 과정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새만금 갯벌의 온갖 생물이 생을 다하며 쏟아내는 '시취(尸臭)'를 전 국민이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수질 개선 대책이 만에 하나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발생한다. 아무도 새만금 간척지를 농지로 사용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산업용지 등으로 용지 변경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생각만큼 쉽지 않다. 전남대 전승수 교수가 잘 지적했듯이 4조 원을 더 들여 조성한 논을 산업 용지로 바꾸려면 해수면보다 평균 1.5m 낮게 조성된 토지의 표고를 높이기 위해 엄청난 양의 토사를 새만금 간척지에 쏟아 부어야 한다. 예산도 문제지만 그런 토사를 공급할 여력이 국내에는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될 경우 가장 걱정은 바로 전북도민이다. 사실 지금 전북도민이 새만금 간척 사업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비롯했다. 다른 희망이 없으니 뭔가 이상하지만 새만금 간척 사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랬던 이들이 나중에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어떤 절망감을 갖게 될까? 그 때 그들이 뒤늦게 가질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다음 정권 일이니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면 어찌 할 도리가 없지만 말이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대표, 정치 인생 걸어라**

많은 사람들이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2.7㎞ 남겨 두고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지만 새만금 간척 사업 전체로 보면 전체 공정의 50%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더구나 해수 유통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전북 발전에 훨씬 더 기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10여 년 뒤 소금기 많고 소출도 보장할 수 없는 논을 만드는 데 4조 원을 더 투자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전북도민들이 나서서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한 대안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요구하자. 대법원 역시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다시 한번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을 주문해야 한다. 환경 문제에 관해서는 단 한번도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전북이 정치적 기반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대표부터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이명박 서울시장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진정한 '환경 대권주자'로 각인될 수도 있다. 당장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새만금 문제에 대한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오랜 새만금 논란에서 한 분수령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지난 2001년 새만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해양수산부가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새만금 사업 검토 의견서'였다. 새만금 갯벌 가치에 대한 재고와 함께 간척 사업 유보를 요청했던 이 의견서는 당시 논란이 확산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바로 이 때 노무현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10년 후 누가 책임 질 것인가**

지난 2001년 5월 27일 환경운동연합 마당에는 길이 70㎝, 폭 30㎝의 녹색 타입캡슐이 묻혔다. 250년 된 회화나무 1m 밑에 묻힌 이 타입캡슐에는 지난 2001년 새만금 사업 강행을 주장한 정치인, 학자, 공무원 33인의 발언록, 동영상, 신문 자료가 들어 있다. 그 중에는 당시 이한동 국무총리, 유종근 전라북도지사, 김중권 민주당 대표 등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타임캡슐을 땅에 묻은 33인의 청소년들의 표정에는 '어디 한번 두고 보자'는 표정이 역력했다. 10년 후 2011년 5월 25일 이 타임캡슐을 개봉하고 그 시점에 새만금 간척 사업이 더욱 엉망이 된 것을 확인하게 될 때 그들에게 꼭 책임을 묻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이제 한번 더 타임캡슐을 묻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에는 노무현 대통령, 정동영 우리당 대표의 이름이 새겨지는 것을 아무래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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