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이 배임혐의로 22일 중 구속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최 회장과 비슷한 혐의로 소송이 진행중인 삼성그룹 이재용 상무가 국세심판원으로부터 기각판정을 받아 향후 삼성의 대응이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 99년 2월 당시 비상장 계열사인 삼성SDS를 통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상무를 포함한 이건희 회장의 네 자녀와 삼성 구조조정본부 임원 2명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발행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4월 국세청으로부터 증여세 과세액으로는 사상 최대인 5백10억원을 부과받았다.
***삼성, 행정소송 낼까?**
국세심판원은 21일 심판관 회의 끝에 "미국, 일본 등의 유사판례를 검토한 결과 이재용 상무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한 뒤 주식으로 전환해 재산을 증식한 수법은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삼성측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이같은 결정은 삼성측이 국세청이 매긴 증여세를 납부한 뒤 국세청에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한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만이다. 심판원은 "구체적인 증여세 금액에 대해서는 며칠간 기술적 분석이 필요하지만 국세청이 부과한 액수와 별로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측은 이같은 국세심판원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노무현 새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반발로 비쳐 더 큰 역풍을 맞을 것으로 우려해 소송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검찰이 최태원 SK 회장에게 적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면 이재용씨의 삼성SDS 신주 인수권부 사채 헐값 매입 역시 배임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나날이 높아지는 재벌개혁 파고**
법조계에서는 국세심판원의 이번 결정이 현재 계류 상태에 있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이 사건을 배임혐의로 규정, 사법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부쩍 활기를 띨 전망이다.
최태원 SK회장 구속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참여연대는 이 상무의 BW 증여건에 대해 삼성SDS 임원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2000년 12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게다가 참여연대는 오는 28일 삼성SDS의 정기주총에 참여해 삼성SDS의 경영 투명성 문제를 사회적 이슈화할 것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SDS에 BW건으로 1백58억4백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이 2001년 7월 삼성측 손을 들어주자 대법원에 항고한 상태다. 공정위에 따르면 99년 10월 4대 재벌 3차 부당내부거래조사시 삼성SDS가 1년후 주당 7천1백50원에 3백20여만주를 인수할 수 있는 BW 2백30억원어치를 특수관계인들에게 판 것을 부당지원으로 규정, 시정명령과 함께 1백58억원의 과징금을 물렸었다.
나날이 높아지는 재벌개혁의 파고 앞에서 과연 삼성이 어떤 대응을 할지, 각계가 삼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세법에 의한 비상장주식 평가에 따른 정당한 가격이었다는 삼성SDS의 주장에 대해 '세법상 기준은 과세용일 뿐'이라는 입장이며, 검찰도 최태원 SK회장이 SK 주식을 비상장사인 워커힐호텔 주식과 맞교환한 것이 배임 및 부당내부거래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어 법조계에서는 이재용 상무의 BW건도 법의 형평상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비상장주식에 대한 편법적인 가치평가로 차익을 취하는 수법은 그동안 재벌의 불투명한 경영행태에 대한 주요 사례로 비판받아 왔다. 이 때문에 최태원 SK회장이 '정당한 방법'이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비상장주식에 대한 편법적인 거래로 검찰에 의해 사법처리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유사한 혐의가 적용되고 있는 다른 재벌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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