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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건설족' 편 택한 참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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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결국 '건설족' 편 택한 참여정부

[8.31 대책 분석] 투기 잡는다며 도리어 투기 불붙여

31일,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만들었다는 8.31대책이 발표됐다.

"이제 부동산투기는 끝났다"고 단언하며 정부가 내놓은 8.31 대책의 골자는 그러나 2년전의 '10.29 대책'과 본질적으로 동일했다. 투기세력에 대한 중과세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었다. 10.29 대책보다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한 점만 다를 뿐, 나머지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오히려 강남 송파구에 200만 평을 비롯해 향후 5년간 수도권에 4500만 평의 주택용지를 추가공급하고 강북의 층고제한을 해제해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을 가능케 한 점은 곧바로 송파 등 해당 개발지역의 땅값을 폭등시키면서 '제2의 분당사태'를 예고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한때 "못 할 것이 없다"던 분양원가 공개가 거론조차 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정부가 2년전 10.29 대책 발표 때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경우 취하겠다던 분양권 전매 전국 금지, 개발이익 환수 등의 핵심내용도 빠졌다.

겉으로는 '투기족'을 치는 듯 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부동산폭등의 주범인 건설업계 등 '건설족'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난 것이다.

***"세금 조금 더 내고 투기 맘대로 하라는 건가"**

8.31 대책의 골자는 우선 주택 종합부동산세 대상을 종전의 '인별 합산과세' 방식에서 '세대별 합산과세' 방식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기존의 9억 원(기준시가)에서 6억 원으로 낮춰 중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2년 전 10.29 대책 때 당초 원안에 들어갔다가 당정협의 과정에 '강남의 조세저항 우려'를 이유로 빠진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강화해봤자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은 종전의 4만 명에서 16만 명으로 늘어날 뿐이다.

정부 방침은 16만 명의 1가구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생활자에게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가중시켜 가수요주택을 팔게 만든다는 것. 그러나 정부가 예로 든 강남 아파트들의 예를 볼 때 과연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였다.

정부는 강남 도곡동의 102평 짜리 타워팰리스(공시지가 23억3000만원)를 예로 들며 예정대로 하면 2005년 연간 1013만4000원이던 종부세가 2009년에는 2764만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아파트값 폭등때 연간 수억원씩 집값이 폭등해온 결과 현재 시가가 30억원을 훌쩍 넘은 100평대 타워팰리스에 사는 주민들이 과연 이 정도 세금부담 증가에 눈이나 껌벅할지는 의문이었다.

정부가 또다른 예로 든 강남 서초구의 롯데캐슬 50평 아파트(공시지가 7억9000만원)의 경우를 보면 더욱 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진다. 시가가 14억~15억원에 달하는 이 아파트 주민이 2005년 현재 내는 종합부동산세는 120만1000원. 이것이 4년 뒤인 2009년에는 344만원으로 늘어난다. 4년 뒤 세금이 200여만원 높아진다고 집을 팔지는 여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발표 직후 국민이 보인 반응은 "그래, 세금 조금 더 내고 부동산투기 맘대로 하라는 거냐"는 울분에 찬 것이었다.

정부는 또 1가구2주택 보유자에게는 양도세율을 50%,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60%로 높이기로 했다. 2년전 10.29대책 때는 투기지역 내에서만 행하던 양도세 중과세 조치를 투기지역 여부에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행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치에 해당되는 다주택 보유자는 차 떼고 포 떼고 하니 28만 세대에 불과하다.

중과세 대상 숫자가 줄어드는 과정은 한편의 블랙코미디였다. 노 대통령의 '부동산투기 전쟁' 직후 이주성 국세청장은 "1가구2주택 보유자가 158만 가구에 달한다"고 그동안 공개하지 않던 통계를 발표했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며칠 뒤 행정자치부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파악하기론 89만 가구밖에 안된다"고 그 숫자를 60만 가구나 줄였다. 그러더니 10.31대책에서는 "실제는 더 적다. 72만 가구밖에 안된다"고 또다시 대상을 축소하더니 결국 과세대상을 28만 가구로 줄인 것이다.

***건설족 이해 대변한 '수도권 아파트 150만호 추가 건설'**

10.31 대책의 본질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목은 수도권에 향후 5년간 150만채의 추가로 아파트를 짓겠다는 '150만호 공약'이었다.

