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또 다시 대형 정치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중 한명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을 조사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국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이 지난 7월 25일 볼리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로 이동하기 전에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나눈 대화는 당선 축하 인사와 부패에 대한 것,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과 같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부패를 저지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2일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무법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규정하면서 트럼프 정부에 관련 내용을 의원들에게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 교착상태에 대해 "즉각 해결해야할 비상사태"라고 주장했다.
미 정보기관 관리의 공익제보로 알려지게된 이 스캔들은 2020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에게 다음 대선에서 유력한 경쟁자의 뒷조사를 하라고 압력을 넣은 것에 대해 "권력 남용"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아들의 사업을 돕기 위해 부적절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역공에 나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
백악관에 재직 중인 미 정보기관 관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 부적절한 요구와 약속을 했다"며 지난달 12일 국가정보국 감찰실에 내부 고발을 접수했다. 이에 마이클 앳킨슨 감찰관은 "긴급한 우려가 제기된 사안"이라며 정식 감찰에 착수했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8일 처음으로 이 고발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과 우크라이나 최대 가스회사 임원이던 차남 헌터 바이든에 관해 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트럼프가 통화 도중 여덟 차례 자신의 개인 고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해 헌터를 수사해달라고 했다"며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아들과 관련해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지 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통화는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미 의회에서 공개 증언한 바로 다음 날에 있었다.
지난 5월 당선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미국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미 의회가 통과시킨 2억5000만 달러의 안보 지원금도 보류시켜 놓은 상태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이 자금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통화 다음날에 우크라이나 특사로 커트 볼커 대사가 파견돼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또 줄리아니 변호사는 8월 3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인 안드리 예르마크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만났다. 이후 줄리아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에서 바이든 가문에 의해 저질러진 뇌물, 강탈, 돈세탁, 사기 등의 의혹을 여러 차례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5일 뉴욕에서 유엔총회 기간 중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가 요구한 헌터 바이든과 조 바이든에 대한 조사
헌터 바이든은 2014년 4월부터 5년 간 우크라이나 가스회사인 부리스마(Burisma) 홀딩스의 이사로 재직하며 매달 8만 달러 이상의 보수를 받았다. 그런데 조 바이든이 부통령이던 2016년 우크라이나 측에 아들의 회사인 부리스마를 수사하려던 당시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미국이 10억 달러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고, 결국 쇼킨을 사임시켰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현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지난 5월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헌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 적어도 현재 우리는 어떤 잘못도 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트 베딩필드 바이든 대변인은 지난 5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아들의 사업적 이익에 미칠 영향을 미칠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행동했다"고 밝혔다. 쇼킨 전 총장의 사임은 부패 행위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다는 주장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바이든이 자신의 아들을 도우려 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외교정책을 정치적 목적에 사용"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등 3개 위원회는 20일 국가정보국에 고발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록 제출을 요구했지만, 조지프 맥과이어 국장 직무대행은 "법률상 의회에 보고해야할 긴급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오는 26일 맥과이어 국가정보국장 직무대행을 불러 청문회를 열기로 했고, 상원 정보위원회도 다음주에 맥과이어와 앳킨슨을 불러 청문회를 가질 예정이다.
조 바이든은 21일 오후 성명을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는 외교정책을 악용해 정치적 목적으로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혐오스럽다"며 "이는 트럼프가 미국의 힘과 자원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정치적 호의를 얻어내려는 희망을 표현하면서 법치주의를 전복시키도록 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은 22일에도 언론을 통해 트럼프의 행위에 대해 "권력 남용"이라고 비난하면서 "대통령으로서의 규범을 어겼다"고 말했다.
트럼프 "바이든 거짓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바이든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한 일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20일 내부고발자의 고발에 대해 "당파적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많은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항상 적절했다"며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나는 이 나라를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 내용에 대해선 확인해주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화가 큰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바이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바이든은 아들과 대화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수십억 달러를 주지 않겠다고 압박했고, 그리고 나서 그들이 어떻게 검찰총장을 해임하고 나서 그 돈을 받았는지에 대해 자랑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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