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스코트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재조사에 협력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 중 하나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민주당 대선주자)에 대한 뒷조사를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 미국 하원에서 탄핵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유사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외교를 이용하고 있다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호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뮬러 조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압박했다고 이 통화 내용을 알고 있는 미국 관리 2명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바 법무장관의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이 신문은 또 "백악관이 통화 녹취록 열람을 대통령 측근 소그룹으로 한정했다"며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와 마찬가지로 백악관 관료들이 통화록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 제기다. (관련 기사 바로 보기)
트럼프, 공익제보자 등 정보 제공자 색출 요구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29일과 3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자신에 대한 탄핵조사의 계기가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제보한 공익제보자와 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거친 언사와 비난을 쏟아냈다. "반역죄", "남북전쟁과 같은 분열", "스파이" 등 강도 높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일부 공화당 인사들에게서도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트위터에서 “모든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나를 고발한 자를 만날 권리가 있다. 이른바 ‘공익제보자(whistleblower)’로 불리는 그자가 외국 지도자와 (내가) 나눈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대화를 완전히 부정확하고 사기성 가득한 방식으로 묘사했을 때 특히 그렇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공익제보자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한 공무원들에 대한 색출도 요구했다. 제보자는 고발장을 통해 자신이 백악관 등 6명 이상의 관료들부터 관련 정보를 들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 공익제보자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제공한 자도 만나길 원한다. 이 사람은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스파이 행위를 하지 않았는가? 커다란 대가를 치를 것(big consequences)!”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익제보자는 고발장에서 백악관 관료들이 지난 7월 25일 있었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은폐하려고 시도했다고 폭로했고, 백악관은 이를 일부 시인했다.
트럼프, "반역죄", "내전", "스파이", "사기" 등 격한 반응...일부 공화당 인사들도 반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에는 탄핵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애덤 시프 의원은 불법적이고 끔찍한 거짓 발언을 했다. 마치 그것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내 전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서 내가 말한 것인 양 했고, 의회와 미국민 앞에서 큰 소리로 읽었다. 그것은 내가 전화 통화에서 말한 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 반역죄로 체포(Arrest for Treason)?"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익제보자의 고발장에 대해 "사실로 입증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대부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 관한 것이지만, 투명성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즉시 의회와 대중에 공개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공익제보자는 거의 아무것도 몰랐다. 그 전화에 대해 간접적 설명은 사기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더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 "그들은 미국을 불안하게 하고 다가오는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로버트 제프레스 목사의 말을 인용해 "민주당이 대통령 직에서 제거하는데 성공한다면(그들은 결코 그러지 못하겠지만), 이는 남북전쟁(Civil war)과 같은 분열의 원인이 될 것이며 결코 치유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을 넘은 격한 반응은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비난을 받았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에 따르면, 공화당 애덤 킨징거 하원의원(일리노이주)은 "나는 내전(civil war)으로 인해 황폐해진 나라들을 방문했다"며 "나는 대통령에 의해 이런 말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이는 불쾌함을 넘어선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의 전략가인 마이크 머피는 "반역죄" 발언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올려 "선을 넘었다"면서 "반역죄? 미국 대통령(POTUS)의 발언? #부적절하고 불안정함"이라고 평했다.
낸시 펠로시 "백악관, 사태 악화시키지 말라"
앞서 <뉴욕타임스>는 공익제보자가 백악관 근무 경험이 있는 CIA 요원이라고 보도했다. 이 제보자는 하원에서 진행 중인 탄핵조사와 관련해 직접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의 변호인단이 의회에 서신을 보내 제보자와 관련 인사들의 안전과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보자 색출'을 주장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을 향해 "사태를 지금보다 더 악화시키지 말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펠로시 의장은 29일 미 CBS와 인터뷰에서 "백악관은 탄핵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며 "진실을 말해라. 이것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는 경험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한편, 하원 정보위원회는 30일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루디 줄리아니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에게 소환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시프 정보위원장은 줄리아니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의 조사에는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여 개인적 정치적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계획에서 당신이 대통령 대리인으로서 행동했다는 믿을 만한 주장에 대한 조사가 포함돼 있다"고 적시했다. 앞서 줄리아니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우크라이나에서의 비리 의혹에 대해 알린 "공익제보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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