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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학원 우상화' 선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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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학원 우상화' 선언하다

[데스크 칼럼] 판교 '학원 특구'와 '교육철학'의 부재

정부가 8일 공식적으로 '공교육'을 포기했다. 명분은 강남의 아파트투기를 막기 위해서다.

***건교부, "판교를 '제2의 8학군'으로 만들겠다"**

건설교통부는 8일 또하나의 강남 아파트값 폭등 저지대책을 내놓았다. 요지인즉 '제2의 강남'으로 키우기로 한 판교 신도시의 분양을 2005년 상반기로 반년 앞당기는 동시에, 판교에 1만평 규모의 '학원단지'를 만들어 강남의 유명학원들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특목고(외국어고)와 특성화고(정보통신고), 자립형 사립 초-중-고, 외국인학교를 세우기로 했다.

건교부의 이날 대책은 한마디로 판교를 '제2의 8학군'으로 만들어 강남 인구를 분산시키며, 이를 통해 아파트값 폭등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건교부의 이날 대책은 건교부 독단의 산물이 아니라, 그동안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국세청 등과 수차례 정책협의를 통해 나온 대책이며, 사전에 청와대에도 보고된 것이다. 따라서 이는 참여정부 전체의 '공식대책'이자 참여정부의 '교육관'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정부의 '교육 대선공약'**

참여정부는 집권후 노무현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요약한 12대 국정과제를 내놓았고 이 가운데 하나가 '교육개혁과 지식문화 강국 실현'이라는 항목의 교육공약이다.

여기서 참여정부는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공교육 내실화'라는 소항목 아래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을 재정립해 나가고, 공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함께 장.단기적 사교육비 경감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평균화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자립형사립고.특목고 등에 대한 실태파악과 평가를 통해 이들이 본래 취지대로 작동할 수 있는 학교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예민한 대립점을 피해간듯한 느낌의, 별로 눈에 띄는 내용이 없는 밋밋한 공약이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지난번 대선때도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나라당이 내건 '고교 평균화정책 폐기' 주장에 맞서 '평균화정책 유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교육이라는 복잡미묘한 사안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모호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이같은 모호함은 그후 교육관련 국정과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되풀이돼 목격됐으며, 청와대측도 최근 "아직 교육에 관한 한 로드맵(일정표)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하나 분명한 것은 "평균화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며, 공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교육비를 경감시키며, 특목고 등이 설립목적대로 작동하게끔 만들겠다"는 게 참여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교육 공약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건교부가 발표한 '9.8대책'은 참여정부의 교육 공약과 전면 배치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9.8대책은 '사교육 우상화' 선언**

9.8대책의 핵심은 판교를 '제2의 8학군', 보다 적나라하게는 '제2의 대치동'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치동에 운집해 있는 유명입시학원들의 분점을 판교에도 만들어, 강남에 집중된 '교육 수요'를 분산시킴으로써 아파트값을 잡겠다는 논법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본 이같은 정책의 '유치스러움'은 새삼스레 길게 언급할 필요도 없다.

강남 아파트가 폭등한 요인중 하나는 분명 학원에 있다. 하지만 이는 여러 요인중 하나일 뿐이며, 본질적 요인은 '가수요' 즉 4백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의 '투기'라는 점을 정부는 아직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부가 극구공개를 기피하고 있는 '1가구다주택' 보유현황 즉 '투기현황'을 밝히고 투기차익 및 보유세 등에 대해 '거래 시가'로 엄중과세하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정부는 엉뚱하게 교육여건 등의 지엽말단적 문제를 부각시켜 본질을 비켜나가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의 '본질 비켜나가기'의 기저에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아파트값마저 떨어지면 일본처럼 망한다"는 심각한 상황인식의 오류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같은 정부의 속내를 정확히 읽은 투기세력은 정부가 무려 12차례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투기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이번 대책에 내포돼 있는 '교육적 측면'이다.

정부의 이번 9.8대책은 한마디로 학원으로 대표되는 '사교육'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사교육을 한국교육의 정점으로 올려놓은 '반(反)공교육 선언'에 다름 아니다. 강남에서 진행되고 있는 월 수백만원대 사교육을 정당화하고, 이를 위해 신도시에 1만평의 '학원 특구'까지 만들어주겠다는 발상을 거리낌없이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참여정부가 내세운 평균화정책의 포기이며, 공교육의 포기이자,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포기이다. 아울러 특목고 등을 '대입전문 특수학교'로 육성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학원 우상화'이다.

***물신주의의 노예**

대다수 국민의 바람은 소박하다. 열심히 일해 한푼두푼 모은 돈으로 집 장만하고 아들딸 공부 잘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 국민의 소박한 바람에 역행하려 하고 있다. 아파트값 폭등으로 집 장만은 힘들어지고, '학원 우상화'로 돈없는 집 자녀들은 일찌감치 상류대학 진학의 꿈을 접어야 할 판이다.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은 노무현정부 출범직후 기자에게 "노정부에게 진정 교육개혁 의지와 철학이 있다면 교육인적자원부라는 교육총괄부처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교육부처 이름에 '인적 자원'이 뭐냐. 학생들을 자원으로 여기는 물신주의가 역겹다"는 이유에서였다.

참여정부에게는 과연 '교육철학'이 있는가. 참여정부가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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