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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중심 금융정책에서 분배의 금융정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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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중심 금융정책에서 분배의 금융정책으로

[삶은경제] 대안금융을 찾아서 ③·끝

1. 동전의 양면, 관치금융과 재벌체제

한국전쟁이 끝난 후, 대한민국은 자생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구조였다. 전후복구과정에서 미국의 원조로 국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1960년대 초까지 북한이 오히려 남한보다 경제적 성장을 하면서 위기감은 커져갔다.

게다가 박정희 정권 출범 초기 미국의 원조가 대폭 줄어들면서 1965년 굴욕적인 한일조약이 단행되었다. 대일(對日)청구권 자금 등 일본에서 들여온 상업차관, 외자 도입, 각종 세제혜택 등을 통해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은 중화학공업 중심 수출주도 성장정책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국내 자본을 선별하고, 주거래은행 중심의 여신관리제도를 구축하였다.

외자도입이 주된 투자재원인 상황에서 정부의 지급보증과 신용가이드라인은 은행을 대리인으로 하여 국가가 자금 배분과정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정부 주도의 금융체제, 이른바 관치금융의 기원이다.

기업 선별작업과 함께 정부와 금융, 기업 간 정경유착의 단초가 만들어졌다. 이를 토대로 탄생한 것이 한국의 재벌체제이며 이를 뒷받침한 것이 한국의 금융시스템, 주거래은행 중심의 여신관리제도이다.

2. 재벌 : 성장과실의 개인화, 금융 : 책임손실의 국민화

주거래은행 중심의 여신관리제도는 재벌의 성장을 촉진했다. 그리고 재벌은 해방 이후 미군정으로부터 받았던 적산 불하와 원조자금 지원에서 한발 더 나갔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새로운 자본순환을 전개했고, 한국의 경제구조를 그들의 손아귀에 넣었다.

몇몇 재벌이 정권에 의해 퇴출되었지만, 부실 자산과 부채는 주거래은행을 통해서 전체 사회로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실패해도 상관없었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그만이었다.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시스템은 급격한 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자본시장을 비롯한 시장 개방, 각종 규제 완화 및 폐기 등 한국경제와 금융을 유지하던 모든 골간이 재벌들의 천국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들어 인터넷 전문은행을 필두로 은산분리 원칙도 파기되고,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명분 아래 개인정보 역시 재벌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재벌은 이러한 흐름, 신자유주의가 한국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이라고 주장하여 왔다. 그 결과 극심한 사회 양극화와 심각한 가계부채 등이 발생했다.

3. 재벌 중심 금융정책에서 분배의 금융정책으로

금융은 스스로 가치를 팽창하지만, 자금을 중개하는 금융의 특성상 그 가치는 어디에선가 이동된 가치다. 즉, 지구라는 제한된 장소에서 금융의 총량은 실물의 총량 그대로다. 금융이 실물의 총량을 넘어선다는 것은 누군가 또 다른 누군가의 몫을 가져가는 것이다. 자연환경을 파괴한 몫을 인간이 가져가는 것처럼, 그로 인해 짊어질 짐도 인간이 가져가듯이.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핀테크 활성화정책은 애초 금융기관이 하던 것을 신기술로 무장한 다른 산업에 열어주는 것이다. 결국,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어 소비자의 이익은 늘겠지만, 기존 금융기관이 가져가던 수수료의 몫은 줄어들 뿐이다. 차라리 금융기관의 혁신을 통해 수수료를 낮추면 되는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금융은 금융기관의 파이를 IT업종에 내어준 것에 불과하다.

금융은 커질수록 공공의 이익에 더 복무해야 하지만, 그간 재벌들의 저수지 노릇만 해왔다. 반면,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저신용자가 된다. 그리고 저신용자일수록 금리는 악랄해진다. 개인의 신용만 중요할 뿐, 사회의 신용과 돌봄은 가혹하리만치 없는 것이 한국의 금융이다.

불평등, 사회양극화는 결국 금융의 집적도에 비례한다. 재벌들이 가져간 만큼, 서민들이 빼앗긴 것이니까. 이러한 이유로 재벌 중심 금융정책이 아닌 분배의 금융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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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20년 전 민주노동당에서 조직과 의정기획을, 진보신당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했다. 10년 전부터 증권노조에서 정책을 맡다가 대산별노조로 조직이 전환된 현재까지 사무금융노조 정책기획국장을 하고 있다. 10년은 정당에서 10년은 노동조합에서 일하다보니 인생은 반지름이라 믿고 있다. 절반은 자신이 만들고, 나머지 반은 다른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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