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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시민사회의 주역들, '올해의 의인' 1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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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시민사회의 주역들, '올해의 의인' 12인

적십자사-산업기술평가원 등 '투명사회기여상' 수상

'올해의 의인'으로 선정된 12인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비록 조직으로부터는 버림 받았지만 시민들이 그들의 노고로 우리 사회가 좀더 살 만한 사회가 됐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국제연합(UN) 산하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투명성기구(TI)의 한국본부인 반부패국민연대는 '올해의 투명사회기여상' 12인을 선정해 9일 발표했다.

이 중에는 <프레시안>이 집중 보도한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부실 관리 실태를 고발한 김용환씨 등 4인과,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의 국가 연구개발(R&D) 관련 비리를 고발한 김태진씨 등 3인이 끼어 있다.

***적십자사-산업기술평가원 공익제보자, '올해의 의인'으로 선정**

반부패국민연대는 적십자사와 산업기술평가원 공익제보자 7인을 포함한 12인에 대해서 '투명사회기여상'을 수상했다.

'투명사회기여상'은 사회 각 부문에서 부패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온 개인, 단체와 반부패 우수 프로그램을 선정해 시상하는 상으로 올해는 내부비리를 고발한 공익제보자 총 12인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투명사회기여상'을 수상한 12인 중에는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부실 관리 실태를 고발해 적십자사의 혈액 관리 쇄신을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 해고 위협과 따돌림을 당해온 김용환, 이강우, 임재광, 최덕수 씨와, 산자부 산하 산업기술평가원 연구원으로 국가 연구개발 관련 비리를 고발했다 해고당한 뒤 1년여만에 법원의 지시로 최근 복직한 김태진, 김준, 송주의씨가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우리신용정보 전 직원 김승민씨, 경남도청 농수산물유통과 백철우 사무관, 영주풍기지구대 이영진 경사, 김이섭 전 연세대 강사, 고성군청 이정구씨도 신분상의 불이익을 무릅쓰고 공무원 사회 및 조직 내부의 문제를 제기한 공로로 투명사회기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수상자를 대표해 김승민씨는 "이렇게 명예롭고 기쁜 상을 받아 오랜만에 웃어본다"면서도 "지금의 부패방지법은 나처럼 국민 생활과 직결된 민간기업의 불법행위를 고발해 불이익을 당할 경우 전혀 보호를 해주지 못해 한계가 많다"고 현 부패방지법의 맹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들이 싸우지만 말고 우리 사회를 좀더 깨끗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부패방지법 개혁 등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승민씨는 현재 2003년 9월 우리신용정보(우리카드의 자회사)를 포함한 금융기관의 불법행위를 금융감독원에 고발한 뒤, 금감원이 이 사실을 직장에 알리는 바람에 동생과 같이 해고됐고, 현재는 이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로 금감원과 우리카드로부터 고소를 당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적십자사 공익제보자는 '빛과 소금'상도 수상**

이에 앞서 지난 4일 '아름다운 재단'도 적십자사 공익제보자 4인을 '올해의 의인'으로 선정해 '빛과 소금'상을 수여했다. '빛과 소금' 상은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며 조직의 내부 부패를 고발해 맑고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 공익제보자들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올해 1회 수상자로 적십자사 공익제보자 4인이 선정된 것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적십자사 공익제보자 4인을 대표해 발언한 김용환씨는 "이런 명예로운 상을 수상하게 돼 꿈만 같다"며 "지난 1년 동안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하면서 어려움을 함께 해온 많은 분들께 감사한다"고 눈시울을 붉혀 청중을 숙연케 했다.

이들은 이처럼 시민들로부터 최고의 시민, 의인으로 선정됐으나 아직 이들을 대하는 조직의 분위기는 싸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들의 내부 고발로 해당조직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적잖은 상처를 입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를 수용하지 못했던 조직의 자기한계부터 성찰하는 게 순리라는 게 다수 국민의 시선이자 바람이다. 이들 내부 고발자가 활짝 웃으며 생활할 수 있는 건전한 조직문화를 기대해 본다.

***"부패와 비리 구조 척결 위한 소중한 결단, 다시 한번 확인"**

'투명사회기여상' 수상에 맞춰 산업기술평가원 공익제보자 보호에 힘써온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실과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도 각자 논평을 통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승수 의원실은 지난 10월 산업기술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익제보자 3인과 함께 산업기술평가원 직원들이 학위 취득과 관련해 부당한 과제 지원을 했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이달 중 산업기술평가원에 대한 국회 산업자원위 차원의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조승수 의원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실질적인 '내부 고발자 보호' 등 공직사회 내부의 자기정화를 위한 노력에 대한 제도적 정비에 힘쓰고 공직사회 부패 척결에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노조도 논평을 통해 "이번 상의 수상으로 이들의 행위가 산자부와 산업기술평가원의 부패와 비리 구조를 척결하기 위한 소중한 결단이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이들을 탄압하고 터무니없는 해고와 범죄를 자행한 산업기술평가원 책임자들은 그에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적십자사 공익제보자 4인과 산업기술평가원 공익제보자 3인을 시상식장에서 만나 수상 소감을 들었다.

***적십자사 공익제보자 김용환, 이강우, 임재광, 최덕수**

프레시안 : '올해의 의인'으로 선정된 것 축하한다.

김용환 : 처음에 수상 통보를 받고 만감이 교차했다. 부실 관리된 혈액으로 간염이나 AIDS에 감염된 환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할 일을 했고 그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그지없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큰 상의 대상자가 됐다는 게 큰 기쁨과 위로가 됐다.

