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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피해자들, "한국 국적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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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피해자들, "한국 국적이 원망스럽다"

"질병과 가난에 시달려온 60년, 정부 더이상 외면말라"

"정부가 스스로 대책 만들길 기다리다가는 원폭 피해자 다 죽어나가게 될 것 같아 나섰다. 홀로 일본에 가서 벌인 소송에서 이겨 현지 일본 언론에는 대서특필돼도 한국 정부는 물론 주일 대사관에서도 연락 한번 없었다. 내가 한국 국적 가진 것 맞나 싶을 정도로 정부는 무관심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곽기훈 회장(81)은 일본 정부와 홀로 싸워온 긴 세월이 힘겨운 듯 한숨을 계속 쉬면서도 외면당해온 원폭 피해자들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더 말하기 위해 마이크를 좀처럼 놓으려하지 않았다. 해방 60년이라지만 원폭 피해자들의 사정은 전혀 그 당시의 악몽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았고,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개탄이다.

***"원폭피해자 2천3백명 더이상 방치말라"**

<사진 1>

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 원폭2세 문제 해결을 위한 공대위,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실은 12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원폭피해자 진상규명 및 지원대책 특별법 입법 청원' 기자회견을 갖고 "더 이상 원폭 피해자들과 그 2세들의 병고와 가난을 외면하지 말고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과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공개된 정부 문서를 제시하며 "한국정부는 74년 당시 원폭피해자를 2만명으로 파악하고 이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특수치료와 재활을 담당할 국립원폭전문병원 계획까지 세웠으면서 지금까지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원폭피해자에 대한 의료 및 생계지원은 '선지원·후규명'이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복지부는 "2세들의 질병이 원폭과 관계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아 정부 대책 마련은 힘들다"는 '선입증 원칙'을 고수해왔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월 14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와 함께 국가기관 최초로 원폭피해 2세들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현재 보건복지부에 정책권고를 검토하고 있다.

인권위는 그 당시 보고서에서 "원폭피해자 1천여가구의 자녀 4천여명에 대한 분석 결과, 이들은 일반인에 비해 빈혈, 심근경색, 암, 정신분열등의 각종 질병에 시달릴 비율이 6~80배에 이르며, 이미 사망한 3백여명중 절반이 넘는 1백50명이 10살이전에 사망했고,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60%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진2+3>

현재 원폭피해 2세 가운데 선천적 기형을 안고 출생하거나 유전적 질환 및 원폭병과 유사한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은 최소 2천3백여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들은 현재 과도한 진료비와 질병으로 인한 장기간의 노동능력 상실 등으로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인권위에 대한 진정서 제출로 실태조사의 계기를 마련했던 한국원폭2세환우회 김형률 환우회장은 "우리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핵무기를 사용한 미국에 의한 전쟁범죄 피해자"라며 "우리의 문제를 오직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도록 강요하고 정부가 실태를 알면서도 대책 마련을 피하는 것은 명백한 국가권력의 폭력이며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국회는 이 특별법이 하루속히 통과되도록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을 더욱 기울여달라"며, 국회의 적극적 대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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