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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 "감히 내 애를, 서민들 애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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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타워팰리스 "감히 내 애를, 서민들 애와 함께..."

'개포단지 취학배정 백지화' 파문, 2년전에는 개포주민 똑같은 반발

재건축 아파트 입주에 따른 과밀학급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최고부유층이 모여사는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학구를 조정, 취학아동들을 분산시키려던 서울 강남교육청의 계획이 타워팰리스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반발의 속내인즉 자신의 자녀들이 자신들보다 못사는 이들의 자녀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강남속 강남' 타워팰리스, "내 자녀를 어찌 강남 서민 자녀들와 함께..."**

타워팰리스와 대림아크로빌 등 강남 도곡동 467번지의 초고층주상복합건물단지, 일명 '도곡동 단지'의 취학아동들은 그동안 단지에서 동쪽으로 7백여미터 떨어진 대도초등학교에 진학해 왔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1월 강남 교육청은 올해부터 타워팰리스에 사는 올해 취학아동 가운데 94명을 단지에서 서쪽으로 6백여미터 떨어진 개포 1단지내 개포동 개일초등학교로 배정하는 내용의 '학구 조정계획'을 발표했다.

이유인즉 도곡동 대도초등학교 부근에서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올 2월 8백여가구가 입주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재건축 아파트에 5천여가구가 새로 입주하면서 학생들이 넘쳐나, 대도초교의 수용능력을 넘어설 게 불을 보듯 훤했기 때문이다. 강남 교육청은 '학구 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현재 한 학급에 32명인 학급당 인원을 40명이상으로 늘리거나, 32개 학급을 2007년에 50개 학급으로 늘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 이같은 학구 조정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이 발표되면서 곧바로 타워팰리스 학부모들의 저항이 시작됐다. 개일초교에 배정된 취학아동의 학부모들이 곧바로 강남교육청을 찾아와 거세게 항의했고, 이 사안은 이들 학부모와 강남교육청 관계자, 학교장 등이 참여하는 '학구조정위원회'에 상정됐다. 이들 학부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타워팰리스내에서 대일초교 배정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3백여 주민의 서명까지 받아냈다.

이들이 내세운 반대이유는 "대도초교가 거리상으로 더 가깝고 다니기에도 편하다"는 것. 그러나 대도초교와 개일초교의 거리는 비슷하다. 이들이 내세운 이유는 '핑계'일 뿐이다.

이들이 개일초교 배정에 반대하는 실제이유는 개일초교에는 '강남속 서민' 자녀들이 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대도초교에는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대림아크로빌, 동부 센트레빌 등 이른바 '강남속 강남'이라 불리는 도곡동 주상복합단지 자녀들이 다니고 있다. 반면에 개일초교에는 개포 주공 1단지의 작은 평수 아파트의 자녀들이 많다. 이들 아파트 가격도 7~8억을 넘으나, 문제는 실제 거주자는 상당수가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들이라는 사실. 요컨대 타워팰리스 시각에서 볼 때는 '강남속 서민'에 불과한 이들 거주자 자녀들과 자신의 '귀한 자녀들'을 함께 다니게 할 수 없다는 식이다.

결국 강남교육청은 이들 타워팰리스 학부모의 압력에 굴복, 발표까지 했던 타워팰리스 자녀들의 개일초교 배정을 백지화하고 1년뒤부터나 배정하기로 '1년 유예' 결정을 내렸다.

다른 데 같았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을 '양보'를 강남교육청이 이번에 한 것이다. 그 결과 대도초교의 학급당 인원은 32명에서 3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번 결정은 타워팰리스 부모들이 가진 '힘'의 승리라는 게 주위의 따가운 평가다.

***타워팰리스의 살벌한 우월의식-경쟁의식**

타워팰리스의 '우월의식'과 주변 주민들의 '박탈감'은 강남 일대에서 유명하다. 지난 2003년 삼성물산의 타워팰리스 특혜 분양 의혹이 '제보'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던 것도 타워팰리스 주변 거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낳은 산물이라는 게 정설이다.