프레시안 : 이번에 공식적으로 실명이 공개되긴 했지만 사실 적십자사 내부에서는 공공연히 실명이 모두 알려졌었다. 동료들과 관계에서 힘든 일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임재광 : 일단은 적십자사 혈액 부실 관리 문제가 언론에 처음 보도된 뒤부터 우리 4명은 조직의 배반자고, 나쁜 놈으로 낙인이 찍혔다. 개인적으로 업무를 안 준다든지, 업무를 주더라도 1주일 내내 몇 시간이면 해결할 수 있는 업무를 주는 식으로 차별했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의견을 내도 내 얘기는 반대하기만 하고. 심지어 밥 먹을 때도 내가 앉아 있는 자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안 오는 식이었다. 지금도 시상식이 끝나고 이 일이 회사에 알려지면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두렵다. 어떤 편견을 가지고 대할지….

이강우 : 개인적으로 느꼈던 어려운 점도 있고 주변의 동료들이 느꼈던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다 지난 일들이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일단 제대로 된 혈액사업이 이뤄져야 보람이나 긍지를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제대로 된 틀을 바로잡자는 의미에서 다 같이 한 마음으로 화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혈액사업의 문제점이 많이 지적됐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은 것 같다.

김용환 : 적십자사가 그 동안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 사실 지난 1년간 적십자사가 국민들의 신뢰를 많이 잃어버린 게 사실이다. 이 상을 우리에게 준 것 자체가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잃지 말고 다시 태어나는 적십자사를 만들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겠다.

프레시안 : 16일에 한완상 전 부총리가 적십자사의 새로운 총재로 취임한다. 기대가 클 것 같다.

임재광 : 기대가 상당히 크다. 지금까지 총재들보다 단연 개혁적인 면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였던 그런 모습들이 적십자사 개혁에 시금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여 있는 물이 썪고 있는데, 지금까지 총재들은 물꼬를 트지 못했다. 한완상 총재 취임이 적십자사 쇄신의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레시안 : 내부고발자 보호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듯하다.

김용환 : 그렇다. 오늘 우리카드 김승민씨 얘기를 듣고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는데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상황이 짐작이 된다. 부패방지법이 대폭 개혁돼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가 더 강화되고, 그 범위도 확대 되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여러분을 격려해준 시민들에게 할 말은 없나? (웃음)

이강우 : 그 동안에 시민 여러분이 많이 적십자사를 믿고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죄송할 뿐이다. 앞으로 그런 잘못된 점을 개선하고 부적한 점을 채워갈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믿을 수 있는 혈액사업을 만드는 데 미약하나마 힘을 보탤 것이다. 시민 여러분도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격려해 주길 바란다. 잘못된 부분은 무섭게 지적해 주고. 내부에서 일하는 우리들도 열심히 노력하겠다.

***산업기술평가원 공익제보자 김태진, 김준, 송주의**

프레시안 : 법원 판결로 복직된 지 얼마 안 돼 이런 뜻깊은 상까지 받게 됐다.

김태진 : 그렇다. 우리가 이런 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자문해보면서도 우리의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게 기쁘다. 한 편으로는 큰 책임감이 늦겨진다.

프레시안 : 꽤 긴 시간 동안 조직 내부에서 또 해고 된 뒤에도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다.

김태진 : 그렇다. 여러 차례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제도적 해결 방법을 내놓았지만 그것이 묵살되곤 하면서 패배감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아마 우리카드의 김승민씨처럼 혼자서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과기노조가 같이 했고, 뜻있는 언론사와 조승수 의원실 등에서 도와준 게 큰 힘이 됐다.

프레시안 : 특히 과기노조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적십자사의 경우에는 노조가 오히려 회사 편에서 내부고발자를 탄압하기도 했다.

김준 : 그렇다. 그것은 큰 문제다. 대개의 노조가 '기관 이기주의'에 빠져 기관 내 부패에 둔감하고 오히려 내부고발을 할 경우 경영진과 한편이 돼 탄압하는 데 나서기도 한다. 노조가 조직적으로 기관 내 부패 고발에 앞장선다면 이렇게 내부고발자들이 외롭게 싸울 이유도 없을 것이다.

김태진 : 맞다. 특히 공공부문의 노조가 그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나서지 않는다면 자멸할 수밖에 없다. 과기노조가 우리와 적극적으로 함께 해서 이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 좋은 보기가 됐으면 한다.

프레시안 : 복직된 뒤에도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준 : 일단 마지못해 법원 판결 때문에 복직시킨 경영진에게는 우리가 눈엣가시일 것이다. 우리가 해고당한 기간에 만들어진 어용노조도 우리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한다. 특히 복직해보니 개인 업무 외에는 다른 업무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차단시켜 놓았더라. 국가 연구개발과 관련한 평가에 있어서 투명성을 강화하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봉합하려는 모양새다.

프레시안 : 방금 지적한 대로 여전히 국가 연구개발 평가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김태진 : 그렇다. 지금까지 국가가 추진하는 과학기술 관련 사업은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쓰이면서도 소수의 관료들과 일부 기업들이 독점하는 식이었다. 아무도 그것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것은 거대한 '기만행위'다. 앞으로 더욱더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이 문제를 파헤쳐 시민들에게 고발하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복직은 했지만 문제가 해결 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겠다. 이 상도 그런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내부고발자 보호 문제에 대해서 듣고 싶다.

김준 : 현재 내부고발자 보호에 문제가 너무 많다. 우선 부패방지위에 신고가 안 됐다 하더라도 명백한 공익제보일 경우 내부고발자를 보호해야 한다. 내부고발자로 신고할 수 있는 채널도 더 다양화해야 될 것이다. 김승민씨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민간 기업의 내부고발자로 그 보호 대상도 확대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프레시안 : 다시 한번 수상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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