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피해자 진상규명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의 6월 임시국회 발의를 앞두고 원폭 피해자 2세의 권익을 위한 싸움에 수년간 앞장서 온 김형율(35)씨가 갑작스럽게 숨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국-일본 외면한 원폭 피해자 고통 알린 김형율씨, 35세 나이로 숨져**
'한국 원폭 2세 환우회' 김형율 회장이 29일 오전 9시5분 부산시 동구 수정동 자택에서 세상을 등졌다. 평소 '선천성 면역글로블린 결핍증'과 호흡기 질환 등 다른 합병증을 앓던 그는 이날 아침 갑자기 피를 토하고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특히 그는 20일부터 사흘 동안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의 과거 청산을 요구하는 국제연대협의회 심포지엄에 다녀온 뒤 급속히 건강 상태가 나빠졌던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더 안타깝게 했다.
어렸을 때부터 원인 모를 병으로 고통을 받던 김 회장은 1995년에야 자신이 '선천성 면역글로블린 결핍증'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고, 이것이 어머니로부터 유전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어머니는 1945년 히로시마에서 원폭 방사능에 노출돼 최근까지도 종양과 피부병 등 원폭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후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는 물론 우리 정부도 방치하는 가운데 지난 60여년간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 온 것을 알게 되고, 지난 2002년 3월 국내 처음으로 자신이 원폭 피해자 2세라는 사실을 공개하고 일본과 우리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일반인 20~30% 기능 폐 갖고, 한일 오가며 불꽃같은 삶**
그 후 김 회장은 본격적으로 반핵·인권·평화운동가로서 불꽃같은 삶의 마지막 3년간을 보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서 원폭 피해자 2세들의 건강과 처우 등 사례와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2002년 '원폭 2세 환우회', 2003년 '원폭 2세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그의 이런 노력은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원폭 피해자 2세들에 대한 실태조사로 이어졌고, 국가인권위는 지난 2월 원폭 피해자 2세들의 심각한 피해 상황을 일부 밝혀내고 국가 차원의 대책을 권고한 바 있다.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는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이 '원폭 피해자 진상규명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해 60여년 만에 정부 차원의 지원의 지원을 법적으로 보장할 촉구할 예정이다.
특히 이런 활동은 일반인의 20~30%밖에 미치지 못하는 폐 기능 때문에 생명을 걸고 진행해온 것이었다. 그는 스무 살 무렵 '기관지 확장증' 진단을 받은 후, 한여름에도 두터운 외투를 벗을 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최악인 상황이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그는 모두가 외면하던 원폭 피해자 문제를 공론화하고 스스로를 비롯한 그들 피해자를 대변해온 유일한 사람이었다"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는 원폭 피해자 2세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례식은 31일 아침 8시30분, 부산대병원 영안실. (051)240-7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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