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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 "기업에 '토지 강제수용권' 주겠다" 파문

'제2차 부동산 경기부양책' 노골화, 국민기본권 심각한 침해

정부가 민간기업이 기업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대상 토지의 절반을 땅주인과 합의해 사들이면 나머지 절반의 땅에 대해선 땅주인이 매각을 반대하더라도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을 민간기업에게 주기로 해,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건교부 "기업에 토지 강제수용권 주겠다"**

강동석 건설교통부장관은 17일 전경련 부설 국제경영원(IMI)이 주최한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서 전경련이 요구한 기업도시 건설시 민간기업의 '토지 강제수용권' 부여에 대해 "기업에 1백%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고 저항도 심할 것"이라며 "그 대신 민간기업이 개발대상 토지의 50%를 (땅주인과) 협의매수할 경우 나머지에 대해서는 강제수용권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어 기업도시 조성에 따른 개발이익과 관련, "기업에 개발이익을 무한정 주게되면 지역민들의 환영도 왜곡될 수 있는 만큼 개발이익이 났을 때 일부를 떼어 문예회관이나 공원을 건설하는 등 기업도시내 공공 인프라 확충에 써야 한다"며 "개발이익의 30%만 기업이 취하고 나머지는 공공 인프라에 쓰는 토공-주공의 사례를 참고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개발이익의 최소한 30%를 보장해주겠다는 얘기다.

이같은 강장관 발언에 대해 그동안 기업도시 건설을 앞서 주창해온 전경련의 이규황 전무는 "정부의 전향적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크게 반색했다. 이 전무는 그러나 "다만 협의매수 비율과 개발이익 배분 비율에 대해서는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정부가 제시한 최소한의 비율조차 재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정부는 이같은 파격적 내용을 담은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복합도시개발 특별법(가칭)'을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 연내 통과시킨 뒤 연내에 기업도시 후보지 1~2곳을 선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전경련의 1년만의 승리, '기업해방도시'**

대기업에게 이같은 토지 강제수용권을 주겠다는 정부 방침은 정부가 국가권력의 일부를 재계에게 이양하겠다는 얘기인 동시에, 나날이 악화되는 경제상황에 초조해진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또다른 형태의 '부동산 부양책'을 펴려 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기업도시 구상은 전경련이 지난해 10월 경기활성화와 고용창출을 명분으로 꺼내든 회심의 카드였다. 전경련은 그후 지난 6월15일 재계 및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도시 건설을 위한 정책포럼'을 열어 '기업도시건설특별법(가칭)' 초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출하며 연내 입법을 요구했었다.

전경련은 정부에 대해 현재 토지공사나 지자체가 하고 있는 토지 수용권을 민간기업에게 줄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기업이 조성된 토지의 처분가격과 방법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하고 주택공급방식은 시행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위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골프장 설립 등도 자율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전경련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기반시설에 대한 지원과 조세 및 부담금 감면을 요구했다. 현행법상 개발지역내는 물론 바깥의 기반시설 부담을 사업자가 맡도록 돼있는 조항을 바꿔, 개발지역내는 시행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밖은 지차제와 정부 부담으로 개발해 달라는 것이다. 또한 경제자유구역 개발업자와 같은 수준의 조세 및 부담금 감면혜책을 요구했다.

한마디로 말해 돈 들어가는 기간시설은 정부-지자체가 떠맡고, 돈 되는 택지개발이나 아파트건설-분양은 모두 민간이 독차지하겠다는 얘기였다. 요컨대 기업도시 건설을 통해 거대한 개발소득을 거두겠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이규황 전경련 전무는 이같은 요구안을 발표한 뒤 "기업도시를 건설할 경우 5백만평의 첨단산업 기업도시 개발시 건설효과를 시산하면 향후 3년간 28조원의 투자가 예상되며 국내총생산은 3년간 연 1~2% 증가하고 취업자수 역시 3년간 연1~2%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의 이같은 '기업해방도시' 요구는 당연히 각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시민단체 경실련은 "참여정부가 또하나의 부동산투기 특혜를 의미하는 전경련 요구를 수용하면 재벌정책 후퇴로 받아들이겠다"고 경고했고, 민주노동당은 "재벌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거냐"며 강력성토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같은 재계요구가 나온 지 이틀뒤인 지난 6월17일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대한 국정과제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기업도시가 지방을 살리는 정책이라면 설혹 형평성 문제가 나오더라도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펴겠다"고 적극적 수용 입장을 밝혔다.

결국 "형평성 문제가 나오더라도 적극 지원을 하겠다"는 노대통령 방침에 따라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가 전경련의 '기업해방도시' 요구를 수용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건교부는 그러나 지난 5월 삼성이 아산 탕정지구에 기업도시 건설을 신청했을 때만 해도 '특혜 시비'를 우려해 이를 반려했었다.

***'한국판 로보캅 시대'의 도래인가**

강제 토지수용권 부여 등 재계에게 파격적 특혜를 주기로 한 정부의 기업도시 허용방침은 앞으로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게 확실하다.

우선 예상되는 문제는 토지 강제수용-아파트 분양 자유화라는 특혜를 통해 기업들은 막대한 개발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반면, 민간기업에게 땅을 강제로 수용당하는 일반국민들은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침해당하는 모양새가 돼 '위헌' 소송등이 줄을 이을 게 확실하다.

또한 정부가 개발이익의 70%를 공원 등 지역 인프라에 쓰도록 하겠다고 하나, 지난 3년간 광적인 아파트투기 결과 시행사와 시공사가 천문학적 폭리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폭리에 걸맞는 세금을 거두지 않았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개발이익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 될 공산이 농후하다. 특히 정부가 세금 추징의 근거가 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는 만큼 개발이익이 기업 몫이 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

아울러 정부방침은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붐의 재연으로 이어질 게 확실시된다. 한국은행이 나날이 금리를 낮춰 단기성부동자금이 4백조원을 넘어 급증하고 있는 마당에 '기업도시'라는 새로운 투기 먹이를 제공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행정수도 이전지 일대 충청권의 가공스런 부동산투기가 이같은 우려를 입증해준 바 있다.

이헌재 부총리의 '골프장 경기부양론'에 이은 정부의 '제2차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기업도시'를 통해 완성된 느낌이다.

오래 전 영화 <로보캅 3>을 보면, 한 악덕재벌이 도시개발을 위해 토지를 강제수용하려 하자 하루아침에 보금자리에서 쫓겨나게 된 서민들이 집단봉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재벌은 폭력단 등을 동원해 강제로 토지를 수용하려 하자, 로보캅이 나서 서민들을 도와 재벌의 음모를 좌절시킨다는 스토리다.

기업도시는 한국판 로보캅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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