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스캔들'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의회의 탄핵 절차가 본격화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인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에 대한 뒷조사를 요청한 행위를 둘러싼 의혹이다.
미 하원의 3개 위원회(외교위원회, 정보위원회, 정부감독개혁위원회)가 27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오는 10월 4일까지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 또 국무부 소속 관료 5명의 의회 진술 일정도 잡았다.
•10월 2일 :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10월 3일 : 커트 볼커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특별대표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보좌관과 회동을 주선한 인사)
•10월 7일 : 조지 켄트 국가안보 부보좌관
•10월 8일 : T. 울리히 브레흐벌 (공익제보자의 고발장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들은 국무부 상담역)
•10월 10일 : 고든 선들랜드 유럽 주재 미국 대사
또 하원 정보위원회는 10월 4일 마이클 앳킨슨 정보부 감찰국장에 대한 비공개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앳킨슨 국장은 공익제보자의 공익제보를 받았으며, 이 고발이 신뢰할만하고 긴급한 우려 사항임을 알고 국회의원들에게 이 정보를 제공한 당국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당의 발 빠른 움직임을 고려하면 이르면 10월말 탄핵소추안 표결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CBS 여론조사, 미 국민 55%가 "탄핵 조사 찬성"
민주당이 이렇게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 의회의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움직임에 대해 과반 이상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BS가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미 성인 2059명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찬성한다는 응답은 55%, 찬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5%였다. 탄핵조사를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이 여론조사는 탄핵조사 착수가 발표된 뒤인 26∼27일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2.3%포인트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물론 응답 양상은 지지정당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87%가 탄핵 조사를 찬성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는 23%만 찬성했다. 무당층에서는 49%가 탄핵 조사에 찬성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적절하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28%, '적절하지 않지만 합법적이다'는 31%, '불법이다'는 41%였다.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응답이 42%,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6%, '아직 말하기 이르다'는 응답은 22%로 나타났다. 이 질문 역시 민주당 지지자의 75%가 '탄핵돼야 한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의 16%만 '탄핵돼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의 대통령 탄핵 절차와 역대 탄핵 사례
미국에서 탄핵 절차는 하원의 탄핵 조사와 탄핵소추안 표결, 상원의 탄핵 재판을 거쳐 결론이 내려진다. 하원의 탄핵 조사는 일종의 사실 확인 절차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실제 대통령이 탄핵 당할 만한 행위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조사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하원의원들은 탄핵 조항을 상정하고 탄핵소추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원에서 표결을 통해 탄핵소추안이 통과가 되면 상원의 탄핵 재판 과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원의 표결은 범죄 기소와 같은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의회 구성을 볼 때, 하원 435명 의원 중 235명이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탄핵 조사 결과 명백한 탄핵 사유만 발견된다면, 하원의 탄핵소추안 표결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상원에서의 탄핵 재판에서 상원의원들은 판사 역할을 하게 된다. 재판이 끝나면 최종 탄핵 여부는 상원의원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려면 상원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의원이 52명으로 과반을 넘게 점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상원의 의장인 미치 맥코넬 의원(공화당)이 탄핵재판 자체를 열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의회에서 탄핵이 진행됐던 대통령은 3명이었다. 17대 대통령인 앤드로 존슨 대통령, 37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이다. 이들 중 워터게이트로 유명한 닉슨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의회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높자 스스로 사임했다.
링컨 대통령의 후임이었던 17대 존슨 대통령은 1867년 에드윈 스탠턴 전쟁장관을 해임하고, 그 자리에 로렌조 토머스 장군을 앉히려고 하다가 관직보유법 위반 혐의로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하원은 존슨 대통령이 총 11건의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하고, 표결을 거쳐 이듬해 3월 탄핵안을 채택했다. 상원은 그로부터 3일 뒤에 탄핵재판을 시작해 두달 동안 진행된 재판 결과 탄핵안은 가결 정족수에 1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이에 존슨 대통령은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폴라 존스의 성희롱 소송,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성관계 의혹 등이 문제가 되어 의회가 탄핵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하원에서 연방 대배심 위증과 사법 방행 등 2건의 범죄 행위로 그해 12월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지만, 이듬해 2월 있었던 상원의 탄핵재판 표결에서 가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이제까지 상원의 탄핵재판까지 가결돼 실제 연방의회에서 탄핵이 결정된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한명도 없다.
트럼프, 주말 '골프 여제' 소렌스탐 등과 라운딩...지지자들에겐 '결집' 촉구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골프 여제'로 불리는 안니카 소렌스탐 등과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는 등 탄핵 일정을 외면하는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의 대표적인 친(親)트럼프계 의원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안니카 소렌스탐, 전설적인 골프 스타 게리 플레이어와 골프장을 찾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플레이어, 그레이엄 의원과 소렌스탐으로 팀을 나누어 경기를 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경기에서 졌지만 기분은 좋은 상태였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트위터에 동영상 메시지를 올려 탄핵조사에 대해 "사기"라고 맹비난하면서 지지자들의 결집을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벌어지는 일은 미국 정치역사에서 가장 큰 사기 사건"이라며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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