타워팰리스의 우월의식은 같은 아파트내에서도 목격된다. 최고 64층인 타워팰리스의 3개 동에는 동마다 8개의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있다. 4기는 30층 미만의 저층용이고, 4기는 30층 이상의 고층용이다. 저층에는 비교적 작은 평수의 아파트가, 고층에는 최대 1백24평형 팬트하우스를 비롯한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있다.

한 입주자는 "같은 또래 아이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 한 아이가 고층용 단추를 누르면 저층에 사는 아이는 기가 죽어 슬슬 피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고 말한다. 타워팰리스 외부집단에 대해서는 물론, 같은 타워팰리스내에서도 계층 차별의식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한 예다.

또다른 입주자는 "한 학생의 어머니는 타워팰리스내에서도 어떤 과외선생이 애들을 잘 가르치는 등 사교육에 관한 한 최고급 정보를 쥐고 있는 '과외통'으로 유명하나, 동시에 그 어머니는 '좋은 과외선생을 소개해 달라'는 시누이에게까지 A급 과외선생을 소개하지 않기로 유명하다"며 "시누이에게까지 경쟁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타워팰리스의 살벌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증언이다.

타워팰리스는 '신흥 상류층'의 거주지로 유명하다. 지난 2003년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1차 입주단지인 1천4백99가구의 집주인 가운데는 기업인이 42%로 가장 많고, 다음은 의료인(8.3%), 학계(3.9%), 법조인(3.7%), 금융인(3.2%) 순이었다. '신흥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이 모여사는 곳이 다름아닌 타워팰리스인 것이다.

이번 타워팰리스 학군 변동 백지화 파문은 한국 신흥 상류층의 적나라한 현주소를 보여준 또하나의 씁쓸한 사건이라 하겠다.

***개포동 2년전에는 임대아파트 건립 반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간과해선 안되는 대목은 이같은 '우월적 차별의식' 또는 '집단이기주의'가 타워팰리스에서만 목격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이러니컬한 대목은, 이번 사태로 타워팰리스로부터 호되게 한방 맞은 모양새가 된 개포단지의 일부 주민들도 2년전에는 비슷한 상처를 자신들보다 못사는 다른 계층에게 준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3년 5월3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H아파트 주민 1천여명은 인근 서울시 체비지에 서울시가 임대아파트를 세우려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는 청원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청원요지인즉 "고층의 임대아파트를 건립하면 교통대란과 환경오염 및 각종 도시문제가 발생되므로 도시계획시설상 연구시설로 그대로 놔두거나 공원을 조성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 심사결과, 이곳에는 임대아파트가 25평형으로 겨우 89가구가 세워질 뿐이었고, 이는 청원을 낸 주민들이 사는 개포동 H아파트의 31~60평형 5백58가구의 6분의 1밖에 안되는 규모였다. 또 H아파트와 새로 지어질 임대아파트 사이에는 폭 5m의 도로가 있고, 인근에는 23만여평방미터의 근린공원 등이 있어 임대아파트가 세워진다고 주거환경이 열악해질 위험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요컨대 청원인들이 낸 '교통대란'이나 '환경오염'이란 턱없는 빌미에 불과했고, 핵심요인은 마지막에 내건 '각종 도시문제'와 표면에 내세우지 않은 '아파트값 하락'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면 빈곤층이 개포동에 진입하면서 각종 치안불안이 예상되고, 집값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물이 흐려질 것 같다'는 게 반대이유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점 파악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도시관리위원회는 검토 의견서 말미에 "청원대상 부지의 지역여건상 임대아파트 건설이 토지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며 대신 문화-체육시설, 사회복지시설 등의 건립을 권고해 사회적 비난을 받았었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 재계 등은 '사회통합'과 '경제재건'을 위한 범국민적 일치단결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이들이 적게 가진이들에 대한 '우월의식'과 '선민의식'을 버리지 않은 한, 이같은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가진이들이 말로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외치는 한, 한국의 분열은 치유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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