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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정부에겐 테러대책이 없다"

[데스크 칼럼]'면피'에 급급한 정부를 보고

“현재 사실 여부를 확인중이나 이들이 한국인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의 손세주 대리대사가 한국 민간인 2명 사망-2명 사상의 '예견됐던 사건'이 발발한 직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언론에게 한 말이다.

아울러 정부가 이라크 주둔미군당국을 통해 한국인 사망자의 명단을 알아낸 것도 로이터통신이 현지에서 사건 발발을 첫 타전한 뒤 10시간이 지난 1일 오전이었다. 우리 정부의 대응 수준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대사관, 자신들의 안전만 챙길뿐 국민 안전은 뒷전**

이라크에서의 대한국인 테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 이라크 무장세력은 미군을 도와 이라크에 파병했거나 앞으로 파병할 모든 나라들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선언했었다.

한국도 이미 여러 차례 경고와 공격을 받았다. 이라크 주재 상사원이 테러를 당해 부상을 입고 납치를 당했다가 풀려난 사건도 있었고, 이라크 주재 한국 대사관에 대한 테러 경고로 한국대사관직원들은 한달여 전부터 대사관 문을 닫은 뒤 바그다드 안전지대인 호텔을 전전하고 있다. 서희-제마 부대원들도 테러 위협 때문에 영외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심지어는 바그다드에 체류중이던 국회 조사단이 머물던 팔레스타인 호텔이 이라크 무장세력의 로켓포 공격을 받고 조사단이 죽음 직전의 위기에 직면한 적도 있다. 문제의 대사관 옆방에는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같이 머무르고 있었다.

이처럼 대사관과 파병된 군대는 '자신들의 안전'에는 철두철미했다. 그러나 '민간인'은 이들의 관심밖 대상이었음이 이번 사고를 통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정부도 중소기업체들의 진출을 알고 있었다"**

이같은 질책에 대한 정부의 변명은 "중소기업체들이 신고를 안했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오무전기의 경우 지난 10월부터 4차례 이라크를 다녀갔지만 현지 대사관에 한번도 기업활동을 신고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사관 신고는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어서 업체가 자발적으로 신고를 안하면 현지에서 파악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처럼 현재 정부 통계에는 이라크에는 손세주 대리대사를 포함한 대사관원과 KOTRA와 국제협력단(KOICA) 직원, 선교사 등 30여명과 대우인터내셔널, 현대건설 등 4개업체 40여명만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30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북쪽 티크리트에서 괴한들의 총격을 받은 오무전기(대표 서해찬.57) 파견 직원 68명들은 현재 대사관, KOTRA에 접수된 업체명단에서 빠져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이라크 현지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바그다드의 KOTRA 책임자가 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 따르면, 미국 등 원청기업으로부터 하청을 받아 현지에서 각종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중소업체는 적어도 4~5곳에 이른다. 파견직원도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이들 중소업체가 이라크 입국신고를 안한 책임을 중소업체에게 돌리고 있다. "공사시기가 2~3개월 정도로 짧아 장기체류자가 아닌 데다 정부에 사업내용을 신고할 경우 외부로 알려져 수주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우려해 신고를 꺼린다"는 것이다.

***정부의 변명, "그들이 신고를 안했으니까..."**

하지만 이같은 정부 해명을 접한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정부가 마음먹기 따라서는 얼마든지 '사전 파악'과 '사전 대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이들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이라크로 출국할 때 여권을 발급해주는 외통부나 공항에서 출국 체크만 제대로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이라크에 오고가는지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외통부가 한 일은 외통부 홈페이지에 이라크 등 위험지역 여행시에 '주의사항'을 띄워놓은 것이 전부였다.

아울러 이라크에 전후복구사업을 따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들어오는지를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사전 신고를 안했으니..."라고 '국민의 안전'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외통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이라크에 입국하는 내국인에 대해 안전 주의와 입국사유를 명확히 할 것을 권고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라크 여행 금지 권고도 함께 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이번 사고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정부는 부상자 치료와 사망자 시신 운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이미 재외공관에 테러 특별경계령을 지시한 바 있지만 다시 한번 추가 테러가 없도록 경계를 각별히 하고 대책을 세워달라"며 "특히 교민보호에 한치의 빈틈이 없도록 만전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우리에겐 해외 테러 방지 능력이 없다"**

국내 대그룹의 고위관계자는 1일 "우려했던 일이 마침내 현실로 나타났다"며 "이라크뿐 아니라 무슬림들이 많이 사는 여타 중동지역과 동남아 등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걱정된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외통부 직원 등이 외국에서 해온 일의 관행을 볼 때 솔직히 말해 처음부터 정부에게는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며 "스스로 안전을 지키는 수밖에 없겠으나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할 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솔직히 말해 우리에게는 해외에서의 테러 방지 능력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한 예로 중동지역에 수시로 들락거리는 유조선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해서 유조선마다 군을 배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으로 인해 전세계를 무대로 수출활동을 펴고 있는 민간 기업인과 노동자들이 전면적 테러 위협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실상 거의 무방비 상태다. 민간 스스로 방탄복을 입고 방탄차량을 타고 방카안에 거주하며 세일즈를 해야 할 판이다.

그 시간 외교관등 정부 관계자들은 안전가옥에서 외출을 삼가하면서 "이라크는 일부 지역만 빼고 안전하다. 이라크 추가파병은 국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계속 펴고 있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국익'은 무엇인가. 수출이라는 국익을 위해 테러위협에 노출된 국민들을 외면하면서까지 챙길 수 있는 국익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국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국익이란 무엇인가. 정부가 명백히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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