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검찰이 이재용 상무에 대한 편법상속 의혹 관련 형사고발 사건을 정식으로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편법상속 논란**
이재용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는 이건희 삼성그룹의 외아들로, 지분 구조만 갖고 보면 이미 삼성그룹의 최대주주이자 오너다. 삼성그룹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이 상무가 2001년말 현재 이건희 회장(3.72%)보다 7배 가량 많은 25.1%의 에버랜드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분 획득과정에서 편법상속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이 상무가 96년 전환사채(CB) 매입을 통해 에버랜드의 대주주가 된 것은 변칙상속에 해당한다며 지난 2000년 법학교수 43명이 제기한 고발은 법학 교수들이 단체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사건으로 주목받아 왔다.
당시 곽노현 방송대 법학교수 등 43명은 고발장에서 이 상무가 에버랜드의 사모(私募) 전환사채를 인수할 당시 제일모직,삼성물산 등 계열사들은 자신들의 에버랜드 지분율이 줄어드는 데도 이를 묵인한 것은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었다. 이들은 "이재용씨의 불법 상속 이후 에버랜드는 그룹 주축인 삼성생명의 대주주가 됐고 이 과정을 통해 이씨는 삼성 계열사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이재용 상무는 96년 에버랜드가 발행한 99억5천여만원의 사모전환사채 대부분을 인수한 뒤 같은해 12월 96억2천여만원의 전환사채를 주당 전환가격 7천7백원에 62만7천여주의 주식으로 바꿔 에버랜드 최대 주주(지분율 31.9%)가 됐다.
***3년만의 조사 착수**
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채동욱)는 이건희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이 사건에 대해 본격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한 지 3년여가 되도록 이 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데 따른 비판여론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으로서는 9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작하는 6개 대기업 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증여.상속 행위 등 대기업 부당내부거래 조사와 맞물려 검찰의 수사 결과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정부의 재벌개혁 방침과 맞선다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6일 이재용 상무 등 6명 명의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에 따른 증여세 4백43억원 부과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편법상속 의혹'에 적극 대처를 해왔다. 삼성그룹의 이같은 대응은 증여세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시민단체가 문제 삼고 있는 BW를 통한 이재용 상무 편법상속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재용 상무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6명은 지난 99년 2월 삼성SDS 신주 3백21만6천7백38주를 주당 7천1백50원에 인수할 수 있는 BW를 받자 시민단체들은 "비상장사였던 SDS 주식이 장외에서 주당 5만5천원 대에 거래됐다"며 헐값인수를 주장했고, 국세청은 이를 인정해 지난 2001년 5월 이재용 상무에게 사상 최대규모의 증여세를 물렸었다.
***최태원회장의 '형평성'이 관건**
재계에서는 이재용 상무건을 최태원 SK회장건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2월 편법증여 의혹으로 전격구속된 이후 시민단체들은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이 더 크며 '죄질이 더 무거운' 이재용씨 건에 대해 고발된 지 3년이 다되도록 기초수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이중잣대'"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 왔기 때문이다.
고발장을 낸 법학과 교수들은 "SK가 배임죄라면 삼성도 당연히 배임죄"라고 주장해 왔고, SK 관계자들도 "우리가 배임한 금액이 1만원이면 삼성은 수백만원"이라고 억울해 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삼성 그룹측은 최태원 회장 건과 이재용 상무의 경우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 회장의 경우 비상장사인 워커힐 주식을 고평가해 SK(주)와 맞교환하는 과정에서 오너의 개입과정과 가격산정 부분에 배임혐의 증거가 드러났지만 이 상무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검찰조사는 SK와의 형평성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및 시민단체들의 의견이고 보면, 이번 조사결과가 향후 노무현 정부의 재벌정책을 읽을 수 있는 주요잣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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