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발끈 "안철수, 회사 오너가 해고 통보하듯 해"

安 "좀더 논의 필요"…호남계·당권파에서도 "孫 물러나야"

바른미래당의 상황이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으로 다시 요동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지난 27일 손학규 대표에게 사실상 퇴진을 요구한 데 대해, 손 대표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연 회견에서 전날 안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 "많은 기자, 카메라를 불러놓고 저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일방 통보, 최후통첩이 될 거라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며 안 전 대표가 자신에게 "회사 오너(owner. 소유주)가 CEO(경영자)에게 해고 통보하듯" 했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자기 자신의 분파적 정치가 아니라 중도통합 정신으로 당을 일으키는 데 기여하기 바라는 마음"이라며 "'비대위를 구성하자', '전당원투표를 하자', 그것은 유승민계 의원들, 안 전 대표와 친하다는 의원들이 (지난해) 저를 내쫓으려고 하면서 한 얘기와 똑같다. 그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과 오찬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전날 손 대표에게 △비대위를 구성해 자신이 위원장을 맡는 방법 △전당원투표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든 현 지도부 재신임을 묻든 하는 방법 등 2가지 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이에 대해 "어제 안 전 대표가 저에게 얘기한 것은 '너는 물러나고 내가 당권을 잡겠다'는 얘기였다"며 "전당원투표를 왜 해야 하느냐"며 불쾌감을 재차 드러내고 "당 운영을 개인회사 오너가 회사 운영하듯 해서는 안 된다. 당에는 오너가 없다. '내가 창당했으니 내 당이다'라고 한다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자신이 '안 전 대표가 귀국하면 조건 없이 물러나겠다'고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내가 그런 얘기를 한 일이 없다"며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안 전 대표의 전국적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위치, 당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위치(에 안 전 대표를 앉히는 방도)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 안 전 대표가 당권투쟁에 나설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는 당원이고 당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당에서 안 전 대표가 원하고 요구하는 바를 적극 검토하고 다 들어줄 것"이라고도 했다.

안철수계 의원·정치인들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손 대표는 '안철수계 의원들과 당을 같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건 안 전 대표의 몫"이라며 "어제도 '변혁'에 참여했던 분들이 (안 전 대표를) 수행해 왔는데, 안 전 대표가 그분들과 함께 깊이있는 토론을 하고 (그들이) 의사결정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당의 입장에서 (그들은) 그간 당을 해치고 깨트리려 했던 분들이다. 안 전 대표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당권파인 호남계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안 전 대표나 손 대표가 모두 동반 퇴진하고 제3의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데 대해 손 대표는 "그것은 안 전 대표가 앞으로 당에 어떻게 협조하는지 태도와 자세에 달려 있다"며 "그 때 가서 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손 대표의 회견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날 중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손 대표 회견 전인 이날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손 대표와의 회동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는 "(오찬회동에서) 어떤 결론이 난 것은 없다"며 "아직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만 했다.

오찬에 참석한 당권파 주승용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손학규-안철수 동반퇴진' 제안을 안 전 대표에게 전달했으나 안 전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 의원은 "손 대표의 회견 내용을 보고 (호남 중진들이) 손 대표와 만나 중재 등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주 의원은 "이른바 당권파 의원들도 손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것(당권)을 안 전 대표가 차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