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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92년 YS의 길이냐? 97년 昌의 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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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92년 YS의 길이냐? 97년 昌의 길이냐?

[분석]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쟁투 중간 점검

26일 오후, 5일 만에 종료된 한나라당 연속 의원총회는 정작 세종시 문제보다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 관계'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남겼다.

의총 사흘째인 24일에는 <문화일보>에 "현직(대통령)이 차기를 만들긴 어렵지만, (특정인이) 대통령이 안 되게는 할 수 있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상도동 출신 친박계 의원들에게 일갈한 발언이 실렸고 25일에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차례로 개헌론을 꺼내들었다.

윤여준 전 장관이 지난 해 11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세종시는 하나의 계기이고 이제 여권의 권력게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예견했던 것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한 쪽에서는 "현재권력을 거스르는 한 미래권력은 창출될 수 없다"고 압박하고 있고 반대 쪽에서는 "어차피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어느 쪽 말이 맞는 것일까?

▲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 장면 ⓒ사진공동취재단

YS "현직을 거슬러 성공한 미래권력이 있나"

지난 2007년 한나라당 후보 경선 시절부터 일방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쪽을 응원했던 YS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인 24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총회장에선 민추협 시절부터 김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친이계 안경률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날 "최근 역사에서 현직 대통령과 차기 유력한 대선 주자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 짧은 역사 속에서 얻을 수 있었다"며 "우선 성공한 사례는 전두환-노태우, 그리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다. 반면 실패한 사례 중에는 김영삼-이회창 총재, 그리고 노무현-정동영이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어째서 이분들은 성공하고 어떤 분들은 성공하지 못했는지 역사를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면서 "그 해답이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선 정치인이 협력하는 방법"이라며 친박진영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의도야 어쨌든, YS나 안 의원의 발언은 일리가 있다. "현직 대통령이 누구를 안 되게 하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는 YS 발언은 자기 경험에 기인한 것이다.

그는 아들의 부정과 IMF 외환 위기로 임기 말 나락에 떨어진 자신을 계속 치받은 이회창에 분개해 이인제의 분열적 독자출마에 눈을 감았고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 노태우 민정당 대표최고위원이 전두환 대통령을 거슬렀을 경우 그가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됐을리도 만무하다.

이런 까닭에 현직과 우호적, 최소한 비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여권 차기후보군의 주요한 과제임에 분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자신의 성공비결 중 하나로 '임기 말 인기가 급락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차별화 하지 않은 것'을 꼽았고, 그 연장에서 친노진영은 아직도 정동영 의원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도동 쪽의 이런 주장이 권력의 본질과 역사를 100%조망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권력과 미래권력의 우호적 관계 설정이 권력획득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은 다른 누가 아닌 이들이 증명했다.

YS의 경우

1990년 1월 3당 합당 후 거대 여당 민자당의 2인자가 된 YS는 민정당 시절 노태우에게도 '2인자의 길'을 충고했던 JP의 권고를 받아들인 탓인지 초기에는 현직 대통령을 극진히 예우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합당 당시 맺은 내각제 합의 각서가 <중앙일보>에 유출되자 당무를 거부하고 마산으로 낙향하며 현직 대통령을 압박했다. 결국 노태우 대통령과 YS는 "국민이 반대하는 개헌은 하지 않는다"고 청와대 회동에서 합의했다.

YS는 '힘 대 힘'의 대결을 통해 3당 통합의 전제인 내각제를 깨버린 동시에 차기로서 위상을 굳건히 한 셈이다. YS는 고비고비 마다 노태우 대통령을 사실상 힘으로 누르면서 김윤환 등 비군부 출신 민정계를 우군으로 돌렸다. 이 과정에서 불리한 일이 생기면 "아직도 나는 공작정치의 피해자"라며 여론에 호소했다.

YS의 거친 행보에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상당히 진절머리를 냈다. 내각제가 물건너 가버린 이후, 노재봉·박태준·박철언 등이 노태우 대통령의 시야에 민정계 차기후보군으로 들기도 했지만 이들 중 누구도 YS를 당해낼만 한 정치적 역량을 갖추진 못했다.

노태우 본인도 "나는 당을 쪼개고 나가 DJ와 다시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YS의 압박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최근 홍사덕, 이성헌 등 상도동 가까이에서 잔뼈가 굵은 친박계 정치인들이 정보기관의 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나, 박근혜 전 대표가 확고한 지지층에 기반해 현직 대통령에 맞서는 장면에서 기시감이 들 법 하다. YS의 실질적인 '정치적 수제자'는 바로 박근혜다.

MB-박근혜 권력게임 향배는?

하지만 이명박은 노태우가 아니고 박근혜는 김영삼이 아니다. 90년대 초반의 권력게임이 20년 후인 지금 반복되리란 보장이 없다.

결정적인 차이점 두 가지는 야당 대항마의 존재여부와 현직의 지지율이다. 먼저 YS는 92년과 97년 모두 DJ를 지렛대로 삼았다. '미래권력'이었던 92년에는 노태우를 향해, '현직'이던 97년에는 이회창을 향해 DJ를 상기시켰다.

또한 1992년과 1997년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은 형편없었다. 전자는 그로 인해 일정한 수모를 감수하고서라도 정권재창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미래권력의 차별화를 용인했지만 자존심이 강했던 후자는 차별화를 용납하지 않았다.

반면 현재 박근혜는 지렛대로 삼을 야당 거물이 없다. 외려 이명박이 '개헌'을 지렛대로 삼고 박근혜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MB의 지지율은 92년 노태우나 97년 YS를 압도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2012년을 향한 여권 권력게임은 장기지속형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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