정부는 원활한 수도권 주택 및 택지 공급을 명분으로 그린벨트까지 풀면서 연간 900만평씩 5년간 4500만 평을 개발, 150만가구를 건설키로 하고 이중 41만5000가구 가량은 중대형 아파트로 채우겠다고 발표했다. 중대형 아파트 공급방안으로 송파 신도시에서 2만 가구를 비롯해, 판교와 인천 청라에 1만2000가구를 추가로 늘리겠다는 것. 특히 정부의 강남 대체용 신도시 구상에 따라 '제2의 판교'로 급부상한 송파 신도시에는 육군종합행정학교 95만 평, 특전사 65만 평, 체육부대 12만 평, 군부대 골프장 28만 평을 합쳐 200만 평(총 5만 가구) 규모로 조성하고 현재 추진중인 김포, 양주 옥정 등 4∼5개 신도시에서 공공택지 1000만 평을 추가로 공급키로 했다.

정부는 강북 개발에도 불을 붙였다. 강북의 뉴타운 등 광역적 공공개발이 추진되는 최소 15만 평 이상의 재개발 사업지역에 대해서는 소형아파트(전용 85㎡ 이하) 건설 의무비율을 현행 80%에서 60% 이상으로 낮추고 사업시행자 지정요건을 주민동의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로 완화키로 했다. 또한 이들 지역에 대해선 층고제한을 해제해 타워팰리스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이 가능토록 했다.

한 마디로 말해, 건설족의 '공급부족' 논리를 120% 받아들여 강남외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투기에 불을 붙인 것이다. 벌써부터 해당 지역에는 매물이 일제히 사라지고 지가가 폭등하는 투기 양상이 적나라하게 벌어지고 있다.

***'혹시나'가 '역시나'**

8.31대책이 특히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참여정부 출범 이래 23번째 부동산대책인 8.31대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기만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정부가 초강도 대책의 출현을 예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양원가 공개를 못할 것도 없다"는 강력한 뉘앙스를 풍겼고,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을 예고하기도 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 같은 경우는 한 술 더 떠 "정치권에서 저항할 정도로 충격적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바람을 잡기도 했다. 정부는 또 "작금의 부동산값 폭등은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라며 신도시 등을 추가로 세울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얼마 안가 기류가 묘하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사전 여론검증'이란 명목으로 언론에 그 내용을 흘렸다. 당연히 건설족이 반발했다. "세금 폭탄" 등의 자극적 표현으로 마치 모든 국민이 지금보다 몇배나 많은 세금을 내야 하며 건설경기에 간신히 의존하던 경기가 급랭할 것처럼 건설족 언론이 불안감을 부추겨 나갔고, 아파트투기는 "세금이 아닌 공급 확대로 풀어야 한다"는 예의 건설족 논리가 지면을 도배했다.

때 맞춰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굴절도 시작돼 '국민 불안심리'와 '조세 저항'을 이유로 당초 원안에서 하나씩 차를 떼고 포를 떼더니, 1가구2주택자에게 60% 중과세 하겠다던 양도세율이 50%로 낮아지고 70%로 높이겠다던 1가구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율도 슬그머니 현행대로 60%를 유지키로 했다.

이와 함께 건설족의 '공급부족 논리'도 화려하게 부활해 '수도권 아파트 150만 호 공약'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노태우 정부때의 200만 호 공급보다 많은 250만호의 아파트를 지난 5년간 지어 공급한 결과, 공식적 주택보급률만 100%를 넘어서고 여기에 집계로 잡지 않고 있는 연립주택, 오피스텔 등까지 합할 경우 실제 주택공급은 이미 과잉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족의 '공급 부족' 논리에 따라 150만호를 더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앞서 25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2년전 10.29대책을 만들 때 당시에 경제각료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반발로 원래 추진하려던 대책이 무력화되던 과정을 토로한 바 있다. 8.31대책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먼저 강도 높은 안을 언론에 흘려 반발 여론을 조성한 뒤 무력화시키는 건설족의 노회한 대중여론 조작 탓이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을 던지기도 하나, 상황은 이미 종료된 뒤였다.

이렇듯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던 8.31대책도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났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참여정부에 기댈 게 없다"는 절망감이 번져나가고 있다.

정부는 8.31대책 발표 전날 "8.31대책은 앞으로 진정한 개혁과 사이비 개혁을 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한나라당이 조세 강화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대목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8.31대책의 내용과 결과는 결론적으로 참여정부가 어느 쪽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말의 부메랑'에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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