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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용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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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용서다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43> 11. 용서해주고 칭찬해주어야 (2)

교육은 용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너나없이 용서받을 권리가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결혼식 주례 때마다
다음과 같은 말을 주례사 말미에 넣는 이유가.
지금 이 시간, 신랑 신부는 어른이 되는 의식을 치르고 있지만
결혼식을 치른다고 곧바로 어른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올해 서른둘인데.......하객 여러분은 어떠했는지 몰라도 저는
마흔 살까지도 어른답지 못했습니다. 아니, 철부지였습니다.
생각하면 부끄럽기 그지없지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왜 그런 말, 그런 행동을 하였을까?'
'왜 그런 사소한 일에 화를 냈을까?' 등 후회의 연속이었습니다.
장인 어르신께서 결혼 1년이 채 못 되어 돌아가셨는데
사위로서 해드린 것 전혀 없음이 평생 아픔으로 남았습니다.
그냥 어려워만 했을 뿐,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였고
맛있는 식사 한 끼 대접하지 못하였습니다.
생각할 때마다 부끄럽고, 눈물 나고, 저 자신이 밉습니다.
철 들지 않았던 것이지요. 서른 한 살이었음에도.
장모님께서는 좀 더 사셨고, 그래서 여행도 시켜드렸고
맛있는 음식 사 드리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20점짜리 사위도 되지 못하였습니다.
공자는 50살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지요?
50살 되어야 하늘의 명령, 세상 이치를 알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렇습니다. 너나없이 50살이 되어야 철이 듭니다.
신랑 신부 나이 이제 서른둘이지요. 아직 철 들지 못할 나이지요.
저는 지금
아들 며느리가 실수하고 잘못하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하고 용서해야 된다는 부탁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딸 사위가 어리석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어린아이처럼 굴어도
아직 철 들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라고,
시간이 가면 철 들어 어른다워질 것이라고 믿으시고
미소 지으면서 기다려주셔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농담 삼아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곤 한다.
엄마, 아직 50살 되지 않았다면 철 들지 않은 것 당연하다고.
아들딸의 작은 실수에 짜증내는 이유는 50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엄마 아직 철 들지 않아서 짜증내는 것이니까 이해하라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손녀의 크고 작은 잘못에도 미소 짓는 것은
철 들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해주고 용서할 줄 알아야 어른인 것이라고.

졸업한 제자들로부터 들은 감사의 이유에
'선생님께서 용기를 주셔서' '칭찬해 주셔서' '격려해주셔서'
'공부법 알려주셔서' '희망을 주셔서' '깨달음을 주셔서'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도 있지만
가장 많은 이유는 '용서해 주셔서'였다.
결혼식장에서 만난 어떤 졸업생은
고개 숙여 인사한 후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고 3 때 철이 없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렸었는데
그때 선생님께서 두 손을 꼭 잡아 주면서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말라 부탁하면서 용서해 준 일,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 없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께 배운 용서 본받아 저도 지금 용서 많이 하고 있고
용서하고 용서 받으며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교사로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곤 한다.
초임교사 시절엔 오직 지식이었고 성적이었고 대학입시였다.
성적을 좋게 받도록 하여 명문 대학에 가도록 도와주는 일이
교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라 생각하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식은 학교나 교사를 통하지 않고도 습득할 수가 있다는 사실과
선생이 열심히 가르치는 것과 학생의 지식 습득과는
비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지식을 가르친다 해도
누구는 1등급, 누구는 9등급이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교사에게 주어진 임무는 지식 전달보다
지혜, 더불어 사는 방법, 행복 만드는 방법, 기다림, 용서, 사랑
등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엄하게 지도해야 하고
잘못은 반드시 처벌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라는 생각은
편견이고 잘못이고 바로잡아야 할 생각이다.
지적은 하되 용서해주고
잘못을 깨우치긴 하되 체벌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학생다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착하고 아름답게 잘 성장해 주었다.
학생은 선생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우고
자식은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운다.
시험 잘 치르도록 도와주는 것만 교육 아니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행동으로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다.
부모는 더더욱 지식보다 지혜와 사랑에 더 큰 가치를 둬야 하고
용서함으로 용서를 가르쳐야 한다.
교육은 용서다.
아이들은 용서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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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호

자기 주도 학습과 한자 공부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 <프레시안>에 '학원 절대로 가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다. <공부가 뭐라고>, <자기 주도 학습이 1등급을 만든다> 등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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