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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부동산거품' 파열 초읽기, 한국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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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부동산거품' 파열 초읽기, 한국 '치명타'

'부동산 망국' 현실화 악몽, 정부는 '땜방식 대책'만 내놓을듯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를 휩쓸고 부동산투기 광풍의 결과 형성된 전세계적 부동산거품이 곧 폭발할 것이며, 그럴 경우 한국 등 아시아국가가 가장 치명적인 '디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망국(亡國)' 악몽이 눈앞 현실로 다가오는 양상이다.

***"전세계적 부동산거품 곧 파열할 것"**

국내에서는 정부의 땜방식 부동산 대책을 비웃듯,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마침내 1억원을 돌파하고 '판교발 투기' 여파로 분당 대형아파트값이 10.29대책이후 2배이상 폭등하는 등 부동산투기 광풍이 전국을 휩쓸며 다수 국민들을 격노케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벨탑'을 쌓아올리고 있는 유한계층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절대 신봉하며, 부동산 투기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건설광고에 목 매단 국내 다수언론들도 "상류층들이 원하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 부족이 집값 급등 원인"이라며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필두로 현재 주요 세계에서 지난 몇년간 급속히 부풀려진 부동산거품은 곧 '파열'하며, 특히 한국 등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세계화의 영향으로 세계 전역에 걸쳐 집값이 동반 급등하고 있어 거품 붕괴시 세계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미국 집값은 지난 1997년 이후 1백30%나 급등하면서 뉴욕의 방 2개짜리 아파트가 1백만달러(우리돈 10억원)에 달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주택가격 급등은 지역적, 미국내 현상이라기보다는 전세계적 현상"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71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집값 상승률은 1.3%에 불과했지만, 2003년 3ㆍ4분기 부터 지난해 3ㆍ4분기까지 1년동안의 집값 상승률은 13.0%에 달했다.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프랑스의 경우도 1971년부터 2003년까지의 연평균 집값 상승률은 각각 3.6%, 3.6%, 3.4%, 1.7%에 그쳤지만, 2003년 3ㆍ4분기부터 1년동안의 상승률은 각각 13.8%, 17.2%, 10.8%, 14.7%에 달했다. 또한 홍콩, 뉴질랜드 주택 가격은 2003~2004년 동안 16% 올랐으며 아일랜드는 같은 기간 10% 상승했다.

이같은 부동산 거품의 근본적 원인제공자는 미연준(Fed)을 비롯한 각국중앙은행이다. 지난 2000년 주가 하락과 기술주 붕괴에 직면하자 미연준은 경제에 미칠 피해를 제한하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인하했고, 이어 EU 중앙은행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같은 조치를 취해 이자가 낮아지면서 전세계 부동산투기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미국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즈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존 르웰린은 "미연준과 다른나라 중앙은행들이 주식시장에서 잃은 부를 주택에서 되찾도록 하기 위해 이런 붐을 부추겼다"고 혹평했다.

문제는 부동산거품 파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수잔 워처 부동산학 교수는 "이번 주택가격 급등의 진짜 문제는 세계화의 여파로 과열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같은 점이 거품 붕괴 리스크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리딩 대학의 부동산경제학자인 마이클 벨은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미국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이 현상은 계속될 수 없는 이상 곧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거품 파열을 예고했다.

워싱턴 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도 국제유가의 갑작스런 상승 등 다른 경제적 충격과 맞물려 주택시장의 거품이 터질 경우 세계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역사적으로 또 상식적으로 급등한 주택 가격은 원위치로 돌아가게 마련이며, 이 과정은 서서히 나타날 수도(연착륙) 혹은 급격하게(경착륙) 이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부자들 부동산시장서 발빼기 시작**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미국 중산층은 부동산투기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미국 상류층은 부동산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캡제미니가 발표한 `세계부유층보고서'를 인용, 유동자산이 1백만달러 이상인 미국인들이 2004년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투자 비중을 13%로 2003년의 17%에 비해 4%포인트 줄였다고 밝혔다. 부자들이 지난해 부동산을 팔아 치운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상품에 대한 투자에는 재산을 덜 할당하는 대신, 헤지펀드와 채권 및 현금 보유 비중을 늘렸다는 것.

세계부유층보고서는 이와 관련, "부동산 분야가 과열됐다고 예견하는 듯한 이런 경향은 일반적으로 부유층이 보통 투자자들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우리의 믿음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전문가들도 "부유층은 종종 투자 경향의 선도적 역할을 한다"면서 "부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 부동산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부동산거품 파열을 예고했다.

***모건스탠리 "한국 등 동아시아, 내년에 디플레이션 위기"**

문제는 부동산거품이 터지며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경우 한국이 가장 심각한 치명타를 겪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앤디 시에는 12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는 현재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부동산 투기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과잉설비 등 때문에 내년에는 경기가 하향세로 돌아서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에는 특히 "디플레이션 위험성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중국과 중복된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권이 가장 높다"고 지적, 세계에서 가장 부동산투기가 극심하고 중국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반면 미국 등 서양 국가들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고 있고 통화 약세를 통해 압력을 완화할 수 있어 디플레 위험이 낮다”고 분석했다.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이와 관련, 지난 10일 "한국에서 부동산거품이 터지면 10년이상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부동산 망국, 현실화하나**

부동산투기가 심각한 정치-경제-사회문제화하자 정부는 뒤늦게 13일 이해찬 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오는 17일에는 노무현대통령 주재로 부동산투기대책회의를 갖기로 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껏 마련되고 있는 대책은 판교에 이은 '제3의 신도시' 건설 등으로 도리어 부동산투기를 증폭시킬 위험성이 큰 대책들이며, 분양원가 공개나 공공택지 공영개발, 분양권 전매 금지 같은 근원적 대책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달에는 전국적 부동산투기의 근원인 기업도시 3곳 선정, 공공기관 1백17개소의 지방이전 발표 등 부동산투기 호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땜방식 대책으로 부동산투기를 잠재울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정부대책이 헛돈다면 남은 운명은 경제법칙에 따른 '부동산 거품 파열'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탄식어린 전망이다. '부동산 망국'의 위험에 전면 노출된 위기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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