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인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뒷조사를 부탁했다는 의혹의 시작점이 된 미 정보기관 관료의 고발장이 26일(현지시간) 공개됐다.
기밀해제된 뒤 미국 하원의 정보위원회를 통해 공개된 A4 용지 9장 분량의 이 고발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외국으로부터의 간섭을 요청하기 위해 대통령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나는 복수의 미국 정부 관료들로부터 정보를 받았고, 이같은 '긴급한 우려'에 대해 보고하려고 한다"고 적혀 있다. 이 고발장은 미 상원 정보위원장과 하원 정보위원장에게 보내졌다.
고발장은 특히 "외국의 간섭은 대통령의 주요한 국내 정치 경쟁자 중 한 명에 대한 외국 국가의 수사에 대한 압력을 포함한다"며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가 이 일의 핵심적인 인물이고,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발장은 지난 7월 25일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일을 크게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적시했다.
1)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거나 계속할 것
2)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혐의를 벗겨내기 위한 도움으로 우크라이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DNC(민주당 전국위원회)에서 사용된 서버를 찾아서 넘길 것.
3) 이같은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개인 특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변호사와 바 법무장관을 만나거나 전화 통화할 것 (대통령은 이를 여러 차례 언급)
고발장을 작성한 공익제보자는 "나는 이 일의 직접적인 목격자는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지난 4개월 동안 6명 이상의 미국 관료들이 나에게 대통령의 이런 시도와 관련된 다양한 사실들을 알려왔다"고 고발 내용의 신빙성에 대해 자신했다. 실제로 전날 백악관이 배포한 두 정상의 통화에 대한 녹취록 요약본과 고발장에서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 일치한다.
제보자는 "나는 이같은 행동이 대통령으로서의 행정집행 권한이나 법적 권한을 어기거나 남용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공적인 정책에 대한 의견의 차이를 포함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내 책임을 다하고자 이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또한 이런 (대통령의) 행동들이 미국의 국가적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음을 우려한다"며 "미국의 선거에서 외국의 간섭을 막으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보자는 지난 7월 25일 있었던 두 정상의 통화를 12명의 백악관 관계자들이 듣고 있었으며, 이 백악관 관계자들이 나중에 통화 기록을 '은폐' 하기 위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열심히 싸워라"...줄리아니 "모든 일이 끝날 때면 내가 영웅"
한편, 이번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이 하원에서 공식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민주당원들은 공화당과 공화당이 대변하는 모든 것을 파멸시키려 하고 있다"며 "함께 단결하라, 승부에 나서 열심히 싸우라. 우리 나라가 위태롭다!"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또 이번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줄리아니는 이날 <아틀랜틱>과 인터뷰에서 "공익제보자가 영웅이 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이 모든 것이 끝날 때엔 내가 영웅이 될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줄리아니는 탄핵 절차에 들어간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나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고, 대통령은 저들이 한 무더기의 겁쟁이들이라는 것을 안다"고 비난했다.
줄리아니는 자신이 트럼프에게 말한 바이든에 대한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면서 공익제보자가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 사람이 공익제보자라면 나도 역시 공익제보자다. 내가 이 것을 밝혀내면 당신은 당신 나라에 대해 행복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 뉴욕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도 이번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다음은 이날 공개된 고발장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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