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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親朴)'의 '찬박(讚朴)'이 위험해 보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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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親朴)'의 '찬박(讚朴)'이 위험해 보인 이유

[기자의 눈] '동료 의원'이라고도 부를 수 없다면…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벌였던 한나라당의 '세종시 릴레이 의원총회'는 실망 수준이었다. 토론에 참여한 한 축인 친박계 의원들은 연일 '의총 무용론'을 제기하며 회의적인 반응으로 일관했고, 청와대는 '친박 의원 사찰' 의혹에 휩싸였다. 친이계도 각종 절충안을 앞다퉈 냈지만 당론 변경을 위한 표 계산은 착착 해나갔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의원총회를 계기로 양 계파는 각각 '살생부'를 한 부씩 마련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169명 의원중 90명 이상이 발언을 했고, 그동안 계파색 짙은 발언을 하지 않던 친박계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즉 이번 의총이 "어떤 의원은 어떤 계파에 속하는가"라는 사실상의 중간 점검의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

그 와중에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의 불화설 속에서도 똘똘 뭉쳤던 친박계 의원들의 '지나친' 단결력 이었다. 충성 경쟁을 방불케 하는 '맹목적 찬양'도 쏟아져 나왔다. 이런 도 넘은 '엄호'가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을 빛나게 하는 것일까?

친박 의원들의 '박근혜 찬가'는 박 전 대표의 묵인 하에 이뤄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의총 4일째인 25일 "제 할 말은 다 했다"고 했다.

▲ 26일 친박계 의원들의 '보좌' 속에 박근혜 전 대표가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계파 수장"으로 입지 좁혀가는 박근혜

친박계 의원들이 목청을 높였던 '찬박(讚朴)'의 대표 사례는 한선교 의원이 23일 발표한 성명서였다.

한 의원은 '박근혜가 누군지 다 아시면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저는 세종시 원안에 대해서 찬성합니다. 박근혜가 찬성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가 누군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저를 두고 박근혜를 너무 맹신한다고도 하고 이런 친박의원들 보고 광신자들 같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라며 "그들은 진실로 박근혜 안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그렇다"고도 했다.

"동료 의원으로서 부탁한다. 박근혜 전 대표도 의원총회에 나오라"는 친이계 권성동 의원의 요구에 친박 의원들은 "동료라니…"하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박근혜 의원"이라 칭한 데 대해서도 친박 의원들은 격앙된 반응 일색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는 현재 당직이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동료"이고 "의원"이 맞다.

아무리 대표를 지냈다고 해도 박 전 대표를 "박근혜 의원"이라 부를 수 없는 분위기 조성은,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이 점점 "제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정두언 의원은 의총 사흘째날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지냈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두고 "제왕적이어서 대선에 실패했다"고 박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친이계지만 비교적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유정현 의원은 25일 "시중에 군박부일체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얘기"라며 "박 전 대표를 옆에서 섬기고 잘 모시는 국회의원들은 진정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 나라의 지도자로 가는데 어떤 방향이 옳은지 직언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의원의 이같은 발언이 "원안 고수"만 고집하지 말고 "청와대와 교감을 더 갖고 절충안에 관심을 가져보라"는 취지이긴 했어도, "군박부일체"라는 말은 적절한 비유로 들렸다. 당 안팎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이 박 전 대표 입지를 '지도자'가 아닌 '계파 수장'으로, 좁히고 있다"는 평도 나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은 기이하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룬다는 것, 그리고 '원칙'이라는 손에 잡히지 않은 어떤 가치, 이것을 친박 의원들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집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특이한 현상으로 이른바 '신화화'의 리더십인데, 성역이 따로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흡족했을까?

박 전 대표가 대표를 지내던 시절을 기억하는 한 소장파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권력'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리더십'과 관련해 지나치게 오른쪽(제왕적)으로 가는 것 같다"며 "대표를 지내던 시절에는 안 그랬었고, 최근 미디어법 중재안을 냈을 때만 해도 비교적 공정했었다"고 의아해 했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은 이같은 지적에 펄쩍 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를 던졌나. 정운찬 총리를 위시한 소위 친이 주류들이 세종시 문제를 갑자기 던져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 아니냐"는 이정현 의원의 말도 일리가 있다. 이 대통령와 당내 다수인 친이계의 공세가 박근혜 전 대표의 입지를 좁혀오기 때문에 다분히 '방어적인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는 논리다.

친이계 역시 '계파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을 읊는 데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데서 보듯, 이같은 박 전 대표 리더십 분석은 객관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종시 의총'에 대한 이 대통령의 공식 발언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였다. 친이계 최대 계파 모임 '함께 내일로' 대표 안경률 의원이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정의"라고 한 것도 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땅을 굳게 하기 위한 "비"를 쏟아낸 것이 됐다. "미래 권력"을 놓고 싸우는 친박계에게 이 대통령의 이같은 '무시하는 태도'는 반발을 살만도 하다.

그 모든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친박계 의원들의 '찬박'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만에 하나 박 전 대표가 이들의 언사에 흡족해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좋든 싫든 현실적으로 그가 가장 유력한 '예비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험해 보인다.

박 대표의 묵인하에 쏟아져 나온 무수한 '찬박' 발언들은 정말 박 전 대표를 만족스럽게 했을까? 한 정계 원로가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 뽑을 때는 후보가 아니라 그 주변사람들을 보고 평가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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