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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대간 착취' 추진 즉각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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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대간 착취' 추진 즉각 멈춰라

[데스크 칼럼]정년연장-공적자금 전가 중단해야

'세대간 착취'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세대간 착취'란 아버지 세대가 아들 세대에게 부채를 전가시키고, 아버지 세대가 아들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으며, 아버지 세대가 아들 세대에게 보다 많은 세금을 부담케 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가리키는 경제용어다. 한마디로 말해 아버지가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는 못할망정 빚만 잔뜩 물려주는 행태를 가리킨다.

고도 성장기를 구가하던 과거에는 세대간 착취 문제가 노정되지 않았다. 할아버지 세대보다는 아버지 세대의 소득이 높아졌고, 아버지 세대보다는 아들 세대의 소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IMF사태와 투기시대를 거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극소수 상류층 자녀의 경우는 도리어 늘어난 부모세대의 재산으로 이같은 모순에서 빗겨날 수 있으나, 대다수 미래세대는 '세대간 착취'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같은 '세대간 착취'는 정책당국자들에 의해 한층 확대재생산되고 심화되고 있어, 근원적 정책수정이 요구된다.

다음은 최근 잘못된 정책방향에 의해 심화되고 있는 '세대간 착취'의 몇몇 사례이다.

***세대 착취 1. 공적자금 부담 전가**

IMF사태로 발생한 부채인 공적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20대 이하의 젊은 세대가 갚아야 하고 심지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도 부담을 져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이 9일 발표한 `공적자금의 연령별 상환 부담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공적 자금 49조원(이자 제외)을 매년 2조원씩 25년에 걸쳐 상환한다는 정부의 구상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IMF사태에 거의 책임이 없거나 책임이 전무한 세대인 30대 이하의 부담이 모두 74.3%로 나타났다.

연령층별로는 환란 당시 10대였던 현재의 20대가 25.9%를 부담해야 하고 현재의 10대가 13.4%, 9세 미만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가 5.04%를 각각 책임져야 한다. 현재의 30대는 29.9%로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환란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기성세대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어 40대가 19.9%, 50대가 5.2%에 각각 그쳤고 당시 사회지도층이었던 60대는 0.46%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가 작년 8월 공적 자금 상환 계획을 새로 내놓으면서 외환 위기를 맞아 공적 자금을 조성하고 투입한 현 세대가 상환까지 완결하겠다고 밝힌 것과 정면배치된다.

이같은 세대간 착취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공적자금 상환시기를 앞으로 10년이내로 대폭 앞당겨야 하나, 재경부 등은 그럴 경우 재정적자 등을 우려해 이를 외면하고 있다.

가정의 예를 빈다면, 아버지가 사업실패로 진 천문학적 빚을 자신 스스로가 뼈 빠지게 일을 해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아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대표적 세대간 착취다.

***세대 착취 2. 정년연장**

재정경제부는 9일 '인구 고령화의 현황 및 정책대응 방향'이란 자료를 통해 정년을 60세에서 높이는 방안을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경부는 자료를 통해 1월 현재 가임여성의 출산률(1.17)이 지속될 경우 2023년 5천68만명을 정점으로 국내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다각적 출산장려 정책과 더불어 고령 노동자의 적극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의 보완책으로 고령근로자(55~6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60%)을 일본 수준(65%)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업들이 직원들을 채용하거나 해고할 때 고령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을 잘 지키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고령자 고용촉진법상의 정년을 60세에서 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그 근거중 하나로 일본이 지난달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발표한 점을 들기도 해, 재경부가 내심 정년을 65세로 끌어올리기를 희망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고령화 사회(65세이상이 전인구의 7%. 2001년 돌파) 도래에 따른 고령층의 취업난은 분명 심각한 사회문제다. 소득없는 고령층이 급증할 경우 이들에 대한 부양부담(사회복지)은 곧바로 다음세대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고령사회(65세이상이 전인구의 15%)에 진입할 경우 다음세대의 조세부담은 기성세대의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고령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은 분명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재경부가 내놓은 정년연장은 결코 해법이 못된다.

최근 한 제조업체의 조사결과 사무직의 명퇴연령이 36세로 조사될 정도로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은 살벌한 지경이다. 또한 청년실업률이 사상최고를 기록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 기성세대의 정년연장은 곧바로 청년세대의 실업률 증대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재경부 정책은 실제 수혜대상이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들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 동기의 순수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관료주의의 폐해가 가장 큰 일본의 선례를 들어, '철밥그릇'에 방탄기능까지 보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세대 착취 3. 기성세대의 아파트투기**

지난 2년여간 맹위를 떨친 아파트값 폭등도 '세대간 착취'라는 각도에서 보면 차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가장 대표적 착취행위다.

LG경제연구원도 얼마 전 '청년세대의 경제적 고통 커진다'라는 보고서에서 잘 지적했듯, 정부가 그동안 내수경기 부양 차원에서 방조한 아파트값 폭등의 최대 희생자는 젊은 세대다.

서강대 경제학부의 정재근 교수는 "최근 학생들과 대화해 본 결과 아파트값 폭등에 대한 지역간-세대간 적개감이 대단했다"며 "졸업해봤자 직장도 제대로 잡을 수 없고 아파트값 폭등으로 부모에게 물려받지 않는 한 제 힘으로 집 장만도 할 수 없게 만든 기성세대들에 대한 원망이 컸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강남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IMF때 아버지가 부도를 내면서 강북으로 이사와야 했던 한 학생의 경우는 요즘 고등학교 동창모임에도 나가지 않을 정도로 최근 아파트값 폭등에 따른 위화감이 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파트값 폭등은 단지 집 장만을 어렵게 만든다는 측면외에도 기성세대의 '부(富)의 독점'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모럴 해저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파트값 폭등은 젊은 세대로 하여금 집 장만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 못지않게 기성세대 등 고령층이 아파트 투기수익을 독점함으로써 세대간 적개심을 심화시키고, 돈의 흐름을 경색시켜 생산적 소비와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기타 등등의 세대 착취**

이밖에도 앞으로 사반세기뒤 미래세대에게는 한 푼의 혜택도 못 돌아갈 위험이 높은 국민연금 부실화 문제나, 기성세대가 차세대 성장산업을 발견하지 못한 데 따른 '청년 고실업의 구조화' 위험 등 세대간 착취 위험도는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한 외국계펀드의 대표는 "한국정부가 몇년 뒤에는 소득이 1만불에서 2만불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어쩌면 현재의 1만불 소득이 앞으로는 8천불로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세대간 착취가 결국 한국경제의 쇠락으로 이어질지조 모를 가능성에 대한 준엄한 경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 세대간 착취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보다는 도리어 세대간 착취를 심화시키는 '모럴 해저드 정책'을 앞장 서 추진중이다. 이러다간 "아버지 당신들 세대 도대체 뭐요?"라는 아들세대의 거센 질타에도 할 말을 잃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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