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김 전 위원장을 만나 대화했다. 안 전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해외에 있을 때 '조국 사태'가 나고 김 전 위원장의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해 알게 됐다"며 "귀국하면 가장 먼저 뵙고 말씀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우리 사회가 공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인정받는 나라, 반칙과 특권 없는 나라로 가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노력하면서 계속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또 "공정은 진보와 보수가 상관없는 문제"라며 "내 편이면 옳고, 상대편이면 틀리다는 비상식적인 생각이 우리나라를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사전 보도자료에서 "이번 만남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로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일부 시민단체에 자성을 촉구하고, 21세기의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해 경청하고 논의할 것"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이튿날인 22일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을 만나 대담을 한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인 지난해 10월 초 조 전 장관(당시 법무장관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권력형 범죄로 비화 가능성이 있다"며 "조 후보자는 부적격하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 논란 끝에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직과 경제금융센터 소장직에서 물러났다. (☞관련 기사 : 김경율 회계사 "조국 장관 부적격자...사모펀드 의혹 심각한 문제")
다만 이 논란으로 김 전위원장을 징계하려던 참여연대는 작년 10월 21일 상임집행위원회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는 진행하지 않고 사임 의사만 수락하기로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소장이었던 참여연대는 경제금융센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민주당의 2호 총선 공약인 '벤처 4대 강국 실현', '벤처 창업주의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해 "소수 주주 권익을 침해하고, 경영진으로의 권한집중 및 사익추구를 유발할 공산이 크다"며 "정부·여당이 해당 공약을 철회하고, 더 이상의 차등의결권 허용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안 전 대표와의 만남에 정치적 해석이 붙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전날 SNS에 쓴 글에서 "혹시 있을 수 있는 오해를 대비"하는 차원이라며 "올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그간 여러 방식으로 정치인들을 빈번히 만나왔다. 주로 재벌개혁과 경제권력 감시와 관련해서였다"며 "그간 정치인 분들과 만났던 통상의 자세로 (안 전 대표를) 만난다.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계속 해 나가겠다"고 했다.
안철수, 호남 민심에 구애…선거개혁·검찰개혁 입장도 일부 밝혀
안 전 대표는 지난 19일 오후 귀국한 이후 이튿날인 20일에는 서울 동작현충원과 광주 5.18 묘지를 참배했다. 특히 5.18 묘지 참배는 호남 민심에 대한 구애로 해석됐다.
그는 이동 중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정부·여당을 겨냥해 "가짜뉴스와 이미지 조작에만 능하고 자기편 먹여 살리기에만 관심 있는, 마치 이익 집단의 권력투쟁 같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선거개혁, 검찰개혁 현안에 대한 입장도 일부 언급했다. 그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원래 취지가 많이 훼손됐다"며 "원 취지에 맞게 조금씩 바꿔 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다만 '4+1 협의체'에 대해서는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큰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현 정권을 수사 중인 검사를 인사(조치)하는 것은 검찰개혁이 아니다. 그것을 검찰개혁으로 포장하면 어떤 국민이 속겠나"라고 꼬집었다.
그의 정치적 진로에 대해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날 생각이냐는 물음에 그는 광주 일정 후 전남 여수에 들러 장인 묘소를 참배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계획 없다"며 "선거와 관련된 분들 만나는 것에는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날 김경율 전 위원장 면담 후에도 보수통합에 대해 "그것이야말로 정부 여당이 바라는 함정에 들어가는 길이다. 야권에서 치열하게 혁신 경쟁을 하는 것이 나중에 파이를 합하면 훨씬 더 커질 수 있는 길"이라고 귀국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광주 5.18 묘지 일정에 안철수계 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 의원과 바른미래당 당권파로 분류됐던 박주선·주승용·김동철·최도자 의원이 동행한 점이나, 공항 회견에 이어 20일 재차 "국민의당을 지지해주시는 많은 분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서운하셨을 것"이라고 재차 사과한 점을 놓고 안 전 대표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신당을 다시 창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다만 이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만남 계획에 대해서는 "우선 (다른 사람을) 열심히 만나 뵙고 당 내외 분들도 만나기로 했다"며 "대화를 나누면서 하나씩 상황을 파악하고 의논하도록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적어도 바른미래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부분을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정리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라며 "가급적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설 연휴를 전후해서 거칠 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특히 "대안신당·민주평화당 분들은 바른미래당 통합 과정에서 반대해서 나가셨던 분들이지 않느냐. 그리고 지금도 안 전 대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분들이 안 전 대표의 가치나 노선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참여를 희망한다면 어떻게 될지 몰라도 현재 입장을 견지한다면 안 전 대표가 가는 길과는 분명히 선이 다르다"고 기성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안 전 대표가) 올바른 길을 간다면 호남에서 다시 한 번 관심과 평가를 해 주시지 않겠느냐, 이런 기대를 갖고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또 "호남은 안 전 대표에게 굉장히 특별한 지역이다. 대통령 선거 때부터 이제까지 쭉 지지를 해 주셨고, 또 본인의 처가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본인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여러 가지로 남다른 지역"이라며 "정치적 기반이 되어 주셨던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특별한 (안 전 대표) 본인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2일에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평화당 대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회동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평화당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연동형 선거제 흔드는 꼼수정당 퇴치를 위한 긴급토론회'에 손 대표와 김 전 비대위원장이 참석해 축사를 하는 것.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회동을 두고 안 전 대표의 귀국과 맞물려 이른바 '제3지대'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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