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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앞둔 학생은 여행 가야 한다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41> 9. 여행 떠나보내고 고생하도록 도와야

고3 진급을 앞둔 1월에
아들은 일본에서 진행된 한일 청소년 교류 캠프에 다녀왔다.
청소년 단체에서 실시하는 12일 일정의 국제교류캠프였는데
대학입시와는 관련 없는 '연수'라는 이름의 여행이었다.
처음 참가 권유를 받았을 때, 아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차 권유하였지만,
고3인데, 수능이 10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무슨 캠프냐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10개월은 짧지 않다.
공부만 할라치면 지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아무리 시간이 없을지라도 밥은 먹어야 하는 것처럼,
아무리 할 일이 많을지라도 잠은 자야 하는 것처럼,
아무리 해야 할 공부가 많다 하더라도 쉼은 있어야 한다.
여행보다 더 효율 좋은 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 10개월을 남겨둔 지금, 캠프 여행, 떠나야 한다.
아빠가 거의 매일, 밤 10시까지 학교에 머물면서
가르치고 책 보고 글 쓰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에너지는
대학시절 그 누구보다 열심히 싸돌아다니며 놀았던 덕분이고
방학이면 짐 싸서 훌쩍 떠났던 여행이 가져다준 반대급부다.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하도록 도와준 원동력은 여행이다."

고맙게도 아내는 내 의견에 고개 끄덕여주었고
아들도 자신의 고집을 꺾은 후 캠프를 위해 현관문을 나섰다.
12일 동안 일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강의 듣고 토론하고
견학하고 관광하고, 민박하고 친구 사귀고 스키도 탔단다.
맛있는 음식 먹으며 새로 사귄 친구들과 마냥 행복하였단다.
지금까지 삶 중 가장 신나고 재미있었던 시간이었단다.
그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분명히. 분명히
전교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라고 소문난 것이.
성적 급상승하여 마지막 시험에서 전교 1등까지 한 것이.
한 문제 더 맞췄다면 수능 전 영역 1등급 받을 수 있었던 것이.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 40일간 유럽 배낭여행 다녀왔고
시간 날 때마다 인도 스페인 일본 등을 여행하였다.
대학에서 공부 즐겁게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도
직장에서도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것도
여행이 가져다 준 에너지 때문이라고 나도 아들도 믿고 있다.
여행 떠나야 여행이 행복임을 알 수 있게 되고
또 다른 여행을 위해 열심히 생활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세상이 넓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인정하게 되며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 것인가도 깨닫게 된다.
책상 앞에서보다 10배 이상 성숙 가능하다.

세상을 알 수 있고 부모 사랑 이해할 수 있으며
가족의 소중함도 깨닫게 된다.
세상살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도 깨닫게 된다.
고생하면서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 키울 수 있고
그 이해력으로 공부 효율성 키울 수 있다.
쓴 맛 단 맛 경험한 아이가 공부 잘할 수 있다.
고생해보아야 공부가 쉬운 일이라는 사실 알게 되어
공부를 어려운 일이나 하기 싫은 일로 여기지 않게 된다.
열심히 땀 흘리면 행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자녀가 고생하는 모습 보지 않으려는 부모들이 많다.
그 고생이, 그 고민이, 그 갈등이
자녀를 성장시킨다는 사실, 모르지 않으면서도
우선 당장 마음이 아프다는 이유로,
사랑이라는 이름 가져다 붙이면서
자녀들이 고민하고 땀 흘리는 것 방해한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공부할 시간 빼앗긴다는 이유로
땀 흘리지 말라 하면서 자녀 대신하여 땀 흘려준다.
이보다 더 큰 실수 없는데.
자녀가 땀 흘리는 모습, 머리 쥐어짜는 모습, 좌충우돌하는 모습
기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현명한 부모인데.
땀 흘리고 머리 쥐어짜고 좌충우돌하는 모습 뒤에 서서
환한 미소 지을 수 있어야 훌륭한 부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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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호

자기 주도 학습과 한자 공부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 <프레시안>에 '학원 절대로 가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다. <공부가 뭐라고>, <자기 주도 학습이 1등급을 만든다> 등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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